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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G20 부산회의 감상문

“모든 경제 주체가 자신의 경쟁 상대는 국내가 아니고 글로벌 사회라는 걸 알아야 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본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 대사였던 그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우물 안 개구리’ 마인드를 꼽았다. “우리는 좁은 한국 안에서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해야 먹고살 수 있는 나라”라는 말도 했다. 공직사회도 세계와 경쟁하지 않으면 정체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를 취재하면서 그의 말을 다시금 실감나게 떠올렸다. 김 총재는 국제감각을 중시하는 그의 평소 소신대로 외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활발하게 연쇄회동을 했고 행사장에서 부닥친 외신기자들의 질문도 회피하지 않고 능숙한 영어로 소신을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도 글로벌 경쟁의 한복판에서 귀중한 경험을 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정책결정이 소수의 주도세력에 의해 막후에서 결정된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G20 차관회의 중에 회원국 간의 논쟁으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고성이 오갔고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갈 뻔했지만 의장인 그가 적극 중재에 나서 위기를 넘겼다. 부산 누리마루 현장의 일정관리를 책임졌던 G20 준비위원회 김동준 기획과장은 장관·총재들의 포토세션 자리 배치부터 표정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도록 “치~즈”를 외치는 역할까지 맡았다. G20 준비위 장인주 사무관은 카리스마 넘치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여성 장관을 보면서 여성 공무원의 역할 모델을 찾았다. <본지 6월 7일자 E4면>



하지만 G20 회의가 주로 공무원을 중심으로 치러지다 보니, 정작 국민은 체감하기 쉽지 않다. 배경 지식이 없으면 공동성명을 읽어봐도 그게 그 얘기 같다. 한국에서 열리는 단군 이래 최대 외교행사라지만, 과거에도 큰 행사는 있었다. 2000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나 200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릴 때에도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는 말이 오갔다. 하나 얼마나 많은 국민이 지금 그 행사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나마 ASEM 이후엔 서울 삼성동의 아셈타워가, APEC를 치른 뒤엔 행사장인 부산 누리마루가 남았다. G20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과거처럼 유형의 건물이 남진 않겠지만, 행사를 치르면서 우리가 느낀 경험과 깨달음이 결국 자산이라고 믿는다.



좀 아쉬운 점은 있다. 국제회의에서 ‘받아쓰기’만 하다가 G20 의장국으로서 회의를 주도하면서 느끼는 자부심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럴수록 우리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경계했으면 한다. 처음 상경한 시골 영감이 호들갑을 떠는 것 같을 때가 가끔 있다. 공무원만의 경험이 되지 않도록 G20을 치른 경험을 백서로 정리해 국민과 공유하고, 의장국 임무가 끝나는 내년 이후에 대한 준비도 차분히 해나갔으면 한다. 그런 게 국격(國格)이다.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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