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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같은 관행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사회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다. 어느 건물의 유리창 하나가 깨졌는데 그대로 놔두면 얼마 후 더 많은 유리창이 깨지게 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무질서 상태가 범죄 발생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이 불특정 다수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켈링 교수는 후일 뉴욕시 교통국의 고문이 돼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기회를 가졌다. 당시 뉴욕에는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가 있었다. 특히 뉴욕 지하철은 시민들의 기피시설이 될 정도로 치안이 형편없었다.

이때 데이비드 건이라는 사람이 뉴욕 교통국장으로 오면서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했다. 그때 지하철 전동차량들은 페인트로 쓴 낙서로 가득했다. 그는 전동차량의 낙서를 ‘깨진 유리창’이라고 간주해 이를 방치하지 않기로 했다. 낙서를 지우는 작업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가 많은데 한가하게 낙서 따위나 신경 쓰고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데이비드 건은 84년부터 6년간 낙서와의 전쟁을 벌였다. 낙서로 더럽혀진 차량이 차량기지에 들어오면 낙서가 지워질 때까지 운행을 중단시켰다.

90년에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믿는 또 다른 사람인 윌리엄 브래튼이 뉴욕 교통국의 치안담당이 됐다. 그는 무임승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뉴욕 지하철에는 하루 17만 명의 무임승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살인·강도 등 더 심각한 강력 범죄가 지하철에서 터지는 마당에, 한가하게 무임승차 같은 경범죄나 잡고 있느냐는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무임승차자를 적발하면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불법 승차자들을 조사하니 그중 7분의 1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고, 20명 중 1명꼴로 불법 무기 소지자였다.

데이비드 건은 나중에 뉴욕시 경찰청장이 됐다. 공공장소의 만취자나 노상 방뇨자를 붙잡아 감옥에 넣고, 길거리 매춘부를 추방해 나갔다. 이것이 강력 범죄와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경범죄를 단속하면서 시민들의 의식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도시 전체가 달라졌다. 작은 범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시 정부의 태도가 일반 시민에게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뉴욕시의 살인사건은 90년을 정점으로 줄어들어 최근에는 6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다.

깨진 유리창 방치 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중 화장실이 더러워졌을 때 속히 청소를 하면 다른 이용자도 깨끗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다른 이용자들도 같이 더럽게 사용하게 된다. 공터에 작은 쓰레기가 돌아다니면 금방 그곳은 쓰레기장이 된다. 횡단보도에서 여러 사람이 신호를 기다리다 한 사람이 신호를 무시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건넌다. 특히 이해관계가 얽히면 더욱 그러하다. 시험을 볼 때 한 사람의 부정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자극한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할 때 가장 영향력이 큰 영역은 사회 지도층 비리일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관행’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되곤 한다. 교육계의 각종 비리, 정치권·공공기관과 관련한 비리, 교수들의 논문 관련 윤리,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주고받는 뇌물 등 일일이 언급하기조차 힘들다. 도덕성이 부족한 지도층은 시비곡직(是非曲直)을 분별할 수 있는 힘을 잃는다. 그로 인해 사회 구조는 왜곡되고 결국 잘못된 관행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6·2 지방선거를 전후한 선거 범죄는 2006년 지방선거 때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더 깨끗해지려면 모든 시민, 특히 지도층 인사들이 이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높은 도덕적 기준과 원칙, 철학을 바탕으로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려고 노력할 때에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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