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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즐기면 열린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내 축구인생에서 부산은 잊을 수 없는 곳이다. 한국과 폴란드의 2002년 한·일 월드컵 D조 조별예선 첫 경기가 벌어진 곳이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이기 때문이다.

전반 26분 이을용이 볼을 잡자 나는 본능적으로 폴란드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했다. 눈이 마주친 이을용은 정확한 왼발 크로스를 나에게 보냈다. 그리고 짜릿한 왼발 슛. 그때 발등으로 느낀 그 감촉을 8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는 선수 생활을 마친 뒤 공교롭게도 부산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소속팀에 신경 쓰느라 대표팀 경기는 자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컵은 역시 월드컵인가 보다. 남아공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나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축구대표팀 경기를 꼭 챙겨 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 가능성을 묻는다. 대답하기 아주 곤란한 질문이다. 마음은 16강에 간다고 하고 싶지만 객관적인 상황은 그렇지 않다.

2002년 안방에서 열린 한ㆍ일 월드컵은 예외로 하자. 그때를 빼면 내게 월드컵은 늘 쓰라린 기억이었다. 16강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한국 축구의 5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47위다. B조 4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47등을 하다가 갑자기 16등으로 뛰어오르는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1등을 목표로 노력해야 하지만 막연하게 16강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하다.



다만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우리 후배들이 자신 있게 플레이하는 걸 보고 무척 기뻤다. 하루아침에 한국 축구가 세계 정상권으로 갈 수는 없지만 두려움을 떨치고 유쾌하게 경기를 즐기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발전이다. 24일 벌어진 일본전은 굉장히 짜임새가 있었다. 특히 최전방 공격에서부터 미드필드까지 상대를 수비할 때의 조직력이 돋보였다. 훈련을 상당히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16강으로 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조언이 가능하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 경기는 심리적으로 매우 어려워진다. 그건 역대 월드컵을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리스전이 이번 월드컵의 성패와 직결된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초반부터 덤벼들다가는 도리어 경기를 망칠 수 있다. 비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되 선제골을 내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말하자면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하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월드컵에서 한국이 쓸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다.



2002 한ㆍ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갖고 있던 세계 축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졌다고 본다. 2002년에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원정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토고에 2-1로 역전승했다. 세계와의 격차는 많이 줄었다. 이제는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당당히 세계에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도 ‘유쾌한 도전’이라 표현하며 선수들에게 자신 있게 월드컵에 임할 것을 주문했는데 내 생각도 같다. 우리 선수들이 갖고 있는 능력만 100% 발휘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팬들도 한국만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것을 넘어 월드컵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이번 월드컵은 아프리카에서 처음 벌어지는 월드컵이다. 겨울과 고지대라는 변수도 있어 매우 흥미로울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이 우승에 가장 근접한 것 같다. 마치 인터넷 게임을 보는 듯한 완벽한 패싱 플레이에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브라질이다. 호나우지뉴가 예비 엔트리로 밀린 것은 호나우지뉴가 못한다기보다는 그만큼 브라질의 선수층이 두텁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인과 브라질 등 강팀들의 경기를 보는 것은 월드컵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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