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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플랜 B’는 무엇입니까

경제부 기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가 있다. 증권 담당 기자가 출입처를 바꾸면 3일 만에, 은행 담당은 1년 만에 취재원에게 잊혀진다고 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주문 후 3일 뒤에 결제가 이뤄지고, 은행의 정기예금은 보통 1년짜리이기 때문이다. 보험은 출입 기자와 취재원의 친분 관계가 10년은 간다. 종신보험을 비롯해 10년 이상 장기 계약이 대부분이라서다. 보험 산업 자체가 우직하고 보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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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특성이 이러니 경영도 보수적이다. 그 가운데서도 유럽계 보험사들이 더 그렇다. 독일 보험사인 알리안츠 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00대 기업에서 알리안츠그룹은 매출액 1300억 달러, 순익 61억 달러, 자산 8430억 달러, 시가총액 527억 달러로 보험부문 1위를 차지했다. 알리안츠가 업계 1위가 된 건 이곳이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다. 다른 보험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AIG가 딱 그렇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기초로 한 신용디폴트스와프(CDS)·구조화채권(CDO)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회사가 공중 분해됐다. 반면 알리안츠는 이런 상품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장기로 고객의 돈을 굴려야 하는 보험사가 위험한 상품에는 투자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만큼 리스크 관리에 철저한 곳이다. 언제나 만약을 대비한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 알리안츠 그룹 본사에서는 전 세계 각 지역 법인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과거 벌어졌던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짜 보라는 주문이었다. 첫째는 1930년대 대공황이다. 경제가 그로기(빈사) 상태가 되면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가계 소득이 줄었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미래를 대비하는 보험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둘째는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따른 초저금리 시대다. 보험 회사에 저금리는 치명적이다. 과거 금리가 높았던 시절 계약해 둔 상품이 역마진을 일으키며 보험사의 목을 죈다. 셋째는 60년대 시작된 하이퍼(초) 인플레이션 시대다. 매년 물가가 두 자릿수로 오르는 상황에선 미래를 위해 자산을 축적하는 보험 가입은 손해다. 알리안츠는 경기가 장기 침체하거나,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극단적으로 낮추거나, 초저금리로 시장에 풀린 돈이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 모두에 대비해 경영 전략을 짠 셈이다(아직까지 세 가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난달 말 그리스 사태가 본격화되자 본사에서 새로운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지금보다 주식시장이 30% 폭락하고 초저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짜라고 했단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정말 증시가 30% 폭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게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라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행동 계획인 ‘플랜 A’가 아니라 만약을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하는 것은 기업 경영 전략의 기본이다. 삶도 경영하는 것이라면 인생의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 잘못 디디면 황천길로 갈 수 있는 배수진(背水陣)의 자세는 전쟁과 같은 이벤트에서나 필요하다. 당신의 플랜B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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