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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좋은 스마트폰의 BMW’ 꿈꾼다

피터 초우 HTC CEO
지난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10년 세계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23위를 차지했다. 199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 성적이다. 처음으로 일본(27위)을 제쳤다. 그런데 우리 성적표만 보느라 간과한 나라가 있다. 대만이다. 지난해 23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는 올 초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대만에 비해 떨어진다”며 “삼성전자처럼 되려면 대만 중소기업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대만 기업의 ‘간판’ 격이 HTC다.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위는 노키아(39.3%), 2위는 블랙베리로 알려진 리서치인모션(RIM, 19.4%), 3위는 아이폰의 애플(16.1%)이었다. 4위가 HTC로 260만 대를 팔아 4.8%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섰다.
 

구글이 택한 스마트폰 파트너 대만 HTC

97년 소형 컴퓨터 회사인 DEC의 엔지니어 HT 초가 쉐어 왕(52)의 투자를 받아 설립했다. 초는 2006년 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쉐어 왕은 현재 HTC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쉐어 왕은 21억 달러(지난해 기준)의 재산을 가진 대만 최고 여자 갑부다. 그의 아버지는 2008년 타계한 왕융칭(王永慶) 회장이다. ‘대만의 정주영’쯤 되는 인물이다. 15세 때 쌀 가게 점원으로 시작해 맨손으로 대만 플라스틱 그룹(포모사 그룹)을 일궈 대만 최고 재벌이 됐다. 그가 남긴 재산은 70억 달러에 이른다.

쉐어 왕은 왕융칭 회장과 그의 두 번째 부인 양차오(楊橋) 사이에서 태어났다. 생전에 4명의 부인을 거느렸던 왕융칭이 낳은 8명의 딸 가운데 셋째다. 타이베이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재벌가 딸인데도 유학 시절 하숙을 했다. 81년 대학 졸업 후 그의 둘째 언니와 형부가 운영하던 다중(大衆)컴퓨터 PC 사업부에서 해외영업을 시작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 뛰어들었다. 7년 후 독립해 VIA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집적회로(IC) 설계와 제작을 주로 하는 회사다. 경영 수완을 발휘해 인수 10년 만에 업계 2위 기업으로 만들어냈다.

HTC는 초기 노트북 생산 회사였다(이때 유일하게 PDA 등 모바일 기기에 열을 올린 이가 현재 CEO인 피터 초우다). 그러나 생산 비용 증가와 기술력,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99년까지 손실이 1800만 달러에 달했다.

위기의 돌파구는 변화였다. 2000년 HTC는 컴팩컴퓨터가 주문한 ‘아이팩’(PDA)을 만들었다. 컬러 화면에 윈도CE(소형 컴퓨터나 PDA 등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를 도입한 제품이었다. 대박이 났다. 월 주문이 20만 대를 웃돌았다. 아이팩이 히트를 치면서 HTC는 처음으로 적자에서 벗어났다. 2년 뒤에는 상장에도 성공했다.

주력 사업이 노트북에서 PDA가 됐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PDA가 맡았다. 쉐어 왕은 다음을 고민했다. 모바일 시장에 주목, 스마트폰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MS의 주문을 받아 2002년 세계 최초로 윈도모바일 스마트폰인 XDA를 출시했다.

HTC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를 공략했다. 이들의 서비스를 최적화해 담아낼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주겠다며 주문을 따냈다. 일반 제조사에 납품하는 제품의 마진율이 5%인데 반해 이통사 맞춤형 휴대전화는 마진율이 20%에 이른다. 연구개발(R&D)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이익이다. 매출은 두 배로 늘었고 주가는 2003~2006년 1000%나 뛰었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냐”

2006년 변화의 바람이 또다시 일었다.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기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기술팀 출신인 피터 초우가 새 CEO가 됐다. 그의 별명은 ‘미스터 퍼펙트’. 제품을 잠깐 봐도 결점을 집어낸다. 초우는 새 비전을 내놨다. 자기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했다. “브랜드 정체성 없이는 성장도 없다”가 그의 신념이었다. 그러나 리스크가 따른다. 개발·마케팅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ODM 하청을 주는 업체들이 HTC를 새로운 경쟁자로 여기고 주문을 안 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앞서 자기 브랜드 전략을 실행했던 다른 대만 기업들의 시도도 실패로 끝났다. 내부 토론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회사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초우는 주주들로부터 “당신 제정신이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초우는 그러나, 흔들림이 없었다. 차근차근 비전을 실행에 옮겼다. 일단 타깃 고객층을 명확히 했다. 애플이 세련된 소비자, 림이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면 HTC는 변화에 발 빠른 ‘프로슈머’를 타깃으로 삼았다. ‘(벤츠보다) 덜 비싸지만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의 BMW’가 HTC의 컨셉트였다. 이에 맞춰 HTC는 신상품 교체 주기를 3분기로 줄였다. 다른 회사는 6분기였다. R&D 비용을 전체 매출의 12%까지 늘렸다. MS에서 X박스를 디자인한 호레이스 루크를 최고혁신책임자(CIO)로 임명했다.

‘매직 랩’이라는 개발센터를 만들어 유저 인터페이스(UI)와 디자인에 혁신을 이끌었다. 매직 랩에는 보석 디자이너에서 컴퓨터 애니메이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 ‘마법사’가 내놓은 것이 HTC의 차세대 기술인 터치 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이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2007년 1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폰을 선보였다. 경쟁사가 먼저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위기였다. 그러나 초우는 이를 기회로 봤다.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에 대해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HTC 입장에서는 잡스가 공짜로 자신들의 신제품을 광고해 준 셈이 됐다. 그해 6월 아이폰이 시장에 나오기 3주 전 윈도모바일 OS를 차용한 HTC의 터치폰이 아시아와 유럽에 풀렸다. 아이폰(399달러)보다 저렴하면서(249달러), 아이폰에 버금가는 기능을 갖췄다. 11개월 만에 300만 대가 팔려나갔다. 같은 기간 아이폰 판매량의 절반쯤이다.
 
“대만의 삼성전자 되겠다”
윈도모바일에만 의존한 생산 구조는 위험하다. 여기에 삼성전자 등 경쟁자가 따라 붙었다. HTC만의 OS가 필요했다. 그러나 OS 개발에만 2억 달러, 유지 비용이 매년 5000만 달러가 든다. 무엇보다 개발에만 2년이 넘게 걸린다.

HTC가 고민하고 있을 때 구글이 답을 줬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는 개방형이다. 구글 입장에서도 첨단 제품을 빨리 만들어내는 HTC가 괜찮은 파트너였다. HTC는 2008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G1’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구글이 직접 유통에 나선 ‘넥서스원’을 만들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비중은 올해 HTC 매출의 47%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등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브랜드 인지도는 갈 길이 멀다. 미국에서 HTC 스마트폰을 소유한 사람들 대다수가 품질에 대해서는 만족했지만(10점 만점에 8점), ‘HTC’란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격도 문제다. 노키아처럼 대량 생산을 통해 비용을 줄이기도 어렵다. 특허 분쟁도 계속된다. 3월 초 애플은 HTC가 자사의 특허 20개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제소했다. 앞서 HTC는 MS와의 특허분쟁에서 두 손을 든 바 있다.

이 같은 한계 때문인지 2008년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세계 100대 IT 기업’에 HTC는 10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는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2006년 고점을 찍었던 주가는 여전히 그때 수준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그러나 초우는 여전히 자신감에 차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MBA) 케이스 스터디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는 여전히 젊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소니’ ‘한국=삼성’인 것처럼 ‘대만=HTC’를 만들겠다”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가 가는 길이 현실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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