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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영어 함께 배우는 스포츠 잉글리시

스포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외국에서 건너온 발레나 축구같은 종목은 물론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태권도까지 영어로 교습해 인기몰이 중이다. 학부모들은 운동을 배우는 시간에도 아이가 영어에 노출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신나는 오감 자극…다양한 표현력을 길러요



#1 도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아이들이 두 명씩 마주보고 대련 자세를 취한채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다. 태글리쉬 석촌점 정지헌(36)관장이 “이기고 싶으면 먼저 기선을 제압하라”고 지시하자 아이들은 상대방에게 큰 소리로 “Give up!”(포기해!) “No way! I can do it!”(절대 안돼! 난 할 수 있어!)이라고 번갈아 가며 외쳐댔다. 태권도와 영어를 결합해 가르치고 있는 태글리쉬 수업 시간은 내내 아이들의 영어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수업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둘씩 짝을 지어 대련하거나 관장의 시범을 따라하며 동작을 익히는 시간은 40분 남짓. 나머지 시간은 편을 나눠 닭싸움을 하거나 게임을 통해 체력 훈련을 한다. 정 관장은 “다양한 놀이를 통해 더 많은 영어 표현을 기분 좋고 신나는 상황에서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 If you’re good kids, you can see magic seeds on my hands. Can you see them?”(착한 아이라면 내 손 위에서 마법의 씨앗을 볼 수 있어. 볼 수 있니?)



“Yes!”(네!) “Oh, Really? How many seeds on my hands?”(오, 정말? 내 손 위에 몇 개의 씨앗이 있지?)



영어학원이 아니다. 발레수업 중에 이어지는 대화다. 영어유치원 위즈아일랜드에서 발레를 가르치는 양지은(29·서울 도곡동) 강사는 학생들의 정확한 발레 동작을 체크하는 엄격함 대신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아이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양 강사는 “음악도 듣고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고 소품을 활용해 발레로 표현해보는 것 자체가 오감을 자극해 집중력과 흥미를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 속에 잠재된 기발한 생각들을 일깨워 발레와 영어 모두 거부감 없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게 이 수업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스포츠 잉글리시 교육 업체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첫 선을 보인 태글리쉬의 경우, 현재 전국에 걸쳐 100여곳 이상이 운영된다. 종목도 다양하다. 태권도, 발레 외에 요가나 승마·골프를 영어로 가르치는 곳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태권도와 영어를 결합한 태글리쉬는 유아부터 성인반까지 운영되고 있고 발레나 축구는 유소년층이 주로 수강한다.



수강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태글리쉬를 1년 넘게 배우고 있다는 정찬희(9·서울 석촌초 2)군은 “간단한 영어 표현이 자주 반복되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박민규(12·서울 석촌초 6)군도 “태권도 동작과 함께 몸으로 익히기 때문에 앉아서 단어 외울 때보다 확실히 기억에 잘 남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흥미 유발하지만 학습 방법으론 무리

유어에듀의 이근철 대표는 “스포츠 잉글리시는 처음 영어를 배우거나 영어에 자신감이 없는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체 활동이 사고를 자극해 영어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동기 부여나 흥미 유발 외에 영어 실력 향상까지 기대하는 건 곤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포츠 교습 수단으로 영어를 활용하는 것이니 만큼 사용되는 어휘나 표현에도 한계가 있다. 영어 학습 자체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말이다.



서울대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는 강사 문제를 언급했다. 학교 현장이나 유명한 사교육 업체들도 전문성 있는 원어민 강사를 쉽게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동과 함께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강사가 얼마나 되겠냐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아이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려면 유창성 외에도 어떤 어휘를 사용해가며 아이의 생각을 자극할지 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을교육연구소 강승임 소장은 “운동 실력과 영어 실력을 함께 키우려고 한다면 종목선정에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치의 시범을 보고 따라하는 데 그치는 운동보다 무용처럼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표현력을 기르는 종목에 도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정지헌 관장(오른쪽)이 박준서(서울 석촌초 2)군에게 어떤 동작으로 격파할 것인지에 대해 영어로 물어보고 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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