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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청년의 공존 지혜

90세는 넘어야 장수라는 소리를 듣는 세상이 됐지만 그에 맞춰 노년의 삶과 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치매를 비롯한 이런저런 질병에 시달리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새로운 정보 습득·분석능력, 순발력, 기억력 등 인지행동기능이 전반적으로 감퇴하기 때문이다.

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물론 인생을 깊이 볼 줄 아는 지혜와 직관력이 생길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은 나이를 먹을수록 작은 일에 감정이 상하고 별것 아닌 것도 고깝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급변하는 테크놀로지 사회에서 무력감과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사회적 덕목이던 조선시대만 해도 나이 자랑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민담이 있을 정도로 ‘나이’는 일종의 권력이자 특혜였다. 하지만 그때와 자고 나면 세상이 변하는 요즘 같은 첨단기술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게 노인의 낡은(?) 지혜는 그다지 큰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한때 생산·소비의 주체였던 노인들은 경제력을 잃어가며 설 자리도 잃게 된다. 상점의 점원들의 눈에도 수더분하게 차린 노인 고객보다는 돈을 잘 쓸 거 같은 젊은이에게 깍듯하다.

불친절한 택시·버스 기사나 사람들과 몸을 부딪치는 것이 걱정돼 외출을 무서워하는 병약한 노인도 많다. 봉사단체나 종교단체는 물론이고 취미동호회마저 ‘○○세 이하 환영’이란 문구를 무심히 내건다. 노인 학대 사건의 발생 건수가 늘어나고, 절대빈곤계층에도 노인이 많다 하니, 확실히 이제 대한민국은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닌 것 같다.

노약자석에서 다툼이 자주 생기는 것도, 시끄러웠던 경희대 패륜녀 사건도, 정치적 이슈에서 세대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과격해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억울함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 역시 노인에 대한 거부감, 귀찮음, 이에 따른 죄의식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감정으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노인 중에는 전쟁과 기아의 시절을 딛고 일어나 기적을 일궈낸 이들이 적지 않다. 더 이상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우리 사회가 그분들을 짐스럽게 취급하고 무시한다면 지난 세월이 허탈하고 분할 것이다. 최근 학대받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그렇게 될까 걱정하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정신과를 찾는 노인이 많다고 한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아쉬운 시절인 것 같다. 천안함 정국에서 과격하게 내닫는 불안한 정치, 유럽발 악재로 요동치는 경제,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가 중심을 잃고 어지러운 것도 혹시 노년의 곰삭은 지혜와 청년의 풋풋한 정열이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한 탓은 아닌지 모르겠다.

치매 노인이 주인공인 영화 ‘시’를 눈물로 보면서 한 생각들이다. 고단하고 외롭고 허무한 노년을 사람에 대한 책임감과 시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이 아픈 감동으로 와닿는 것을 보면, 필자도 어느덧 인기 없는 노년의 입구로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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