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선거 답례

1519년 유럽 합스부르크가(家)의 카를 5세와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놓고 맞붙었다. 이때 거상(巨商)이며 은행가인 야콥 푸거가 카를 5세를 위해 ‘황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표를 행사할 독일 제후들에게 현재 가치로 150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뿌렸다. 프랑수아조차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푸거가 그마저 매수한 것이다. 황제가 된 카를 5세는 상업자본 제한 조치를 시도했다. 그러자 푸거가 선거 때의 빚을 상기시켰다. “제가 아니었다면 황제 폐하께서는 로마 황제관을 쓰실 수 없었을 겁니다.” 황제의 시도는 유야무야(有耶無耶)됐다. 푸거는 황제로부터 벨기에 안트베르펜 무역항 개발이라는 이권까지 받아 챙겼다.

선거판엔 후보를 지원하는 개인·조직·단체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당선 뒤 유·무형의 답례가 주어지곤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다. 가장 노골적인 데가 미국이다. 선거에 돈과 시간을 쏟아 부은 이익단체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게 선거 뒤 당연히 치르는 의식으로 여겨질 정도다. 2004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을 때다. 부시의 선거 승리를 위해 앞장섰던 미국 도매업협회 회장은 언론에 대놓고 “이제 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를 드러냈다. 부시 집권 1기 때 대기오염·작업장 안전에 관한 규제가 기업 입맛대로 완화됐던 것도 선거 답례의 하나였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당선자가 답례를 의식해 선거 지원 단체에 휘둘리기만 한 건 아니다. 미국 항공관제사노조(PATCO)의 경우가 그렇다. PATCO는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후보를 지지했다. 레이건이 당선되자 근로조건 개선을 내걸고 총파업을 단행했다. 답례를 기대해서였다. 돌아온 건 조합원 1만1345명 해고와 조합 해산이었다. 레이건이 공무원 노조의 파업 금지를 명시한 법에 따라 원칙대로 대처한 결과였다.

김복만 울산시교육감 당선자가 ‘학원비 인상’ ‘학원 교습 자정까지 허용’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고전하다가 선거 일주일 전쯤 “학원연합회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신승(辛勝)했던 그다. ‘특정 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발언’이란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신세를 지면 갚으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라면 그것도 가려가며 할 일이다. 공평무사(公平無私)의 자세로 본분을 다하는 게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진정한 답례가 아닐까 싶다.

김남중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