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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도심 녹지로 이어주는 게 공존의 길

멧돼지가 나타나면 마취총과 그물을 든 소방대원이 긴급 출동하는 곳이 서울이다. 호랑이는커녕 늑대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지만 야생동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양재천 너구리 가족은 방송사의 카메라에 들켰고, 주말이면 인파로 뒤엉키는 월드컵공원에서 삵이, 개발이 예고된 마곡유수지에서 고라니가 환경단체 활동가의 눈에 띄었다. 철저한 조사가 안 되었을 뿐, 인적 드문 산중에 오소리와 족제비,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을 타고 내려온 대륙목도리담비도 주택의 텃밭과 쓰레기통을 뒤질지 모른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려면

우리는 덩치가 큰 포유동물을 야생동물의 대표주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박쥐와 들쥐, 청설모와 다람쥐도 포유류고, 포유류가 아니어도 야생동물은 많다. 눈이 부리부리한 수리부엉이가 북한산에서 지배자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줄쥐와 같은 작은 포유류가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이나 뚝섬의 서울숲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의 베란다에 말똥가리나 황조롱이가 둥지를 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자연의 산물인지라, 주변에 깃들이는 동물을 본능적으로 반가워한다. 속도와 경쟁에 지친 회색도시의 시민들은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도봉산 계곡의 꼬리치레도롱뇽과 우면산 작은 호수의 두꺼비를 보호하려 애쓴다. 오페라하우스가 예정된 노들섬과 아파트로 뒤덮인 은평구를 떠나지 않은 맹꽁이에게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주며 미안해 한다. 시내 여기저기에 생태공원을 만들어 초대한 자연의 이웃들이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해 한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도시에 자연의 이웃이 깃들일 공간을 확보할 이유가 충분해진다. 보호대상종으로 선정한 뒤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외곽에서 도심의 녹지로 안전하게 연결되도록 녹지축을 조성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의 유서 깊은 도시들은 면적의 30% 이상을 숲으로 조성하려 애쓴다. 박물관들이 늘어선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는 다람쥐가 관광객을 먼저 맞고, 독일 도심의 자투리 공원마다 지빠귀와 비슷한 붉은 부리의 검은 새가 교교히 울며 이방인을 반긴다. 이방인은 이곳이 도시라는 걸 잠시 잊는다. 주거지에서 5분이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에는 나무와 풀을 심을 뿐 아니라 되도록 호수를 조성한다.

공원마다 습지 조성을, 산의 약수터에는 휴식년제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습지를 만들어야 지하수가 보충되고, 약수터에 인기척이 줄면 바로 20∼30종의 새들이 나타난다. 공원에 습지를 조성하고 약수터에 휴식년제를 도입하면 지하수맥이 유지된다. 수맥이 유지되면 여러 곳에 물이 많이 고이게 된다. 개구리가 나타나면 새들도 모여든다. 버들치와 청개구리가 서식하면, 노랑턱멧새와 흰눈썹황금새도 자연히 찾아드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 마련의 주체는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소가 되어야 한다. 시민단체와 대학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외곽에서 도심에 이르는 생태계의 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생태 모니터링 위원회를 만들어 내부 생물들의 변동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축적된 결과를 시민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면 끊어진 녹지축을 이을 때 분포하는 생물에 맞게 설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걷어낸 자리에 공원을 어떻게 조성하고 관리해야 할지 파악할 수 있다. 상징이 되는 동물이 동네마다 다채롭게 보전되면 시민들의 자부심도 높아진다.

회색도시의 건물 뒷골목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의 눈길은 두렵다. 하지만 녹지에서 만난다면 눈인사를 나눠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지리산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이들이 마실 물을 서로 권하듯 도시의 공원을 만들어가면 어떨까. 나무 사이로 직박구리가 날고 청설모가 오르내리는 공원은 시민의 마음을 열어준다. 한 동네에 뿌리내려 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그래서 조경학자들은 도시의 완성은 빌딩과 도로가 아니라 나무가 우거진 녹지로 본다. 동물이 찾는 도심 속 녹지 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북한산과 관악산, 청계산 안에 남산과 용산이 펼쳐지고 넓은 한강이 지천을 거느리며 흐르는 서울이라면, 여건은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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