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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함께한 원맨 밴드, 재즈 거장의 유쾌한 실험

재즈 팬들이 팻 메시니(Pat Metheny·56)의 공연에서 기대하는 건 도전적이고 새로운 시도다. 35년이 넘는 재즈 인생을 통해 그는 솔로와 그룹, 프로젝트를 번갈아 가며 예측 불허의 새로움을 재즈계에 제시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재즈 거장이라 하겠다.

2~5일 서울 LG아트센터서 열린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의 ‘Orchestrion’

그 팻 메시니가, 또다시 창신(創新)의 충격파를 우리에게 던졌으니, 바로 올해 발표된 그의 솔로 앨범 ‘오케스트리온(Orchestrion)’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자신의 기타 연주 외에 모든 악기를 사람을 대신해 연주하는 로봇(Robot)들과의 합주를 시도한다. 그러니까, 팻 메시니의 기타 연주를 제외한 베이스, 드럼 등 나머지 모든 악기가 앨범 ‘오케스트리온’을 위해 특수 제작된 기계가 연주하고 있다.

“늘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걸 음악으로 실현시키려는 게 바로 나”라고 생각해 온 팻 메시니는 2년 전, 사람의 손길 없이 기계의 움직임으로만 연주되는 재즈 원맨 밴드(one man band)라는 전대미문의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 작품이다. 그는 ‘오케스트리온’을 통해 어쿠스틱 사운드로는 불가능한 사운드의 정교함과 하모니를 만들면서, 전자음의 차갑고 인공적인 느낌이 아닌 인간의 숨결이 녹아 든 어쿠스틱의 느낌을 구현하려 했다.

기타만으로 진두지휘하는 이 마술 같은 1인 오케스트라의 위용은 6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서울 LG 아트센터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팻 메시니의 Orchestrion’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내한 공연엔 그의 야심 찬 새로운 시도에 열광하는 국내 재즈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늘 그랬듯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함께 홀연히 무대에 등장해 대표 레퍼토리들을 감칠맛 나게 이어가는 중에도 오케스트리온의 실체에 궁금해 하는 관객들의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세 곡을 연이어 기타 솔로로 이어가고 네 번째 곡을 연주하는 순간, 갑자기 뒤에 자리한 심벌즈와 작은 종이 기타 연주에 맞춰 스스로 소리를 내고 있다. 이윽고 무대 뒤 붉은 장막이 사라지며 등장한 오케스트리온의 실체에 관객들은 일제히 “우와!” 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마치 살아있는 듯, 스스로 움직이는 베이스와 기타, 비브라폰, 오르간, 마림바, 드럼의 움직임에 신기해하는 관객들의 시선들이 객석에 가득하다. 흡사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마냥 팻 메시니의 진두지휘에 맞춰 각자의 소리가 어우러지며 하모니를 만들어간다. 사람의 손이 아닌, 기계의 움직임만으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리온의 진풍경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앨범 ‘오케스트리온’에 수록된 5곡을 연이어 연주한 뒤, 내한 공연 때마다 늘 친절한 재즈 해설가를 자처해온 무대 매너로 그는 오케스트리온의 연주 원리를 설명해준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당신 미쳤어?’와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란 질문입니다. 기타 연주를 하다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이 발로 다른 기타를 연주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말이죠.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이 오케스트리온인데,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제가 연주하는 기타로부터 나온답니다.”

오랜 음악생활을 통해 늘 그랬지만, 팻 메시니의 지향점은 단 하나!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상상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오케스트리온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가 꿈꾸는 사운드의 실체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첨단의 기계가 결코 인간의 연주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는다. 그는 이미 70년대부터 싱클라비어(신시사이저의 일종)와 기타 신시사이저 같은 첨단 악기를 음악에 선구적으로 도입했지만 기술은 단지 그의 연주에 유유히 흐르는 상상력과 느낌을 표현해주는 수단일 뿐이다. 다시 말해 그의 팬들은 현란한 연주 장비로 무장한 팻 메시니가 아닌 바로 그의 순수하고 독창적인 영감이 우러나는 멜로디를 만나고 싶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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