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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응원 정치색 물드나…붉은 악마, 경계 입장 발표 계획


“민주화의 성지, 봉은사로 달려갑시다.”“촛불이나 4대강 반대 피켓 하나씩은 들고 와도 되겠죠?”

집회 구호가 아니다. 월드컵 축구 응원을 가자는 얘기다. 7일 저녁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에 ‘붉은 악마가 봉은사를 택했다’며 올라온 글 중 일부다. 축구 국가대표 서포터스 ‘붉은 악마’가 서울지부의 응원 장소를 서울시청이 아닌 봉은사 앞길로 확정했다고 7일 밝히자 인터넷에선 이 결정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고라에 이 글을 올린 네티즌(대화명 ‘이웃소년’)은 포스터도 함께 올렸다. 그리스전이 열리는 12일 응원전을 예고하는 이 포스터엔 ‘언제까지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억압받으며 살아야 하는가? 더 이상 그들에게 당하기 싫다! 반격!’이라는 구호가 크게 새겨져 있다. 그리고 ‘서민의 분노가 폭발하는 그날이 온다 2010’라는 문구와 함께 ‘6월 12일 저녁 7시, 민주화의 성지 봉은사로!’ 라며 응원전을 마치 정치 집회 예고하듯 알렸다. 선동적 표현에도 불구하고 포스터 왼쪽 아래에는 ‘집회가 아닌 월드컵 길거리 응원입니다’ 라고 적어넣었다.

이 네티즌은 “관제 성격이 짙은 시청광장을 포기하고 붉은 악마들이 선택한 장소는 민주화의 성지 봉은사”라며 “봉은사는 2010년의 민주화의 성지다. 도올선생의 천안함 강연도 있었고, 얼마 전엔 1만명 규모의 4대강 반대 콘서트도 열린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8시 반이 경기 시작이니 여유있게 7시부터 촛불이랑 피켓 하나씩 들고 봉은사에 모이자”라며 네티즌들을 독려했다. 이 글에는 8일 오전 11시 현재 620여명의 네티즌들이 찬성 의견을 보냈다. 많은 네티즌들이 “명진스님을 응원단장으로”“넘 멋져요” 등의 지지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일반인들이 이 포스터를 봤을 때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붉은 악마측은 길거리 응원에 정치적 색채가 드러나선 안된다며 강하게 경계하고 나섰다. 응원 장소를 시청 광장에서 봉은사 앞길로 옮긴 것도 대기업의 상업적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인 만큼 순수한 축구 응원에만 집중하자는 것이다. 붉은 악마 손형오 미디어팀장은 “봉은사 앞길을 응원 장소로 결정한 것은 정치색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응원지 후보였던 광화문 광장과 시청 광장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다른 후보지 중 하나를 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은사 앞길은 원래 SBS가 응원을 위해 확보한 장소로, 이곳에선 다양한 응원가와 응원 구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팀장은 “붉은 악마의 목표는 온 국민이 참여하는 순수한 축구 응원 뿐”라며 “거리 응원이 정치색을 띠는 것은 붉은 악마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붉은 악마는 9일 중으로 이런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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