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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연합해 외국 대형 은행 인수하자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주춤했던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주로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건전성을 바탕으로 관심을 보인다. 최근 상장됐거나 상장을 서두르고 있는 보험사들의 전략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투자회사들은 해외 영업망을 이용해 자산포트폴리오의 국제화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등 점령군이 거의 없는 동남아나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심으로 판을 짜고 있는 듯하다.

김우진의 캐나다 통신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좁은 국내시장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마진이 박한 데다 영업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경쟁우위를 선점한다는 관점에서 국제화는 설득력을 가진다. 게다가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도 감독당국의 눈치를 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잘해 보라고 지원까지 해주는 상황이니 무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성공 가능성만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략적 방향성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액션플랜(action plan)이 정교해 보이지 않는다.

우선 해외 진출 방식에 새로운 게 없다. 막연하게 해외의 중소형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해외 지점의 확대 개편 같은 접근은 곤란하다. 해외 교민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은 한계가 있다.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HSBC, 씨티, SC처럼 글로벌 금융그룹을 지향할 수도 없다. 사실 이들 회사가 일반 금융회사보다 몇 배나 많은 관리비용과 규제비용을 지불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니 선진 금융회사에 대한 지분투자부터 시작하자. 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선진 금융회사의 노하우나 소프트웨어를 전수받는 기회로 삼자.

추진 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빅뱅식 접근 방법이 있어야 한다. 즉 큰 건을 한 번 성사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리스크를 공유하고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간 협력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 간 상호지분보유(cross share-holdings)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네덜란드계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주도했던 ABN Amro와 ING의 최대주주는 서로 상대방 지주회사다. 우리도 은행 간 합병만 떠들지 말고 금융회사 상호 간에 지분 보유부터 시도해 보자. 법적 걸림돌은 있지만 고민하다 보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추진 주체도 문제다. 현재는 본부 인력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짜고 있다. 삼성전자 미주법인에서 총괄하여 미주지역을 공략하는 방법과 삼성전자 본사에서 세부전략까지 지시하는 방법 중 어느 방식이 더 효과적일까. 이제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들도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지주회사 밑에 또 다른 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에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이 지속성장을 담보해 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해외 진출 배경은 과거 70~80년대 일본의 선단식 경영체제(convoy system)와 다르다. 기업의 현지생산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영업이 확대되면서 일본의 금융회사들은 일본계 기업들을 따라 해외로 나갔다. 지금은 국적을 따져가며 거래를 하는 시대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실물부문과 금융부문 간 경쟁력 격차가 심하다. 결국 대기업과의 관계는 가격이 맞아야 형성되는데, 조달 비용이 선진 금융회사보다 높다면 그건 국제화를 통해서도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교육개혁을 포함한 금융 인프라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국제화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 핵심은 국내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외국금융회사와 동일한 여건 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이 바깥이 아니라 안을 바라보는 시각(inward looking perspective)에서 출발해야 하는 까닭이다.

스커드 자산운용사(Scudder Invest ments)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최초의 외국인 전용펀드였던 코리아펀드(Korea Fund)의 운용사였다. 2001년 도이치뱅크에 매각된 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고, 코리아펀드 운용도 그만두게 된다. 최근 노무라증권에 인수된 리먼 브러더스의 직원들도 경기가 좋아지면 많은 수가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 간 인수합병(cross-border M&A)은 성공하기 어렵다. 전략적 의사결정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실행의 우선순위가 빈틈없이 만들어져야 한다. 비즈니스 클래스도 타 보지 못한 프라이빗 뱅커가 제 집 드나들 듯 해외를 오가는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을까. 영어가 불편한 은행직원이 글로벌 미팅에 리더로 자리할 수 있겠는가. 금융 국제화의 전제조건은 자명하다. 인력의 글로벌화, 조직의 글로벌화, 시스템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서두른다고 득 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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