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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조원 예산, 5만5000명 인사권 쥔 곽노현 당선자

서울 광화문 문화체육관광부 옆 공원에 5일 오후 전교조 간부 500여 명이 모였다.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동료교사에 대한 교육당국의 징계 요구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서울·경기·강원·광주·전남·전북 등 6개 시도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처음 열린 집회이기도 했다. 이날 등장한 팻말과 구호는 여느 때와 비슷했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참가자들은 농담도 하고 웃음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이명박 정부와 사사건건 부딪쳤던 전교조 입장에서는 6·2 지방선거 결과는 자축할 만한 일대 사건일 것이다.

진보 성향의 당선자들은 벌써 날 선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하나같이 정부정책과 반대되는 것들이다. 곽노현(55)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는 자율형 사립고가 상위권 학생을 위한 것이라며 설립에 반대했다. 자율형 사립고는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학교를 세워 교육 경쟁력을 키운다는 목표 하에 2012년까지 100개를 세울 계획이다. 곽 당선자는 또 입시 위주 교육을 하는 외국어고등학교는 퇴출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실시 중인 고교선택제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모두 실현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 선택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곽 당선자는 올해 전면 시행된 교원평가제를 수정하고, 교원노조 명단 공개와 민노당 가입 전교조 교사 중징계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생각도 곽 당선자와 다르지 않다. 이들이 연대해 정부와 충돌하면 학교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물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지금부터 정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이 해야 할 일은 혼란을 줄여 학생들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정부는 진보 성향 후보에 표를 던진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려야 한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선거 때는 정부와 각을 세워가며 당선됐더라도 이제는 좀 차분해져야 한다. 본인의 득표율이 30~40%에 불과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나머지 60~70% 유권자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신념만을 앞세워 학교 현장을 정치 선전의 장으로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에 있어 교육감의 권한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고·과학고 같은 특수목적고와 자사고의 설립·지정권을 갖고 교장 임용, 장학사·장학관, 공립 유·초·중·고교 교원 인사권을 갖는다.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 1년에 쓰는 예산이 6조원대고 교원 5만5000여 명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신념만 내세우기에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앞으로 16개 시·도교육감회의의 의장을 맡게 될 곽 당선자는 “약자를 괴롭히는 건 못 본다” “약자의 권익을 옹호해주는 데는 강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약자를 배려하는 게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경쟁력있는 강자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 그것도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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