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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 하루 1위 하면 최고 3000만원 번다

김지원 SK텔레콤 매니저가 안드로이드폰인 갤럭시A로 교통정보 앱 ‘하이로드’를 실행해 서울 서소문 지역의 버스 정류장을 검색하고 있다. 단말기 내부 화면은 거리 풍경과 노출이 맞지 않아 따로 찍어 합성했다. 최정동 기자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 강 근처에서 제재소를 하던 존 서터는 우연히 금을 발견했다. 이 소식이 전국에 퍼지자 이듬해인 1849년에는 8만여 명이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 49년도의 사람들이라는 뜻의 샌프란시스코의 프로 미식축구팀 ‘포티나이너스(49ers)’는 여기서 유래된 이름이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캘리포니아는 1850년에 정식 주로 승격했다. 1853년에는 이주자 수가 25만 명에 달했다. 골드러시는 금이 고갈되면서 급격히 사그라들었지만 미국 서부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모바일 골드러시를 뛰는 사람들

하이로드 개발팀인 필링크 김형배씨, 윤하리 부장, 윤순복 과장.(사진 왼쪽부터)
1%에게만 팔아도 매출 1500만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넓혀가면서 국내에서도 ‘모바일 골드러시’가 시작됐다. 아이폰은 국내에서 70만 대 이상 팔렸다. 8일 발표되는 아이폰 신제품까지 감안하면 국내에서 아이폰 100만 대 시대가 멀지 않았다. 아이폰 보급이 늘면서 앱스토어에 도전하는 국내 개발자도 늘고 있다. 특히 개인 개발자나 1인 기업에 앱스토어는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이미 대박을 터뜨린 한국인 개인 개발자가 드물지 않다. 아이폰에 이어 지난달부터는 국산 안드로이드폰이 잇따라 등장했다. 박정민 SK텔레콤 MNO팀장은 “15만 명의 갤럭시A 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가 각종 앱을 내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말기 판매가 늘수록 안드로이드 마켓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SK텔레콤이 개최한 ‘T스토어 안드로이드 앱 공모전’에서도 개인 개발자들의 앱들이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대상을 차지한 ‘하이로드’는 위치정보시스템(GPS)과 증강현실(增强現實·AR)을 결합한 무료 교통정보 앱이다. 거리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면 근처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 위치가 표시된다. 정류장을 누르면 버스 노선과 도착 정보도 바로 알 수 있다. 개발자들은 중견 모바일 솔루션업체 필링크의 직원이다. 그런데 회사 차원에서 개발한 앱은 아니다.

개발자인 윤순복(35) 과장은 “사내 안드로이드 스터디 모임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필링크는 이동통신사용으로 문자메시지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업체다. 2000년 LG정보통신에서 갈라져 나왔다. 직원은 200명이 넘고 연 매출액이 300억원에 달하는 중견업체지만 앱 개발 부서는 따로 없었다. 또 다른 개발자인 김형배(28)씨는 “올 2월부터 12명이 스터디를 하다가 마침 공모전 소식이 있기에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앱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발 작업은 주로 저녁시간과 주말에 진행됐다. 윤 과장은 “새벽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전화를 붙잡고 몇 시간씩 통화하다 보니 ‘바람이 났느냐’는 의심도 받았다”고 말했다.

대상 상금은 4000만원. 회사에서는 개인 자격으로 받은 것이니 개발자들이 가지라고 했다. 두 사람은 절반을 스터디팀에 기부하고 나머지를 나눴다. 윤 과장은 주택 대출을 갚는 데 보태고, 미혼인 김씨는 결혼 자금으로 저축했다. 윤 과장은 “지금은 서울·경기도만 나오지만 다음엔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아이폰용 앱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료 앱이라 판매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널리 퍼지면 앱에 광고를 올려 수익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필링크의 다른 팀들도 이번 공모전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구글맵에서 특정 지역을 찾으면 사진과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지구앨범’, 근처 편의점 위치를 알려주는 ‘편의점마니아 24시’ 등이다. 필링크는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정식 앱개발팀을 만들었다.

고등학생에서 직장인까지 부푼 꿈
상금 1000만원인 금상을 받은 ‘블투맞고’ 개발자인 김재철(40) 차장은 보험회사인 AIA 직원이다. 경기대에서 전산을 전공한 그는 삼성SDS 등에서 웹 개발자로 일하다 2002년 AIA 전산 부문으로 옮겼다. 블투맞고는 근거리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를 이용해 근처에 있는 사람들끼리 고스톱을 즐길 수 있는 앱이다. 퇴근 후와 주말에만 작업하느라 막판 2주는 하루에 한두 시간밖에 못 잤다는 김 차장은 “그래도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아빠가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으쓱대는 걸 보니 기뻤다”고 말했다. 블투맞고는 1500원짜리 유료 앱으로 곧 T스토어에 등록할 예정이다. 김 차장은 “대박은 몰라도 중박 정도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나 컴퓨터와 게임을 하는 것보다 아는 사람과 즐기는 것이 훨씬 재미있으니 어느 정도는 팔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연내에 100만 명이 된다고 하니 그 가운데 1%만 내 앱을 사도 매출이 1500만원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생들도 모바일 골드러시에 대거 뛰어들었다. 희희덕덕은 숭실대 물리학과 1학년인 이희덕(19)군이 인터넷 개발 동호회 ‘UX피디아’에서 만난 박종국(27)·윤미영(24)씨와 공동으로 꾸린 팀이다. 박씨는 한양대 공학도고 윤씨는 모바일디자인 전문업체인 나텔레콤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이들은 이동통신업체 할인 가맹점을 알려주는 앱 ‘할인을 찾아서’를 선보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앱 개발을 공부했다는 이군은 “안드로이드 마켓에는 1000원에 올렸고 아이폰 앱스토어에도 0.99달러에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시한 지 2주밖에 안 돼서 아직 매출이 7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앱을 내려받은 사람들의 평이 괜찮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개발자도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박영훈(18)군은 아이폰용 앱으로 유명한 ‘서울버스’를 안드로이드용으로 고쳐서 만들었다. 박군은 지난해 말 이 앱을 내놓은 유주완(18)군의 친구다. 유군이 기술 자문을 해줬다. 이들은 2006년부터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SK텔레콤의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28개 팀 가운데 11개 팀이 학생이다.

기발한 앱도 쏟아졌다. 금융 솔루션 개발업체인 인피언컨설팅의 신진석 과장, 윤지환·김가현 대리는 요기잉네라는 스터디팀을 조직해 ‘서울해우소’를 개발했다. 전국의 민간 개방 화장실 주소의 GPS 좌표를 확인해 디지털 지도에 올렸다. 김 대리는 “‘위기 상황’에 정말 유용한 앱”이라고 말했다.

홍성철 SK텔레콤 서비스부문장은 “개인·학생들의 앱 개발 역량이 전문 개발자 뺨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SK텔레콤과 함께 모바일 1인 기업 1만 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163억 달러였던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2009년 186억 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세계 모바일 앱 시장은 연 평균 470%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모바일 앱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소프트웨어 산업도 급성장이 기대된다.

모바일 앱으로 제2의 벤처 붐 기대
안드로이드 마켓보다 2년 먼저 열린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대박 한국인 개발자들도 꽤 된다. 변해준씨가 지난해 3월 올린 게임 헤비매크는 한때 미국 앱스토어에서 전체 유료 판매 5위에 올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강우씨가 지난해 7월 선보인 ‘카툰워즈’는 8월 북미 유료 애플리케이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씨가 블루지앤씨라는 회사를 직접 차려 내놓은 후속작 ‘카툰워즈 거너’ 역시 유료 게임 1위에 올랐다.

메모장에 일정관리 기능을 통합한 ‘어썸노트’ 역시 앱스토어 프로덕티비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백승찬씨가 개발한 이 앱은 3달러99센트에 팔린다. 백씨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로 휴가를 떠나서도 이용자들의 질문과 제안에 일일이 답변을 하느라 PC방을 전전해야 했다.

개인 개발자들의 정확한 수익 규모는 알기 어렵다. 다만 세계에서 5000만 명이 이용하는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으로 부문별 선두권을 지키면 연 100만 달러(12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만 유료 앱 1위에 올라도 2000만~3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애플에 30%의 수수료를 주고도 연 수익이 수억원에 달하는 대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의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는 지난해 앱스토어에서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스포츠 게임 분야 1위를 차지한 ‘홈런배틀 3D’를 비롯한 9개의 게임을 내놓았다.

20만 개나 되는 애플 앱스토어는 분기별 매출이 1억 달러(1200억원)에 육박했다. 내년 말에는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5만 개의 앱이 올라있는 안드로이드 마켓은 아직 앱스토어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년이면 앱스토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앱스토어가 개인 개발자의 블루오션만은 아니다. 시장이 커질수록 전통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해외 앱스토어 상위 10위권은 대부분 EA·팝캡 등 유명 게임 개발업체가 점령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커뮤니티인 안드로이드 펍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서 소셜앤모바일 대표는 “성공 사례만 알려지기 때문에 수많은 실패는 조용히 묻히기 마련”이라며 “신선한 아이디어 하나로 처음부터 대박을 내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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