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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나는 모릅니다 아버지 건강 좋습니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김정일 장남 김정남, 두 달 추적 끝 마카오 인터뷰

한국 언론 최초로 중앙SUNDAY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만났다. 마카오의 알티라 호텔 식당에서다. 그는 20대 여성과 식사 중이었다. 취채팀을 만난 그는 놀라지도, 불편해 하지도 않았다. 사진도 찍으라고 했다. ‘망명설’에 대해 그는 “전혀. 유럽쪽으로 갈 계획이 없습니다. 유럽쪽으로 제가 왜 가요. 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라며 부인했다. 인터뷰는 약 10분간 이어졌다.



4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마카오의 신도심 코타이에 있는 38층짜리 알티라 호텔 10층. 양식을 파는 오로라 식당 안쪽,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남녀가 식사를 하고 있다. 남성은 입구를, 세련된 모습의 20대 여성은 창 쪽을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는 기자의 눈이 남성의 눈과 마주쳤다. 남과 여는 서로 뭔가를 말하더니 여성이 먼저 자리를 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살이 넉넉한 남성의 얼굴. 며칠간 면도하지 않은 듯 텁수룩했지만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두 달간 추적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9)이다. 그를 그렇게 찾아냈다.



김정남은 식당을 나가려고 계산을 서둘렀다. 그때 어디선가 전화가 오자 표준 한국말로 답한다. “여보세요~ 음. 알았어, 알았어.” 계산을 마친 그는 식당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나아갔다. 거기서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있는 취재팀을 만났다. 놀라거나 불편해 하지 않는 표정이다. 김정남씨는 “기자시죠?”라고 선수를 친다. 기자가 “사진 몇 장 찍겠다”고 하자 찍으라고 한다. 이렇게 대화가 시작됐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됐죠?”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그를 잡았다.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온 중앙SUNDAY 기자입니다. 중앙일보의 일요일 신문이죠.

“남쪽 기자시군요.”



조금 신기하다는 듯이 기자를 보는 그에게 명함을 건넸다. 명함 내용을 힐끗 보더니 긴 소매 셔츠의 앞주머니에 넣었다.

“남쪽 기자는 처음 만납니다. 지금까지 일본 기자는 좀 만났지만.”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몇 가지 좀 여쭙겠습니다.

“….”



-아우님(김정일 위원장의 3남이자 후계자인 정은)이 김옥(46) 여사의 아드님이라는 말씀을 하고 다니신다는 얘기를 마카오에서 들었습니다.

“(여유를 부리던 얼굴이 딱딱해졌다) 뭔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오전에 아드님을 만났습니다.

“가족 프라이버시는 지켜주시죠.”



-아버님(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은 어떠세요?”

“좋으십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안함? 나는 모릅니다. 그만하시죠.”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정은(28)은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부인 고영희(2004년 사망)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김정남씨는 첫 부인 성혜림(2002년 사망)의 아들이다.



기자가 질문한 ‘김옥 여사’는 김정일의 ‘네 번째 여성으로 권력 실세’라는 설명이 따라다니는 인물이다. 마카오의 지인들은 김정남씨가 ‘김정은은 고영희의 아들이 아니라 김옥의 아들이다’라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기자에게 전해 줬다. 서울의 고위 정보 소식통도 “정은의 생모가 김옥이라는 사실은 북쪽 지도부 안에서도 아주 제한된 사람들만 아는 내용”이라며 “이게 널리 알려지면 정은이 김씨 가문의 혈통을 정통으로 계승하지 못한 인물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옥의 정은 생모설은 후계 구도가 뒤틀릴 수 있는 왕가 혈통의 비밀인 셈이다.



김정남씨의 아들, 즉 김정일 위원장의 손자 김한솔(15)군을 이날 등굣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군의 얼굴엔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다.



질문을 국내외 정보 소식통들이 전해 준 ‘김정남 망명설’로 옮겼다.



-유럽 쪽으로 가실 거란 얘기가 들리던데요.

“유럽 쪽으로 간다는 건 무슨 의미죠? 제가 왜 유럽 쪽으로 가죠?”



단답형에 가깝던 정남씨의 말이 길고 복잡해졌다.



“아이고…. 전혀. 유럽 쪽으로 갈 계획이 없습니다. 유럽 쪽으로 간다는 의미가 뭔지 몰라가지고…. 유럽 쪽으로 제가 왜 가요. 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김정은 혈통의 비밀, 마카오선 “고영희 아닌 김옥의 아들”



-사시는 곳을 옮긴다는….

“전혀 그런 계획은 없는데요. 루머 같은데요.”



-그러면 유럽의 한 나라로 간다는 게 전혀 사실이 아닌가요.

“그 나라는 아시다시피 제가 과거에 여행을 했지 않습니까. 거기로 갈 이유가 없죠.”



그의 망명설 부인은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화제를 식사에 동행한 여성으로 돌렸다.



-호텔에 한국분과 같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예?’ 놀란 목소리였고 짜증 난다는 표정에 헛웃음을 지었다.

마카오 현지 지인들에 따르면 함께 투숙한 한국 여성은 마카오 카지노에서 딜러를 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문 주제를 김정은과의 관계로 돌릴 차례다. 여기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지난해 일본 언론들은 정은이 정남씨의 측근들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고위급 출신의 한 탈북자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2009년 4월의 이른바 ‘우암각 사건’이다. 우암각은 김정남의 평양 별장으로 종종 ‘파티 정치’가 벌어진다.



김정은이 보위부를 시켜 우암각을 수색하고 우암각 관리인을 연행해 파티 참석자들을 파악한 뒤 일부를 제거했다는 게 우암각 사건의 요지다.



-지난해 4월 우암각 사건이 있었다는데…. 선생님 아우님이 우암각을 수색했다는….

“모릅니다.” 안색을 바꾼 그는 질문에 더 이상 답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엘리베이터 앞 10분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취재진이 정남씨를 찾는 노력은 첩보전에 가까웠다. 중앙일보의 토요섹션인 ‘사람섹션 J’(5월 8일자)가 그를 찾으러 마카오를 훑었다. 그런 얼마 뒤 기자의 마카오 지인들은 “정남이가 곧 중국에서 돌아온다”고 했다. 3일로 추정됐다. 그래서 3일 종일 마카오 국제공항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허탕. 낙담하고 있는데 4일 오후 과거 출장 때 알게 돼 술도 한잔 했던 현지 여행사 사장이 한마디 전해 줬다. “알티라 호텔에 한국 여자와 있는 걸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호텔은 엄청난 장애물이었다. 도박장을 찾는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았다. 보통은 1층에 로비가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이 호텔의 로비는 38층에 있다. 방에서도 체크아웃이 되니 로비를 통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 1층 로비나 38층 로비 모두 지름이 20m쯤 될까. 조그마한 공간이라 죽치고 기다리기도 어렵다. 호텔 종업원들의 눈치가 매서웠다. 그런데 ‘늦은 아침을 먹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10층 식당으로 갔는데 마침 김정남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 언론만 해냈고 한국 언론은 한 번도 못했던 ‘김정남 찾기’가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마카오=안성규 기자 skme@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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