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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할론’ 제기 시민에 고개 끄덕이며 미소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원자바오 총리, 29일 한강 시민공원서 깜짝 조깅



서민의 총리, 인민의 총리, 친민(親民)의 총리. 원자바오(溫家寶·68) 중국 총리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백성을 사랑하기를 자식같이 한다는 ‘애민여자(愛民如子)’ 정신이다. 원 총리의 애민정신은 대중의 삶 속으로 직접 뛰어드는 ‘현장의 리더십’을 통해 드러나곤 한다.



그래서인가. 중국에선 언제부턴가 ‘어려움이 닥친 곳엔 언제나 원 총리가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2003년 중국 대륙에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유행할 때도 그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위기 타개에 나섰다.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당시엔 지진 발생 두 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눈물로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원 총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친서민 리더십’은 총리 취임 후 두 번째로 찾은 한국 방문에서도 발휘됐다. 이른 아침 한강변 조깅을 하면서 한국인들과 만난 것이다. 본지 기자가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그는 3년 전 서울 방문 시에도 동부이촌동 한강시민공원에서 15분간 조깅하며 시민들과 만났다.



29일 오전 6시5분 원 총리는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숙소인 신라호텔을 나섰다. 10분 뒤 그는 동호대교에서 가까운 서울 잠원동의 한강시민공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장신썬(張<946B>森) 주한 중국대사와 함께 곧바로 조깅을 시작하며 한강변에서 아침 운동을 하던 서울 시민들의 삶 속을 파고 들었다. 조깅을 하다 마주치는 사람이 있으면 멈춰 서서 “중국과 한국의 우의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한국인들에게 중국인들의 안부를 전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조깅 뒤엔 서울 시민들과 어울려 배드민턴을 치는가 하면, 야구를 하는 이들에게 다가가 캐치볼을 하고 직접 배팅을 해보았다. 새벽 기도 후에 아침 산책을 나온 부부로부터 포옹을 받기도 한 원 총리는 “한국 시민과 직접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이른 아침밖에 없어 이렇게 나왔다”며 “나는 한국과 한국인에게 깊은 우호의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와 서울 시민의 30여 분 만남에서 천안함 이야기가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다. 한 시민이 “원 총리가 오신 것을 언론을 통해 알고 있다. 원 총리 방한에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바란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러자 원 총리는 특유의 온화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여 이해를 표시했다.



<1> 운동 나온 시민과 8분간 배드민턴

“배드민턴 같이 칩시다.” 친구와 함께 이른 아침 배드민턴을 치러 나왔던 40대 회사원 오재열씨는 원 총리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이어 5m 정도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의 배드민턴 경기가 7~8분가량 이어졌다. 오씨가 셔틀콕을 강하게 쳐 원 총리 머리 위로 넘어가자 이를 받지 못한 원 총리는 “(셔틀콕이) 선 밖으로 나갔다(過線了:경기장 내의 테두리를 넘었다는 뜻)”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바람이 불어 한 자리에 서서 셔틀콕을 제대로 치기 어렵게 되자 원 총리는 아예 운동복 상의 점퍼까지 벗고 나섰다. 특히 가볍게 점프한 상태에서 셔틀콕을 치는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해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중 우의를 다지는 경기였다”는 소감을 밝힌 원 총리는 오씨에게 “가족들에게도 안부를 전해 달라”고 말했다.



<2> 야구 함께 즐긴 뒤엔 공에 사인도

“나는 왼손잡이라 야구를 할 때는 오른손에 끼는 글러브가 필요한데….” 조깅과 배드민턴으로 몸을 푼 것도 부족했는지 원 총리는 이번엔 야구를 즐기고 있던 회사원 남동호(38)씨에게 다가가 오른손 글러브가 있는지를 물어봤다. 남씨가 “없다”고 했지만 “어려서 야구를 배웠다”는 원 총리는 그래도 캐치볼 하기를 고집했다. 결국 원 총리는 남씨의 친구 송지수씨가 던져주는 볼을 맨손으로 받은 뒤 이를 송씨에게 되던졌다. 투구 폼을 잡으며 처음엔 가볍게 던지다 나중엔 꽤 스피드 있는 볼을 던져 송씨의 글로브에서 ‘퍽’ ‘퍽’ 소리가 날 정도였다. 흥이 난 원 총리는 “내 공 던지는 폼이 투수 같지 않으냐”는 농담을 던졌다.



한동안 투수 면모를 선보인 원 총리는 이어 타자로 변신했다. 공을 자신의 손으로 띄운 뒤 재빨리 배트를 휘둘러 정확히 공을 맞혔다. 평소에 야구를 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동작이었다. 지켜보던 시민들의 탄성이 또 한번 터졌다. 원 총리는 “송구와 포구, 배팅은 야구의 기본 아니냐”며 웃음 지었다. 남씨가 야구공에 ‘사인’을 부탁하자 원 총리는 흔쾌히 응했다. 사인 볼을 받은 남씨는 “아침부터 귀한 분을 만났으니 오늘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면서도 “원 총리를 만날 줄 알았으면 새 공을 준비했었어야 하는데…”라며 헌공에 사인 받은 걸 아쉬워했다.



<3> “한국·한국인에 깊은 우호의 감정”

“Welcome to Korea.” 한강시민공원에서 운동을 즐기던 원 총리는 이날 새벽 기도를 갔다가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고창섭(숙명여대 교수)·이장순 부부로부터 따뜻한 환영의 포옹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교 교장을 하다 정년 퇴직한 이장순씨가 “한·중 양국의 발전을 기원한다”며 “중국은 특히 음식 맛이 있다”고 하자 원 총리는 “나도 어제 신선로와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고 답했다. 원 총리는 “이른 아침밖에 시간이 없어 이렇게 나왔다. 한국과 한국인에 깊은 우호의 감정을 갖고 있다”며 자주 중국을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원 총리는 이어 남편은 LG에 다니고 아내는 변호사인 30대 부부를 만났다. 원 총리는 “모두 좋은 직장에 다닌다. 가정이 화목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원 총리는 특히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중국과 한국의 우의를 촉진하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며 “중·한 간 (비행 거리가) 1시간30분밖에 안 된다” “상하이 엑스포 방문을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을 더 많이 찾아 달라는 세일즈 외교였다.



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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