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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언니 고마워”는 그만!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방송 3사의 연기대상. 이 상들은 권위와 공정성보단 어느새 각 방송사 출연 배우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된 지 오래다. 수상 부문은 왜 그리 많은지, 미니시리즈·단막극·연속극 등으로 쪼개는 것도 모자라 우수·최우수·중견·인기스타 등 갖다 붙인 상 이름도 숱하다. 상을 줄 때마다 두 명씩 나눠 주는 것도 이젠 관례가 됐다. 연예 권력, 스타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연말 시상식이다.

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30>

그런 것들엔 어느새 무감각해졌다. 정작 내 눈을 찌푸리게 하는 건 나눠먹기·공동 수상 남발이 아니다. 수상 소감이다. “아무개 연출 선생님, 작가님 감사합니다”와 같은 멘트는 그래도 같이 고생하며 작품을 만들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소감에 왜 그리 수많은 대표님과 사장님들이 거론되는지, 거기에 코디 언니와 미용실 원장님까지. 방송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고맙다는 말이야 사적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게다가 상 받는다는 것도 미리 다 통보받고 온다. 그럴싸한 수상 소감은 준비해 오는 게 최소한의 예의요, 상식 아닐까. 대한민국 연기자들의 상상력이, 표현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씁쓸할 뿐이다.

2년 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박준면씨가 호명됐다. 본인은 펄쩍펄쩍 뛰었다. 너무 감격하고 당황한 나머지 트로피를 받지도 않은 채 시상 테이블로 달려갔다. 울먹거리며 그가 했던 말. “얼굴도 못생기고 뚱뚱해서 그만두려 했는데, 윤호진 선생님이 10년만 더 해보고 결정하라고 해서…. 그리고 10년이 넘었습니다. 이렇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별다른 긴장감도 없이 진행되던 시상식을 단숨에 살려낸 건 박준면의 말이었다.

공연을 보고 난 뒤 관객은 벅찬 가슴을 부여잡고 돌아간다. 시상식이란 그 감동을 안겨준 배우를, 또 다른 인간의 모습으로 만나게 해주는 자리다. 그건 누가 수상하느냐, 어떤 축하 공연이 있는가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수상 소감은 시상식의 꽃이다. 복제될 수 없는 뮤지컬은 막이 내리면 그대로 사라지지만, 그 무대에 선 배우가 남긴 말 한마디는 영원히 기억된다.

2년 전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형제는 용감했다’로 소극장 뮤지컬상을 수상한 송승환 대표는 “60억원짜리 만들어 쫄딱 망했는데, 3억원짜리 제작해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건 단순히 웃기려고 한 멘트가 아니라 한국 뮤지컬의 창작 역량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를 토로한 자기 고백이었다. 2001년 7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흑인 배우론 처음 여우주연상을 받은 핼리 베리는 말이 길어 그쳐달라는 사인이 오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요! 74년을 기다렸다고요.”

황정민을 최고 배우 자리에 올려놓은 건 영화 ‘너는 내 운명’이 아니라, 2005년 청룡영화제 ‘밥상’ 수상 소감이었다. “주변 사람들한테 그래요, 전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요. 60여 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근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다 받고. 저는 이 트로피의 발가락 몇 개만 떼어가면 될 것 같아요.”

진솔함이 있든, 풍자가 있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우리 마음을 흔든다. 그 감동은 앙상한 수상 결과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된다. 내일 열리는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과연 누구의 말이 팬들의 가슴에 오롯이 새겨질까.



중앙일보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 성역은 없다는 모토를 갖고 공연 현장 구석구석을 헤집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더 뮤지컬 어워즈’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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