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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욕망하는 여자들의 ‘멘토’

그녀들이 왔다. 패션과 스타일, 여성의 성과 욕망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전 세계 여성들을 사로잡아 온 ‘잇걸’ 4인방이다.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기자회견. 세라 제시카 파커(캐리), 킴 캐트럴(사만다), 신시아 닉슨(미란다), 크리스틴 데이비스(샬롯)가 등장하자 객석을 가득 채운 여성 기자들은 마치 소녀 팬들처럼 환호했다. 배우들도 화답했다. “전 세계 어딜 가든 여성 관객들이 지지해 준다.”(킴 캐트럴), “‘섹스 앤 더 시티’는 여성판 007,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에 대한 영화다.”(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세라 제시카 파커

Sarah Jessica Parker
1998년 첫 시리즈 이후 ‘섹스 앤 더 시티(이하 SATC)’는 하나의 드라마나 영화를 넘어 사회문화 현상이 돼 왔다. 현대 여성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프리즘이자 드라마가 어떻게 취향과 소비를 결정하는지 보여 줬다. 당신이 SATC의 팬인가 아닌가는, 여성에 대한 당신의 태도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세라 제시카 파커다. 브로드웨이 출신의 평범한 배우에서 금세기 여성들의 우상이 됐다. ‘SATC’를 통해 제작자·패션사업가로도 변신했다. 그녀는 “캐리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 사람들이 종종 나와 캐리를 혼통하지만 13년간 이 배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특권”이라고 말했다.



글=양성희 기자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






‘섹스 앤 더 시티(SATC)’는 1998년 HBO의 TV 시리즈물로 시작했다. 13년간 총 6회의 시리즈물과 2편의 영화가 나왔다. 섹스 칼럼을 쓰지만 정작 본인의 연애에선 상처를 잘 받는 캐리, 왕성한 섹스 라이프를 즐기는 홍보전문가 사만다, 자기보다 부족한 남자에게 끌리는 변호사 미란다, 동화적인 사랑과 결혼을 꿈꾸는 큐레이터 샬롯. 이 네 명이 그려가는 뉴욕 싱글 라이프다(10일 개봉하는 영화 ‘SATC2’는 캐리가 빅과 결혼한 2년 뒤의 이야기. 본격 ‘아줌마’ 버전이다).



캐리, 섹스를 말하다



‘SATC’는 여자들이 주인공인 드라마 제목에 노골적으로 ‘섹스’를 내세웠다. 발칙한 설정이다. 네 명의 주요 화제 또한 섹스다. 자신들의 성체험, 성적 판타지, 성적 정복담(주로 사만다) 혹은 반대로 섹스 트러블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캐리의 직업은 섹스 칼럼니스트고, 왕언니 사만다는 유례없이 ‘밝히는’ 여자다. 영화 ‘SATC2’에서는 폐경기를 맞은 사만다가 엄청난 호르몬제를 먹으면서 성적 매력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사만다는 여성 캐릭터로는 파격적인 ‘섹스 애호가’인데 과장된 그녀의 섹스 행각은 오히려 캐릭터에 희극성을 더하며 성에 대한 터부를 깨는 힘을 발휘한다. ‘SATC’는 전례 없이 여성의 성적 욕망, 섹슈얼리티를 능동적이고 거침없이 드러낸 드라마다.



주인공들은 성적 욕망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명품과 패션에 대한 소비 욕망, 자기과시적 속물적 욕망도 드러낸다. 한마디로 ‘욕망하는 여자들’이다. 그간 욕망을 분출하기보다 억압받아온 여성 관객들은, 이처럼 더 이상 누군가의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욕망의 주체인 주인공들에게 열광했다. 그 욕망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자기 욕망을 숨기지 말고 당당하라. 이것이 ‘SATC’의 메시지다.



물론 그들의 욕망이 결국은 소비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SATC’는 소비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캐리, 패션에 빠지다



이들은 모두 패션에 열광한다. 캐리의 드레스룸은 꿈의 공간이다. 드라마는 매회 하이 패션을 선보였고, 실제 드라마를 통해 유행과 히트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뉴욕과 아부다비를 오가는 영화 ‘SATC2’에는 무려 200벌의 의상이 등장한다. 2시간 동안 1인당 50벌을 갈아입는 명품 패션쇼인 셈이다. 매회 패션 핫이슈였던 이들은 아예 패션 사업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세라 제시카 파커, 크리스틴 데이비스가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다.



극중 의상은 캐릭터와도 맞아떨어졌다. 분방한 캐리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믹스 앤드 매치 스타일을 선보였다. 사만다의 화려한 섹시룩, 미란다의 중성적이고 이지적인 옷차림, 샬롯의 로맨틱 페미닌룩도 그렇다. 이들에게 패션은, 단지 외적 치장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 외모와 스타일이 곧 내가 누구인가를 말해준다는 ‘루키즘’이다.



이들에게 패션은 라이프스타일이기도 했다. 명품 선호뿐 아니라 취향이나 생활문화도 유행시켰다. 생활의 여유와 친밀한 관계를 상징하는 브런치 문화가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국내에도 상륙했다.



슈어홀릭 캐리를 쫓아 국내에도, 명품 신상구두를 ‘아가들’이라 부르는 ‘신상녀’ 서인영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캐리는 구두에 대한 유난한 사랑과 함께, 그간 패션에서 주변 소품에 불과했던 구두를 ‘잇아이템’으로 등극시켰다. 구두가 사회적 신분의 상징임도 보여줬다. 하이힐(혹은 킬힐)은 전통적으로 노동하지 않고, 노동할 수 없는 신발이다. 이런 하이힐에 집착하는 것은, 스스로 노동하지 않으며 과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재력을 가졌다는, 사회적 신분의 상징인 것이다.



캐리, 싱글을 즐기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의 한 장면. 왼쪽부터 크리스틴 데이비스(샬롯), 세라 제시카 파커(캐리), 킴 캐트럴(사만다), 신시아 닉슨(미란다).
결국은 결혼에 골인해 일상적 갈등을 겪지만, ‘SATC’의 진짜 주인공은 뉴욕의 럭셔리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골드미스들이다. 드라마는 지금까지 주변부에 있던 노처녀를 연애담의 복판으로 가져와 여전히 성적 매력이 넘치는 존재로 그렸다. 결혼의 구속감을 거부하는 한편 안온함을 갈망하는 이중 심리, 가부장적 결혼제도의 균열, 결혼과 연애의 분리, 냉정한 결혼 비즈니스 등 결혼과 연애 풍속도도 리얼하게 그렸다. 전문직 여성의 현실 스케치도 곁들였다.



‘SATC’ 속 여성들은, 수다로 갈등을 해소·치유하며 우의와 연대로 이질성을 극복한다(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을 만큼 이질적인 네 인물은 13년간 변함없는 우의를 과시한다). 서로 다르지만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여성이라는 연대의식을 나누는 씩씩하고 거침없는 ‘언니’들인 것이다. 이들은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 영화 ‘SATC2’는 이들의 게이 친구들의 ‘동성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글=양성희기자 ,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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