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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민심 읽기

유례없는 한발(旱魃)에 땅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임금의 속도 덩달아 타버렸다. 조선조 성종 12년의 일이다. “농사철인데 비가 오지 않아 벼를 심지 못하고 밭 작물마저 시들었다. 그 원인이 전부 내게 있는 듯하다.” 성종은 극심한 가뭄이 자신의 실정 탓이라고 여겼다. 반성의 뜻으로 화려한 궁궐 대신 소박한 곳에서 일하며 조촐한 음식을 먹겠다고 약속했다. “중앙과 지방 관료는 물론 산골과 어촌 백성들 모두 잘못된 정무를 지적하는 글을 써 올리라”는 지시도 내렸다.

여론조사도 선거도 없던 시절, 천재지변은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했다. 임금이 나라를 잘못 다스리면 백성의 원망이 하늘에 닿아 재해를 불러온다고들 믿었다. 날이 가물기 무섭게 성종이 자성 모드로 돌입해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고 나선 이유다. 그럼에도 이듬해까지 해갈될 기미가 없자 성종은 다시금 국정 전반에 백성의 비판을 수용할 것을 다짐하는 교서를 발표했다. 이에 삼정승도 “저희 벼슬을 교체하시어 덕 있는 사람으로 대신하라”며 연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지배층이 한마음으로 민심을 다독여 위기를 돌파하고자 애쓴 것이다.

호된 매를 맞기 전에 미리미리 백성의 마음을 읽으려 한 임금도 많았다. 끊임없이 대민 접촉을 시도한 ‘소통의 리더’ 영조가 대표적이다. 재위 28년째 되던 해엔 창덕궁 선화문 앞에 시전(市廛) 상인들을 불러놓곤 “너희들이 느끼는 병폐와 고통을 말하라”고 명했다. 군영과 난전(亂廛)의 결탁 때문에 힘들다는 등 갖가지 호소가 쏟아졌다. 경청하던 영조는 관리들에게 즉각 처리를 지시했다. 상인 일부를 나랏일에 특채하기까지 했다.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의 흐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고 또 노력했던 것이다.

6·2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청와대와 여권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며 뼈아픈 자성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승리감에 취한 야권에서도 “민심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경계의 소리가 나온다. “천하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건 백성이다. 홍수나 화재, 호랑이, 표범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다.” 일찍이 허균이 『호민론』에서 백성을 깔보는 위정자들에게 던진 경고다. 이제라도 우리 정치권이 국민 무서운 줄 깨달은 건 다행이다. 하지만 과연 그 뜻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기들 잇속 따라 민심을 곡해하고 우격다짐하단 진짜 큰코다친다는 걸 알긴 하려나.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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