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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6종류와 해물 얹고 오븐에서 노릇하게 구워

한때 국제무역의 전진기지였던 모지항을 일본인은 ‘모지코(항)레트로(門司港 RETRO)’라 부르며 특별한 애정을 보인다. 재유행이란 뜻의 레트로는 ‘과거로의 회귀’란 의미도 품고 있어, 100년 역사를 넘긴 기차역과 아인슈타인이 묵었다는 미쓰이클럽, 고풍스러운 외관의 세관건물 등 유럽의 아담한 항구도시를 옮겨다 놓은 듯한 이국적인 모습에 딱 어울리는 단어다. 간몬(關門) 해협(海峽)을 배경으로 메이지(明治)시대부터 다이쇼(大正)시대에 건축된 근대 서양식 건축물이 가득한 시내를 걷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중절모에 편안한 셔츠 차림이 거리 풍경과 어울려 보이는 허 화백, 잠깐의 휴식을 틈타 관광지도를 유심히 훑어보더니 점심으로 야키카레를 선택한다. 평소 식성에 비추어 의외의 선택인 것 같아 다시 한번 확인하니 “모던보이에게 어울리는 모던푸드”라며 모지항 분위기에 맞장구를 친다.

일본 가다 -기타큐슈 두 번째 이야기: 야키카레

인도 다음으로 카레 많이 먹는 나라
도보로도 관광이 가능한 아담한 규모의 모지항에는 무려 30여 개의 전문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야키카레 본고장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한 사람당 1년에 평균 84회의 카레를 먹고(달로 환산하면 매달 평균 7번을 먹는 양이다), 우동부터 빵까지 다양한 음식에 카레를 사용하는 일본에서 야키카레가 독특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굽는다’는 뜻의 야키란 단어 때문이다. 카레를 끓이는 것도 모자라 굽는다고 하니 조리법이 당연히 궁금할 터. 주문과 동시에 허 화백이 불은 숯불인지 가스불인지, 프라이팬을 사용하는지, 석쇠나 다른 특이한 도구를 사용하는지 가리혼보의 주방장 미호코를 붙잡고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관광객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지 귀찮은 기색도 없이 그는 담담하게 오븐이라 답한다.

카레와 오븐의 조합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장소가 모지항이라면 쉽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1889년 개항 이래 서양에서 수입한 각종 물품들은 이곳을 거쳐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는데 오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외국 문물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을 고려하면 카레와 오븐의 조합이 낯설지만은 않다. 여기에 1950년대 자식들의 건강을 위해 계란을 넣고 구운 것이 유래라는 배경은 자칫 가벼워 보이는 음식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만든다(모지항의 어느 카페에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얼추 궁금증을 해소하자 주문한 ‘시푸드야키카레’가 테이블 위에 놓인다. 밥 위에 6가지 종류의 카레와 특제 육수로 맛을 낸 소스를 뿌리고 계란과 치즈 그리고 홍합·새우·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을 얹어 300도 이상의 온도에서 5분간 노릇노릇하게 구운 카레의 모습은 마치 그라탕(gratin)과 흡사하다. 모래탑의 밑동을 긁어내듯 조심스럽게 카레 한 숟가락을 떼어내 맛을 본 허 화백이 “부드러움은 우유를 졸여 놓은 듯 비단결에 버금가고, 고소함은 삶은 콩을 꾹꾹 눌러 굳힌 두부에 견줄 만하다”며 시구 같은 평을 내놓는다.

일본인들 역시 ‘카레 본연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고소함을 극대화했다’는 내용으로 야키카레 맛의 특징을 요약하니 허 화백의 칭찬이 과하지만은 않다. 특히 문어·닭고기 등 부재료와의 조화는 또 다른 장점으로 여름 채소, 가을 호박, 겨울 굴 등 제철 재료 13가지를 적용한 메뉴를 선보인다고 한다. 식사가 끝날 즈음 독특한 모양과 맛에 매료되었는지 거부감을 표시하던 일행들이 “매일 정장을 입다가 오랜만에 캐주얼 복장을 입었을 때의 느낌과도 비슷하다”는 세련된 평을 내놓는다. 맛뿐 아니라 분위기가 받쳐주니 카레도 특별해 보이나 보다. 음식은 먹는 장소도 중요하다는 허 화백의 지론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모지항의 어느 벽돌 건물 앞에 앉아 맛보는 야키카레는 또 다른 일본을 만나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흐뭇한 음식이다.

이치로 카레를 아시나요?
일본에 최초로 카레가 소개된 시기는 에도(江戶)시대 말기로 외국인 거주지에서 생활하던 영국인으로부터 전해졌다고 한다. 이후 특권층의 고급 음식으로 소수만 즐기던 것이 러일전쟁 이후 일본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다. 전쟁 당시 군용식품으로 맛을 알게 된 군인들이 전쟁 후 조리법을 전파했던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카레 가루는 1903년에 선을 보였으며 고체형은 1960년대 판매를 시작해 국내까지 도입되기에 이른다. 인도 커리와 다른 일본식 카레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국내 카레와는 별반 차이가 없으며 비빔밥처럼 비벼 먹는 것과 부분부분 떼어 먹는 식습관 정도가 다르다.

일본 지인이 알려준 팁을 공개한다면, 다른 세 종류의 카레가루를 섞어서 만들면 맛이 더욱 좋으며, 우유를 넣으면 부드러움이 배가된다. 한편 1982년 학교 영양사협의회가 1월 22일을 ‘카레의 날’로 선포했으며 해당일에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일제히 카레를 급식한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선수 이치로(一朗)가 7년간 매일 브런치로 먹었다는 카레가 화제가 되었는데 인터넷에 조리법이 퍼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국민음식이라 칭할 만하다.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 클레어(Clair)와 한진관광의 후원으로 2년간 일본을 방문해 다양한 요리와 온천 문화, 자연을 경험하고 그 체험을 독자와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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