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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혈인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만들자

‘유난히 검었었던 어릴 적 내 살색 사람들은 손가락질해…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난 내 얼굴을 씻어내. 하얀 비누를 내 눈물에 녹여내…’ 여성 래퍼 윤미래가 부른 ‘검은 행복’의 노랫말이다. 혼혈인으로 살아오며 겪은 아픔이 구구절절 녹아 있다. 윤씨는 3년 전 미국의 정상급 가수 에이머리와 함께 혼혈 아동 돕기 공연을 펼친 적이 있다. 에이머리 역시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라 톱스타로 사랑받는 그녀에게서 혼혈의 한(恨)은 찾아보기 힘들다.



에이머리에 열광하고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를 자랑스러워 하는 한국인들이라면 한번 자문해봐야 한다. 이들이 한국에 있었어도 과연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지 말이다. 그렇지 않다는 게 솔직한 대답일 터다. 뿌리 깊은 순혈주의로 혼혈인들을 2등 시민 취급해온 게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아시아계 여성과 한국 남성 간 결혼이 급증해 혼혈 아동이 무려 10만 명을 넘어섰어도 차별은 여전한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본지에 보도된 필리핀 여성 자스민의 체험담은 그런 실태를 생생히 보여준다. ‘다행히’ 피부가 하얀 아들이 따돌림당할까 급식당번조차 기피했던 일, 아들이 졸라 어렵사리 학교에 갔다 ‘가사 도우미가 왔네’ 소릴 듣던 일, 반장에 모범생인 아들이 엄마를 원숭이라 놀리는 친구들과 몇 번씩 싸웠던 일 등 말이다. 하지만 엄마 자스민은 용감했다. 워드와 버락 오바마 같은 혼혈인 성공모델을 접한 게 계기였다. 자기 아들딸도 성공을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방송에 얼굴을 내밀고 정치 참여를 시도했다. 외국인 엄마들이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때 자녀들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자스민이나 최초의 결혼 이민자 출신 도의원 이라 같은 이들이 더 많이 나오길, 그래서 그들의 자녀 중 에이머리나 오바마처럼 성공한 혼혈인이 탄생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럴 때 자스민의 바람처럼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란 말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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