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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좋아진 양재천, 물고기 잡으러 너구리 가족 '출동'

서울 하늘 아래에서 야생과 문명이 조우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도심에서 우리가 눈 씻고 찾아나서도 야생동물을 보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드물게 그들이 먼저 사람 사는 동네를 찾아 스스로 존재를 알릴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엔 인간과 야생의 평화로운 조우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어떤 때엔 한 쪽이 목숨을 잃는 모험이 되기도 한다.
최근 가장 눈에 띄게 도심에 출몰하는 건 멧돼지다.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30차례 이상 나타났고 이 중 10번은 수도권 도심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북한산·아차산·도봉산 등 서울을 둘러싼 숲에서 서식하다 먹을 것을 찾아 사람이 사는 지역으로 내려왔다.

도심으로 나오는 야생동물들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구기동 주택가에서 ‘멧돼지 소동’이 일어났다. 오전 6시30분쯤 주택가 골목에 무게 약 200㎏의 진회색 멧돼지가 나타난 것. 북한산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멧돼지는 이날 새벽 1시쯤 평창동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5시간 30여 분 만에 구기동에서 다시 목격됐다. 주민 김모(47)씨가 운전하던 승용차는 골목을 지나다 돌진하던 멧돼지에게 받혀 범퍼 한쪽이 완전히 부서졌다. 인근 주민 수십여 명이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대원 30여 명이 2시간반을 추격한 끝에 멧돼지는 총탄 6발을 맞고 쓰러졌다. 총알 한 발에도 끄떡 않고 3m 철책을 뛰어넘던 ‘야생’이 최후를 맞는 순간이었다. 사살된 멧돼지는 쓰레기 처리장에서 소각 처리됐다.

도심에 내려온 멧돼지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사살되는 데 비해 몸집이 작은 동물들은 길 위에서 죽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3월 멸종위기동물(2급)인 삵이 올림픽대로에서 ‘로드킬’로 숨진 채 발견됐다. 차에 치여 내장이 파열된 채였다. 강서습지 생태공원에서 서식하던 이 수컷 삵은 개화산 인근 시설녹지로 이동하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사고를 당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팀(책임교수 박종화)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터라 삵의 죽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팀은 사고 한 달여 전 삵 암수 1쌍이 한강습지에서 서식하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당시 수컷은 무게 5.85㎏, 길이 61.2㎝로 매우 크고 활동이 왕성한 상태였다.

로드킬 희생자로는 고라니도 빼놓을 수 없다. 물을 좋아해 산 아래로 자주 내려오다 변을 당한다. 서울 광진구 아차산 일대에서는 여러 차례 야생 고라니가 서식하는 게 확인됐다. 2007년 7월 광장동 행정차고지 뒤편에서 고라니가 발견된 데 이어 2008년 5월 아차산 생태공원에서도 비슷한 동물이 목격됐다. 마실 물을 찾아 아차산 생태공원 연못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고라니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부 지역에서만 살아가는 사슴과 동물이다. 서울을 비롯해 지방에서는 훨씬 더 자주 목격된다. 우리에겐 흔한 야생동물 중 하나이지만 중국에서는 개체 수가 줄어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됐다.

올 들어 서울시내 산과 하천 주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에게는 광견병 너구리를 주의하라는 당부가 내려졌다. 북한산과 도봉산·수락산·양재천 등지에 서식하는 야생 너구리들이 광견병을 옮기는 매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야생 너구리가 인간과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양재천에서는 2006년 하천정비사업 이후 너구리를 목격했다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수질이 좋아지자 너구리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가를 찾는 것이다. 2004년에도 양재천 물놀이장 주변에서 밤마다 너구리 가족 10여 마리가 출현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들은 양재 시민의숲과 우면산 등지에서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지난 3월 시내 주요 산과 하천변 83곳에 어묵과 닭고기로 만든 광견병 미끼예방약 2만5000개를 뿌렸다.

때론 밭과 시설물을 망친다는 이유로, 때론 병을 옮기고 장애물이 된다는 이유로 그들은 서울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은 오늘도 힘겹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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