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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강물보다 성난 민심부터 돌려라

“경제가 어려운데 4대 강 사업을 왜 단기간에 밀어붙이는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다. 여당의 패배 원인은 4대 강>북풍>세종시 순(順)이다. 지방권력을 거머쥔 야당은 4대 강 불복종에 들어갔다. 기초자치단체의 준설토 적치장 인가와 광역단체의 농경지 리모델링 허가권을 무기로 들이밀 태세다.



현재 4대 강 공정률은 16%, 보(洑) 설치는 30%를 넘었다. 그러나 정치 지도를 펴놓고 보면 사정이 복잡하다. 한강은 사업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어 큰 무리가 없다. 도지사는 물론 여주·광주·남양주·양평은 한나라당이 당선됐다. 영산강은 오히려 박준영 도지사가 “영산강 살리기는 지역 현안”이라는 입장이다. 금강은 경우에 따라 사업 차질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완벽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가장 골치 아픈 곳이 낙동강이다. 특히 경남은 모자이크 판이다. 김두관 지사 당선자는 “청와대와 담판을 벌이겠다”고 했다. 창원·창녕·밀양 단체장은 한나라당이, 김해는 민주당이, 함안은 반대 진영의 무소속이 차지했다. 야당이 어깃장을 놓으면 반쪽이 될 운명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은 다르다. 낙동강 함안보는 가물막이 안에서 완연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굵은 철근이 빼곡히 들어간 웅장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김영우 공사팀장에게 “공사가 중단되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가동보 기둥은 세우기보다 철거하기가 훨씬 어렵다.”



현장에서 보면 야당의 무기인 준설토 적치장 인가권은 헛다리를 짚는 느낌이다. 낙동강 18공구의 경우 적치장 대부분이 인가가 난 상태다. 새 함안군수가 반대해도 강 건너편 창녕군에 대안부지를 물색하면 그만이다. 여기에다 1350만㎥의 준설토 중 함안군 몫으로 돌아가는 것은 70만㎥에 불과하다. 최악의 경우 적치 대신 현장 판매하면 그뿐이다. 함안보에는 새벽부터 수백 대의 덤프트럭이 줄을 선다. 준설토를 사가기 위해서다. 김 팀장은 “골재의 질이 좋아 적치할 틈도 없이 1㎥당 8800원 정도에 불티나게 팔린다”고 말했다.



도지사의 권한인 농경지 리모델링도 마찬가지다. 준설토를 이용해 논밭을 공짜로 성토해 주는 사업이다. 침수 피해로 1모작밖에 못하던 논도 리모델링이 끝나면 2모작 이상이 가능해진다. 땅값도 2~3배 뛰기 일쑤다. 당연히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작업비용을 줄이려고 비닐하우스 등 지장물이 없는 저지대 논만 골라 선별적으로 해주기에도 벅찰 정도다.



청와대는 이런 현실을 믿고 물러설 조짐이 없다. 하지만 민심에 눈감고 무작정 강행하기는 무리다. 독선적 이미지만 굳어질 뿐이다. 선거 민심은 4대 강 사업이 ‘맞다/틀리다’의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사업추진 방식이 ‘마음에 든다/싫다’의 문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4대 강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4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마당에 전면 중단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선거 민심을 ‘4대 강 백지화’로 오해하는 것도 야당의 아전인수(我田引水)다. 4대 강은 시기와 방법이 문제지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다. 정부의 고심하는 모습이 아쉽다.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라는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준설과 보 설치라는 뼈대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덜어내야 한다. 자전거길이나 생태체험관 같은 부대시설이 대표적이다. 자칫 4대 강이 사치재로 비칠 수 있다. “나라 살림이 어렵다면서 그런 것까지…”라는 게 성난 민심의 현주소다. 물론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는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눈에 띄는 장식품들로 성공을 증명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러나 4대 강은 어차피 ‘이명박표’ 상품이 된 지 오래다. 국익과 선거 민심 사이의 접점을 찾지 못할 이유는 없다. 현지 주민들이 한사코 반대한다면 금강은 뒤로 미루고 3대 강 사업으로 축소하는 것까지 고민해야 한다. 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예산도 깎아야 한다. 지금은 강물보다 민심부터 제자리로 되돌리는 게 중요하다.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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