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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역사가 유시민을 거부한 이유

유시민 후보는 한국의 선거 역사상 야권단일화를 가장 완벽하게 이뤄낸 인물이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물론 막판엔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까지 그를 밀어주었다. 그런데도 그는 왜 실패했을까. 우선 김문수 지사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꽤 탄탄했다. 그리고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중·장년 당원들이 ‘유시민 거부감’을 작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여러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역사의 신(神)이 ‘대한민국의 숨통지대’로부터 그를 멀리 떼어놓은 게 아닐까.



모든 시·도지사가 확실한 국가안보관을 가져야 하지만 경기도는 특히 그렇다. 경기도는 지구상에서 병력과 무기가 가장 밀집된 곳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엔 국군과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이 포진해 있다. 국군은 3군사령부(용인) 산하 육군 4개 군단, 해군 2함대(평택), 해병대 사령부(화성)와 2사단(김포), 공군 작전사령부(오산)와 10전투비행단(수원) 등이다. 주한미군은 육군 2사단(의정부·동두천), 7공군(오산)과 각종 지원부대·훈련장을 두고 있다. 지리적으로 경기도는 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마지노선이며 대한민국의 숨통이다. 경기도가 적에게 넘어가면 대한민국은 생명이 위험하다.



통합방위법에 따라 도지사는 통합방위협의회 의장이 된다. 위원은 29명인데 수도군단장·2함대사령관·10전투비행단장을 비롯한 군 지휘관과 수원지검장·경기경찰청장·인천해양경찰청장 등이 포함된다. 도의회 의장과 교육감, 그리고 전력·통신을 관할하는 한전·KT의 지역책임자도 참여한다. 협의회는 민·관·군의 협력체제를 만들어놓고 을지훈련 등을 통해 부단히 이를 연습한다. 훈련이 실시되면 도지사는 도청 지하에 설치된 통합방위 종합상황실 벙커로 들어간다. 안보나 북한에 대해 비(非)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이가 경기도지사가 되면 어떻게 될까. 협의회는 민·관·군 갈등과 지휘체계 혼란으로 커다란 위기에 처할 것이다.



유시민 후보는 지난달 11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는다.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 현재까지 어뢰설·기뢰설 온갖 것들이 억측과 소설이다.” 5월 11일이면 외부폭발의 많은 증거가 드러난 때였다. 백령도에서 관측된 지진파, 승조원들의 증언, 인양된 함미와 함수의 절단면, 그리고 국제합동조사단의 잠정결론이 나왔다. 그런데도 그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며 언론과 전문가의 분석을 소설로 매도했다.



그가 경기도지사였다면 통합방위협의회에 난리가 났을 것이다. 지사는 소설이라고 하고 군 지휘관들은 사실이라고 맞서는 희한한 풍경이 벌어졌을 것이다. 2함대 사령관은 배가 공격을 받아 46명의 수병을 잃었다. 인천해양경찰청장은 58명의 생존자를 구해냈다. 그들은 ‘소설’ 지사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리고 유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나. 빈소 대신 도지사 공관에 몰려가야 하나.



정치인 유시민은 여러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의 가벼운 언행에 대해선 야권 동료들조차 적잖이 비판적이다. 다른 한편 그는 나름의 이유로 일정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5공 군사독재에 맞섰던 민주화 투쟁경력, 각종 저술에서 나타난 지식, 금전 스캔들이 없는 도덕성,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 그러나 이런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안보관이 이상하면 대한민국의 급소 자리를 맡기는 힘들다. 이것이 경기지사 선거가 주는 중요한 메시지 아닐까. 천안함 같은 사태를 겪으면 지식인이나 정치인의 역사적 좌표가 드러난다. 국가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건 허위(虛僞) 지식인이나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짧은 혀가 아니다. 공포스럽고 처절했던 그 현실을 직시하면서 공격자를 응징하고 안보태세를 잡아매는 행동가의 손과 발이다. 소설의 정치인이 아니라 논픽션(nonfiction)의 시민이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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