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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조는 받는 나라의 자존감 세워줘야

“왜 우리가 외국의 불쌍한 사람들을 돌봐야 하나요? 우리 주변에도 아직 어렵고 힘든 이웃들이 많은데요.” 그러나 나는 되묻는다. 불쌍한 이웃들을 돌보지 않아도 될 만한 이유가 우리에게 있나요?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13위의 경제대국이다. 올 가을이면 세계 정상들의 모임인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한국에서 의장국으로서 주재한다. 올해부터 선진국들이 세계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자 만든 OECD-개발원조위원회의 24번째 회원이 됐다. 2011년 가을에는 원조효과성에 대한 고위급 회담을 아시아에서 최초로 서울에서 연다. 이제 거리에서 소위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을 꿈꾸고 온 외국의 젊은이를 만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 100만 명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세계의 어려움과 고민에 무관심하고 수수방관할 수 없다. 1960년대에는 큰아들 하나만이라도 교육시키기 위해 소를 팔고, 여동생이 공장에서 일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여자아이를 희생해 아들을 교육시키고, 보릿고개에 배곯아 죽어가는 시대는 벗어났다.



60~7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은 외국의 원조가 큰 몫을 했다. 해방 이후부터 95년 세계은행 차관을 갚을 때까지 50년 동안 127억 달러에 해당하는 무상원조와 차관을 받았다. 61년 1인당 국민총생산(GNP) 81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외국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경공업·중화학공업을 어떻게 일으켰을까. 우리가 어려울 때 도와준 세계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60년대 초보다 더 가난한 최빈국가의 빈곤퇴치와 경제발전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다. 아무것도 없는 최빈국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짧은 시간에 이룬 성과다. 또 북한과의 대치 속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놀라운 경험이 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라,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 받는 나라에 희망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2008년 8·15 경축사, 2009년 한국 10대 브랜드, 2010년 신년 연설 등을 통해 해외 원조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밝혔다. 원조의 기본 철학은 공손히 드리고, 돈을 받는 쪽이 필요한 용도대로 쓸 수 있도록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이다. 원조로 한국의 이미지나 기업 활동에 기여할 수도 있겠으나 노골적·직접적으로 우리 기업을 돕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빈곤한 이웃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권익을 위해 원조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실제 집행 내용을 보면 이런 철학이 관철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일들이 보인다. 한국은 얼마 전까지 무상원조 비중을 점점 높이면서 유상원조(차관) 비중을 낮추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원조 추정치를 보면 유상원조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유상원조를 받아 경제성장을 잘 이룬 나라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차관의존도만 높여놓고 결국 무상원조금을 줘 차관을 갚게 하는 문제점을 야기했다. 따라서 선진원조 공여국들은 이제 유상원조보다 무상으로 주는 나라들이 많이 늘어났다. 개발도상국들도 유상보다는 무상원조를 선호하고 있다.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무상원조 기관과 유상원조 기관으로 나누어져 그 조정이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2009년 11월 공적개발원조기본법이 통과돼 이제 원조 집행 체계가 어느 정도 정리돼 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아직도 무상과 유상원조에 대한 상이한 철학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적 원조모델’이라는 그럴듯한 제목 아래 선진적인 원조 규범을 무시하고, 여러 원조 공여국에서 부정적 결론을 내린 것을 고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선진적인 원조를 할 수 있는가?”다. 선진국들의 노하우를 적절히 배우면서, 또 우리가 이루어낸 귀중한 경험을 살려 아직도 빈곤에서 고통 받는 지구촌 형제 자매들에게 어떻게 잘 나눠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원조규모를 과감하게 늘리면서도 확고한 비전과 목표에 대한 성찰, 철저한 관리와 평가를 통해 국민들이 어렵게 모은 세금을 잘 쓰는 것이 관건이다.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개발협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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