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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벽 허물어지는 한국과 일본

지난 6월 2일 일찍 선거투표를 마치고 나는 도쿄로 향했다. 연구 자료 수집을 위해서였다. 오전 중에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 수많은 일본 여성이 현수막 등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종이나 현수막 등에 쓰인 이름을 보니 한국의 톱스타였다. 한류 여성팬의 인파를 바라보면서 공항버스를 타고 신주쿠로 향했다. 공항버스가 신주쿠역 서쪽 입구에 닿자마자 이번에는 아사히신문의 호외와 접했다. 지면에는 ‘하토야마 총리 전격사임’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제주도에서 한·중·일 3자 수뇌회담을 마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금전 스캔들과 오키나와 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취임 8개월 만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현실을 접하고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한국에서는 지방선거일이고 일본에서는 총리가 도중 하차한 그날은 한·일 양국이 매우 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곧바로 자료 수집에 나섰다. 그리고 가능하면 일찍 돌아와 TV뉴스를 보기로 했다. 변화하는 매 순간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채널을 바꿔가며 일본의 각 방송사의 뉴스를 봤는데 하토야마 사임과 차기 총리 선출에 관한 뉴스와 해설 등의 프로그램이 TV화면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8시쯤 됐을까. TV 채널을 돌리자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린 드라마 ‘IRIS’가 황금시간대에 방영되고 있었다. 그날 하네다에서 많은 여성팬이 기다린 한국의 톱스타는 바로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드라마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시청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는 다시 채널을 돌렸다. 이번에는 한국의 지방선거에 관한 뉴스였다. 한국 방송국의 영상을 그대로 한국어로 내보고 있었다. 한국의 야권 후보들이 예상을 깨고 여당 후보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날은 내 눈앞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오갔다.



이번에 4박5일로 일본을 다녀왔는데 새삼스럽게도 확연히 한·일 간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에 체류하는 중에도 한국에 있는 것처럼 착각될 때가 많았다.



한·일 양국의 정치·문화·언어 등이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기 때문일까. 이미 민간 차원의 한·일 간 교류는 상당히 진전되었고 일본 민주당 정권이 한국에 우호적이어서인지 서로 대화가 가능한 시대에 접어든 느낌마저 든다.



새로 일본 총리가 된 간 나오토(菅直人)는 시민운동가 출신이고 사회파 계열의 정당을 거쳐 1998년에는 현 민주당을 하토야마 전 총리와 함께 창당했다. 이번에 하토야마 전 총리는 간 총리에게 ‘미·일, 중·일, 한·일 관계를 잘 부탁한다’고 부탁했노라고 공개했고 간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에선 2세 총리가 4대 이어졌고 모두 1년 이내에 사임했으나 오랜만에 2세가 아닌 고생한 인물이 총리가 되어 민주당 지지율이 20% 이상 급상승했다. 민주당 정권은 아시아 중시 외교노선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잘 지켜나가고 있다. 민(民)뿐만이 아니라 관(官)에서도 확고한 한·일 우호를 목표로 양국 관계에서 가시를 뽑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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