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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막지 마라

선거에는 ‘후보 구도’란 게 있다. 이것은 정당 구도와는 별개다. 인물의 특성과 장단점을 놓고 선거 쟁점이 형성되는 것을 일컫는다. 이번 선거의 후보 구도 짜기는 5월 13일 경기도지사 야당 후보 단일화 작업으로 완료됐다. 이어 유시민 단일후보의 등장은 지방선거 전체 판에 영향을 미쳐 갑자기 전 정권 심판과 현 정권 심판의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지난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이미 심판 받은 전 정권이 다시 한 번 선거판의 주 의제로 등장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그 이후 극심한 유권자의 연령 대결 양상이 나타난다. 고연령층은 여당 지지, 저연령층은 야당 지지의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 이것은 경기도를 넘어 수도권 전체로, 강원·충남·경남 등 참여정부 인사가 출마한 거의 전 지역으로 확대된다. 천안함 사태로 고연령층의 투표 참여는 이미 담보된 상태였다. 이에 맞서 저연령층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당초 경기도의 단일화 경선은 ‘인증’ 제도의 도입으로 승패가 결정됐다. 선거인단 모집에 인터넷이 활용되고 신청을 위해 인증을 거쳐야 하는 제도, 이것으로 고연령층은 단일화 경선에 접근이 어려워졌고 경선은 젊은 층의 무대가 됐다. 이번에도 경선 룰이 승패를 좌우한 것이다. 젊은 층의 힘으로 유시민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의 자격을 거머쥔다. 신생 국민참여당이 수십 배의 당원을 거느린 민주당을 쓰러뜨린 것이다.

지방선거 막판에 ‘인증’이란 말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이나 투표용 도장을 손등에 찍은 사진을 트위터 등에 올리는 행위다. 이것을 네티즌들은 ‘인증 샷’이라 부른다. 어떤 파워 트위터는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자신의 연극 표, 판화 작품 같은 경품까지 내걸었다.

이들은 대체로 종이 신문을 읽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들만의 세계에 몰입한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해석도 기성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전화 여론조사로는 잘 잡히지 않는다. 이것이 이번에 나타난 여론조사의 극심한 오류의 주원인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4.5%, 지난 번 선거보다 2.9%포인트 높다. 접전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젊은 층의 참여가 투표율 상승을 주도한 것이다. 투표일 오후에 갑자기 높아진 지역이 많은 것으로 봐서도 그렇다. 이들은 특성상 여당을 찍지 못한다. ‘김제동 외압설’ 한 가지만으로도 여당을 지지할 수 없다.

선관위 자료를 훑어보면 야당이 이긴 곳은 대체로 젊은 층의 인구 구성비가 높은 도시 지역이다. 자유선진당의 홈그라운드인 충남의 경우 박상돈 자유선진당 후보의 지역구인 천안에서도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앞섰다. 충북에서도 청주·청원·충주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선 야당 후보가 승리했다. 당초 남북(청주 대 충주) 간 소지역 대결이 되리라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여당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중심도시인 원주에서 졌다. 경남도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거제·진주 등에서도 야당 후보가 이긴 것은 젊은 층의 힘으로 봐야 한다. 천안·청주·원주·진주의 공통점은 대학교가 많은 교육도시란 점이다. 젊은 층의 투표 참여는 고질적인 지역주의 혹은 소지역주의의 벽까지도 상당히 희석시켰다. 이 경향은 향후 주요 선거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젊은 층이 조사 대상에서 많이 배제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여론조사는 심각한 위기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출구조사만 할 순 없다. 이에는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또 출구조사는 투표 당일만 실시 가능하다. 젊은 층을 여론조사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면 휴대전화 조사의 조건부 허용 등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여론조사가 틀렸다고 매도만 할 때가 아니다. 여론조사가 자꾸 빗나가면 우리 모두의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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