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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벌떡 일어난 ‘홀인원 불발’의 추억

확률이 1만2000분의 1. 세상 사람들은 홀인원이야말로 모든 골퍼의 꿈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다르다. 홀인원이 뭐 그렇게 대단한가. 기껏해야 150야드 내외의 거리에서 샷을 해서 공을 홀 속에 집어넣는 일이 뭐 그렇게 위대한 업적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떠는가 말이다. 홀인원을 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한턱 낸다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렇게 성가신 일을 해서 뭐할까.

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114>

나도 160야드 거리에서 아이언샷을 해 홀 속에 공을 집어넣은 적은 있다. 그런데 남들은 그걸 보고 홀인원이라 하지 않고 버디라고 불렀다. 4년 전 어느 골프장의 파4홀에서 세 번째 샷을 홀 속에 그대로 집어넣었던 것이다. 티샷에 이어 세컨드샷이 ‘쪼로’가 난 뒤 세 번째 샷이 홀 속에 빨려 들어간 사건이었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때 그 손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함께 걷던 첫사랑 소녀의 손을 살포시 잡던 느낌이 그랬을까. 어쨌든 홀인원을 해도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2주 전 수도권 골프장에서 진짜 홀인원을 할 뻔했다. 파3의 17번 홀은 거리가 140m였다. 전반 내내 볼이 안 맞아 고생하던 나는 명예 회복을 노리고 힘차게 아이언을 휘둘렀다. 흰색 공이 파란 하늘을 가른 뒤 그린에 사뿐히 내려앉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 동반자들의 “굿샷”이란 외침은 공이 홀을 향해 살살 흘러내리면서 “어어~”로 바뀌었다.

아,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동반자들은 흘러가는 공을 바라보며 “홀인~”을 외쳤지만 마지막 한 글자를 외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홀 주변에 공이 멈춰서는 게 육안으로도 뚜렷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렇지. 홀인원이 나왔다면 골치 아플 뻔했네.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만약 저 공이 그대로 들어갔어봐. 그럼 홀인원 턱을 단단히 내야 할 것 아냐. 어떤 이들은 캐디에게 후한 사례금을 주고, 동반자들에겐 양복까지 맞춰준다지. 후유, 큰일날 뻔했네.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카트를 타고 가는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다 그린 위로 올라선 나는 까무러칠 뻔했다. 내가 친 공이 홀 가장자리에 걸쳐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공이 홀 안으로 톡 떨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공을 주워 들고 싶었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는 동반자들의 권유에 따라 1분을 기다렸다.

그러나 공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홀에서 탭인 버디로 홀아웃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골프장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17번 홀 주변에 멈춰 섰던 공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평소 홀인원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심지어 밤엔 너무도 아쉬워서 밤잠마저 설칠 지경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파3홀의 성적이 엉망이 됐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파3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설 때마다 홀인원 욕심을 낸 탓이다.

1㎝ 차이로 홀인원을 놓친 아쉬움을 꼭 풀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달려들다 보니 결과가 좋을 리 없다. 여지없이 ‘뒤땅’에 ‘쪼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멋쩍게 말한다. “멀리건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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