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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에 땅 수용한 일제, 노동력까지 징발해 건설 단가 낮춰

철도 도입 105년 만인 2004년에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됐다. [중앙포토]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차의 굴뚝 연기는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라.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우리나라 최초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된 1899년 독립신문 기사의 한 대목이다. 그해 노량진∼제물포 사이 33.2㎞에 철로가 부설됐다. 영국에서 세계 최초 철도가 건설된 지 74년 만이다. 아시아 최초 철도가 인도에 깔린 지 46년 만이기도 하다.

한국 철도는 두 얼굴을 가졌다. 근대화와 신문물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식민지 지배의 도구이기도 하다. 자발적인 근대화가 실패하고 일제에 의해 철길이 놓였기 때문이다. 조선인들이 처음 철도 열풍에 취한 때는 1880년대다. 주미 대리공사를 지낸 이하영이 귀국하면서 철도 모형을 가져와 철도 부설을 역설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첫 철도바람은 영국이나 미국처럼 대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열풍은 아니었다. 몇몇 지주와 기술자들이 나서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의 철도 건설 노력은 실패했다. 자금난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결국 우리 최초 철도(경인선) 부설권은 1896년 미국인 J R 모스에게 넘어갔다. 그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2년 뒤인 1898년 일본인에게 부설권을 팔아 넘겼다. 그리고 한 해 뒤인 1899년 9월 18일 경인선이 개통됐다.

영국이나 미국의 식민지와 달리 일제시대 조선에는 민간 자본으로 부설된 철도는 거의 없었다. 일본 정부가 경제뿐 아니라 정치·군사 관점에서 철도를 설계하고 부설해 운영했다. 영미인들은 철도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본조달과 조직운영 노하우를 축적했지만, 식민지 조선인들은 그런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오히려 일제는 조선인의 땅을 헐값에 수용하고 노동력은 반강제로 징발해 건설 단가를 낮췄다. 이런 철도는 조선인에게 원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시흥과 황해도 곡산 등에서는 일본인 철도기술자들이 조선인의 손에 살해되기도 했다. 일제는 한국인의 반철도운동을 철저히 탄압했다. 중일전쟁 중에는 철도가 지나가는 지역에 계엄을 선포했다. 철도를 공격한 조선인 40여 명이 사형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해방 직후 국토와 함께 철도도 분단됐다. 당시 남한의 철도는 모두 3000㎞ 정도였다. 해방전과 견줘 반 정도의 규모로 축소된 남쪽의 철도는 46년 경부선에 특급 해방자호를 운행하는 등 조직을 정비하고 시설과 장비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터져 철도는 끊어지고 망가졌다. 긴급 복구된 철도는 정상적인 여객이나 상품, 원자재를 수송하는 것 대신 병력이나 피란민,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기 바빴다.

경제개발계획이 마련된 60년대 철도는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경제개발계획에 맞춰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나섰다. 민간 자본이 부족해 정부가 직접 도로·항만·철도 건설에 뛰어든 것이다. 정부는 철도청을 설치해 체계적으로 기존 철도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철도를 건설했다. 전철화 사업도 벌였다. 74년에는 수도권 전철이 개통됐다. 특히 이 해 새마을호가 서울∼부산을 4시간50분대로 주파해 전국을 1일생활권으로 묶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철도는 수도권 전철망 확충, 선로의 개량, 혼잡선의 복선화 또는 3복선화 등을 실현해 효율성을 업그레이드했다.

고속철도 건설은 92년 시작됐다. 70년대 후반 들어 철도의 수송 능력이 물동량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자 고속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10여 년의 논란 끝에 착공했지만 고속철도 건설은 문화재 훼손 논란, 잦은 설계변경, 부실공사 의혹, 외환위기 등 많은 위기에 봉착했다. 애초 6년으로 예정되었던 공사기간을 훌쩍 넘겨 착공 12년 만인 2004년에야 개통됐다. 철도 도입 100여 년 만에 간선 노선이 우리 손으로 처음 완공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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