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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선 인간도 살 수 없다”

서울에도 야생동물이 살고 있을까. 아스팔트 가득한 서울에서 야생동물을 보고 그들과 어울리면 어떨까. 서울의 일상속에서 야생동물을 보기란 쉽지 않다. 100년 전 호랑이가 있었던 서울에서 제비 보기도 귀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서울에도 야생 동물이 살고 있다. 최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서울 곳곳에 야생동물이 살기에 적절한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들이 사람들이 뜸한 서울 한 곳에서 독자적인 그들만의 생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꿩이 둥지를 튼 게 대표적이다.

서울의 야생동물

서울에 있는 야생동물을 직접 보기 위해기자들이 현장을 찾아가 봤다. 장소는 야생조류와 포유류가 서식하기 좋은 장지동 한강 탄천과 개화동의 강서습지 생태공원, 그리고 너구리와 삵 등의 잦은 출몰로 화제가 된 종묘와 월드컵 공원이었다. 야생동물 연구가, 야생동물소모임 회원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하루 만에 포유류를 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조류는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기자들이 찾은 곳은 야생 상태가 그나마 잘 보존된 곳이어서 포유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망원경·쌍안경·디지털카메라 그리고 야생조류도감 등을 나눠 들고 탐사를 시작했다. 한강 탄천에서는 탐사 두 시간 만에 죽은 너구리의 사체를 발견했다. 월드컵 공원 주변에서는 반나절 동안 꿩과 까투리를 여섯 차례 목격했다.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선 고라니의 발자국과 너구리 배설물 등 야생 동물의 생생한 흔적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도시에 살면서 왜 야생동물도 있었으면 할까. 사람과 야생동물은 공존해야만 하는 것인가. 한봉호 서울시립대(조경학과) 교수는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이란 답을 내놓는다.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인간 역시 살 수 없다는 거다. 서울은 원래 인간의 것만이 아니었다. 한 교수는 “인간이 맏형이라면, 동물은 우리가 돌봐야 할 이웃"이라고 했다.

야생동물은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동물’을 뜻한다. 이우신 서울대(산림과학부) 교수에 따르면 조류·포유류·파충류에 담수어까지 야생동물로 정의한다. 서울에는 약 360종의 야생동물이 산다고 한다. 멸종위기동물 1~2급으로 지정된 동식물만 해도 삵·올빼미·구렁이 등 43종이 살고 있다. 서울의 야생동물 중 포유류는 약 30종이다. 그나마 드문드문 나타나는 포유류는 도심에서 환영받기는커녕 철저한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실제 고라니와 멧돼지ㆍ청설모 등이 모두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 논밭의 작물을 망쳐놓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준다는 거다. 지난해 한 방송사에서는 멧돼지를 잡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기까지 했다.

도심에 출현한 멧돼지는 대부분 사살된다. 최근 멧돼지는 궁궐·공원·주택가 등 사람들이 많은 곳에도 자주 나타났다. 국립자원생물관에 따르면 멧돼지의 서식 밀도는 1997년 100ha당 2.7마리에서 2009년 3.7마리로 뛰었다. 멧돼지는 호랑이나 늑대 등의 천적이 사라지면서 생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했다. 불어난 개체수 때문에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진 멧돼지들이 도심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녹색연합에서 활동하는 배보람씨는 “사람들은 멧돼지가 도심으로 내려와 난동을 피우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나 사람들이 등산로나 도로를 만들 때 멧돼지 서식지를 조금만 배려해주면 그들은 도심에 거의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늘어난 동물은 멧돼지만이 아니다. 비둘기와 고양이도 개체수가 크게 늘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비둘기나 고양이는 야생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그러나 88올림픽을 전후해 들여온 비둘기는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마음껏 번식했다. 고양이 역시 도심의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올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길고양이의 숫자가 25만~30만에 이른다. 도심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야생동물인 셈이다. 이렇게 번식한 비둘기는 포획의 대상이 됐다. 고양이 역시 번식기만 되면 불임 수술의 단골 대상이 된다. 줄어든 야생동물도, 늘어난 야생동물도 서울에선 맘 편할 날이 없다.

서울에서 사람과 야생동물은 공존할 수 있을까. 서울시에서는 야생동물을 보듬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각지에 생태보존지역이나 경관보존지역을 만들어 동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강서습지, 여의도 샛강, 고덕수변, 암사둔치 등 4곳에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2014년까지 총 8곳을 생태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동물의 서식지 절단을 막기 위한 생태 통로도 현재 18개를 만들어놨다. 배보람씨는 “생태통로를 만드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하나를 만들어도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도시는 분명 사람이 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하지만 사람이 잘 살려면 사람만 살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도심에 녹지가 풍부하다면 동물과 공존하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도시 속에도 사슴 같은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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