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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철길 3381km, 그 속에 녹색성장 길 있다

1952년 7월 22일 이승만(가운데) 대통령과 제임스 밴플리트(이 대통령 오른쪽 옆) 주한 미 8군 사령관, 이범석(앞줄 넥타이 차림) 초대 국무총리, 존 무초(오른쪽 나비 넥타이 차림) 주한 미 대사가 한강철교 복구를 기념하는 테이프 커팅 후 기차에 시승해 한강을 건너고 있다.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 소리에/ 남대문을 등지고 떠나 나가서/ 빨리 부는 바람의 형세 같으니/ 날개 가진 새라도 못 따르겠네.”

한국철도 111년

육당 최남선은 ‘경부철도 노래’(1908년)에서 신문명의 이기로 도입된 철도의 경이로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100년 전 한국인에게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당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보름 정도 걸리던 길을 기차는 11시간(평균 시속 40㎞) 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육당의 귀에 기차의 고동소리가 봉건사회의 깊은 잠을 깨우는 각성의 함성으로 들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21세기 철도는 ‘그린 코리아’의 희망이다. 철도는 전 세계적 화두인 녹색성장에 부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한 사람이 철도로 1㎞를 가면 평균 26g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같은 거리를 승용차로 달리면 151g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서울~부산(440㎞)을 간다면 철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 승용차는 66㎏이다. 둘의 차이인 55㎏은 소나무 11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2005년 배출량 대비 4%)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교통 분야에서 철도의 비중이 획기적으로 커질 필요가 있다.

어느 사회나 시대를 막론하고 ‘길’은 있었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와 철도다. 철도는 도로의 최대 약점인 교통 체증이 없다. 시간을 거의 정확하게 지켜주는 정시성과 한꺼번에 많은 승객·화물을 실어 나르는 대량 수송성은 철도만의 강점이다. 철도는 1825년 영국의 스톡턴와 달링턴 구간에서 처음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철도는 1899년 인천과 노량진 사이에 개통한 경인선이 시작이었다.

이어 경부선(1905년)·경의선(1906년)이 차례로 개통됐다. 이렇게 한국 철도의 역사는 한 세기를 훌쩍 넘었다. 그러나 도로·항공 같은 다른 교통 부문의 눈부신 발전에 비하면 철도의 발전은 크게 뒤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과거 한국의 교통정책은 도로 위주로 이뤄져 왔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1700만 대를 넘어섰을 정도로 자동차 이용은 보편화되고, 여기에 맞춰 도로도 길고 넓어졌다. 한때 꿈으로만 여겼던 ‘마이카 시대’를 넘어 ‘마이 투 카’ ‘스리 카’시대가 열렸다. 반면 철도의 총길이는 3381㎞(2008년 기준)로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3149㎞)에 비해 20년 만에 2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부 고속철 노선(223.6㎞)을 제외하면 새로 이어진 철도 노선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는 여객 열 명 중 두 명(수송분담률 20%) 이상이 철도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철도의 수송 분담률이 7.8%(2008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가 주춤한 사이에 외국 철도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까지 42개 노선에 걸쳐 1만3000㎞의 고속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우한(武漢)~광저우(廣州)와 올 2월 정저우(鄭州)~시안(西安) 고속철의 잇따른 개통으로 이미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망(3300㎞)을 구축했다. 대표적 도로 중심 국가인 미국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앞장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고속철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새크라멘토에서 시작해 샌프란시스코ㆍLA를 거쳐 샌디에이고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고속철도(총길이 1250㎞)’ 계획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 철도 강국인 일본은 이미 건설한 2452㎞의 고속철도망에 더해 12개 노선에서 3625㎞의 고속철을 새로 건설 중이며, 프랑스도 현재 1840㎞인 고속철도를 2025년까지 두 배 이상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도 올 11월 경부 고속철 2단계 구간(동대구~부산, 124.2㎞)을 개통할 예정이다. 2004년 4월 1단계 개통에 이어 6년 만이다. 2단계 개통이 이뤄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2시간18분 정도로 단축된다. 현재 고속철이 지나지 않는 울산ㆍ경주 지역에서도 서울까지 2시간 정도면 올 수 있어 서울과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이게 된다. 서울~춘천을 잇는 경춘선 복선 전철,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연결하는 공항철도 2단계 구간 등도 올해 잇따라 개통 예정이다.

하지만 단순히 노선이 길어진다고 철도 이용이 저절로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네 바퀴로 구석구석 가지 못하는 곳이 없지만 정해진 노선으로만 달려야 하는 철도는 승객을 최종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지 못한다. 철도 이용자들은 대개 기차역에서 내려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야 한다. 경부선 KTX 등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운행이 하루 몇 회로 한정돼 있어 기차를 타려면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명절에는 좌석수가 부족해 ‘표 구하기 전쟁’이 연례 행사로 되풀이된다. 철도 노선 확충도 중요하지만 떠나간 고객을 잡으려면 철도 효율성 향상과 고객 편의성 개선, 연계 교통망 확충 등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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