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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햇살 좋은 날, 도심의 오아시스를 만끽하다

올해의 봄 날씨는 험악했습니다. 봄이 왔나 싶다가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치고 꽃이 피는구나 했는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꽃샘추위라고 하기에는 지나쳤습니다. 뒤늦게 겨우 핀 꽃들은 힘없이 지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어느새 끝나갑니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순신 장군 충정 담긴 광화문광장 ‘분수 12·23’

자동차와 인파로 가득한 도심에서 분수는 오아시스입니다. 그러나 쌀쌀한 날씨 탓에 4월 초부터 물을 뿜은 광화문광장 분수에 사람들은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제 시원한 물줄기가 그리운 계절이 되었습니다. 광화문으로 나들이 나온 김정현(20·사진)씨는 따뜻하게 데워진 동상 기단에 기대 피곤한 다리를 쉽니다. 신발까지 벗고 다리를 쭉 뻗어봅니다. 솟구치는 물줄기가 구슬을 꿰어 드리운 발의 역할을 하네요. 뜻하지 않게 찾아낸 아늑한 공간입니다. “눈앞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소리도 시원하고 좋네요.” 잡지를 보며 쉬던 그녀는 다시 인파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분수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분수 12·23’. 분수 이름치고는 특이합니다. 12와 23, 두 숫자는 무엇을 뜻할까요? 답은 분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순신 장군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임진왜란 당시 원균이 이끈 조선 해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합니다. 선조는 이순신을 다시 바다로 내보내지요. 수습된 배는 단 열두 척. 장군은 왕에게 장계를 올립니다.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적선 133척을 격파합니다.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명량대첩입니다. 분수이름의 12는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23은 장군이 임진왜란에서 세운 23전23승, 불패의 신화에서 따왔고요.

지난해 8월 광장이 문을 열 때 분수 이름을 두고 시비가 일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 출전시킨 배는 나중에 한 척을 추가해 열세 척이었다느니, 12·23이 일왕의 생일인 12월 23일을 연상시킨다느니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분수의 이름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듯합니다. 붐비는 도심에서 쉼터 역할을 해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이곳에 갈 때는 분수 구경만 하지 말고 잠시 눈을 들어 장군의 얼굴을 한번쯤 뵙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마침 우리의 바다에서 파도가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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