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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와 동성애 경향

“동성애라는 소재가 충격적이더군. 공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묘한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얼마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 갔더니 참석자들의 이목이 필자에게 쏠렸다. 최근 방영 중인 한 드라마가 동성애를 파격적으로 다뤄 세간에 이슈가 되다 보니 동성애 문제를 직접 진료하는 필자의 의견에 관심이 아주 높았다.

드라마의 방영 자체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예방접종일 수 있다. 동성애를 좀 더 진지하게 숙고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라는 소수자를 인정하고 차이를 받아들이는 성숙된 방향으로 나간다면 말이다. 하지만 성의학자의 입장에서 우려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동성애는 성적 대상으로 누구를 좋아하는지, 즉 성적 지향성으로 판단한다. 필자가 연수했던 미국 킨제이 연구소의 큰 업적 중 하나가 바로 동성애자를 비정상으로 보지 않고 평균과 다른 통계적인 소수자로 본 것이다. 킨제이 박사가 1950년대 발표한 연구에서는 남성 동성애자(gay)가 전체 인구의 4%, 여성 동성애자(lesbian)가 2% 내외였다. 남성 쪽이 2배가 많다. 신기하게도 수십 년간 반복돼온 다른 연구 통계에서도 결과치는 거의 동일하다.

현대 의학계에서 동성애의 개념을 명료화한 사람은 스톰스(Storms) 박사다. 그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동성과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고 봤다. 그의 개념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동성애를 질병군에서 제외하게 만든 학문적 근거가 됐다. 다만, 일부 동성애 옹호론자들은 동성애 성향이 좀 있어도 원래부터 타고난 것이라 못 바꾼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는 아주 위험하다.

많은 사람은 ‘동성애 경향’과 ‘진정한 동성애’를 구분하지 못한다. 94년 라우만 박사 팀의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에 동성애 성향을 보이던 사람들 중 성인기에 동성애로 고착화되는 경우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즉, 성장과정 중 동성애적 성향은 누구나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현상을 영원불변한 성적 취향으로 단정 짓는 위험을 필자는 많이 봤다. 동성애 경향은 변할 수 있으며, 영구적으로 고착된 진정한 동성애와 다르다. 동성애 경향의 사람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영구적 동성애로 몰리는 것은 당사자나 사회에 또 다른 고통을 줄 수 있다.

동성애 경향은 경계선 인격장애나 기분장애, 정신분열 등 정신과적 문제의 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초기의 이성 경험에서 좌절하거나 성기능 장애를 겪은 사람이 동성애로 도피한 경우도 있다. 동성애 경향은 내면의 문제를 잘 치료하면 사라진다.

성적소수자인 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실제 우울증·불안 등 정신과적 문제가 이성애자보다 2~3배 가까이 높다. 동성애는 꼭 동성애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의학적 도움이 더 필요하다. 무조건 병이 아니라며 진료 자체를 피하는 것은 잘못이다. 막상 진료실에서 보면 당사자나 가족이 판단한 동성애의 진단이 뒤집히는 경우도 많다.

드라마나 사회여론이 동성애를 반대 또는 옹호하는 양 극단으로 흐를 경우 동성애 문제로 남몰래 고민하는 당사자들에게 아주 위험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해주기는커녕 무조건 동성애를 혐오하는 호모포비아(homophobia)도 문제지만 진정한 동성애인지, 동성애 경향인지도 분간하지 못한 채 무조건 옹호하는 것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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