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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테’ 두른 빗자루

어둠을 갓 걷어낸 아침입니다. 구불구불 굽은 논배미가 아름다운 노전마을의 귀퉁이 논에서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뒷짐 진 할아버지 손에 들린 몽당한 빗자루가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백발을 누른 모자, 굽은 등과 청테이프 두른 빗자루가 세월을 한껏 품고 있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웬 빗자루예요?” “빗자루? 으응~. 이슬 쓸려고.” “이슬요?” “모판에 내린 이슬을 쓸어내야 약이 잘 들어.” “모판에 약 치세요?” “저기 할멈이 치고 있잖아.” “농사가 많으세요?” “아니. 닷 마지기뿐이야.” “힘들어 더 하지도 못해.” “그저 닷 마지기해서 아들네랑 나눠 먹고 그래.”

본래의 제 모습에서 닳고, 빠지고, 바래버린 몽당한 빗자루. 새것의 온전함에서 헌것으로의 변형은 세월만큼의 쓰임에 의해 바뀌어갑니다. 오십 줄에 들어선 제 모습 또한 그러합니다. 그러나 앞모습이든, 뒷모습이든 어디에다 자신 있게 드러낼 처지는 아닙니다. 굴곡진 세월의 흔적을 제대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그러함을 알아챈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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