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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집사람이 전 재산 쏟아 부어 수집했어요"

1 다산의 여신. 멕시코 콜리마, 기원전 100년~기원후 250년. 아이들이 여신의 온 몸과 팔·다리에 달라붙어 있다. 풍요를 상징한 ‘다산의 여신’상.2 풍요의 신 토우. 멕시코 아즈테카, 기원후 1400년. 아즈텍의 풍요의 신. 머리에 깃털 달린 모자 쓰고 왼손에는 사람의 머리를, 오른손에 칼 들고 있다. 태양신을 믿은 아즈텍인은 매일 태양이 떠오르게 하기 위해 인간의 피를 신에게 제물로 바쳤다는 전설이 있다.3 비취 가면.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기원전 100년께. ‘달의 피라미드’로 유명한 멕시코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의 유물. 실제로 사용한 게 아니라 무덤 부장품으로 제작된 가면이다.
“이건 극성도 아니고 열정도 아니고, 집념에 똘똘 뭉친 어떤 한 할망구가 이뤄낸 거야. 그런데 자기는 매스컴 타는 게 싫다면서 나 혼자 인터뷰하래.”경기도 고양시에 자리잡은 중남미문화원은 박물관·미술관·조각공원까지 갖췄다. 고대 유물부터 현대 작가의 작품까지, 중남미 예술을 아우르는 테마 공간이다. 도미니카·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에서 오랜 시간 외교관 생활을 한 이복형(79) 원장이 아내 홍갑표(77) 이사장과 함께 1994년 설립했다.

이경희 기자의 수집가 이야기 - 중남미문화원 이복형 원장

“젊은 시절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도 힘들었고 인구도 얼마 안 돼 사회주의 국가뿐 아니라 서구 자유 국가 외교관에게도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때 관저에서 파티 하면 옆집에서 꽃 꺾어다 식탁 장식하며 돈 아끼던 마누라가 이런 걸 사더라고. 마누라는 ‘당신에게 맞추려고 맞지도 않는 외교관 부인 하느라 애썼으니 퇴직하면 나한테 맞춰 춤을 추라’는 거야.”

“옥션이나 국영 경매에 가서 조각품이나 가구를 사들였어. 85년 아르헨티나 대사 할 적에, 잘살던 나라가 갑자기 흔들렸어. 그때 대리석 조각 열댓 개는 횡재하다시피 주웠지. 비싸고 큰 건 집사람이 샀어. 나는 비싸지 않은 가면을 모았지. 외교관은 통이 클 수가 없어. 반대로 집사람은 큰일만 생각해. 개인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전 재산을 쏟아 부었어. 빚도 졌고. 그런데 우리 집사람 뜻에 의해 처음부터 법인화했어.”

“여기 있는 나무 중 밤나무와 느티나무 빼고 단풍이나 목련은 묘목을 심은 거야. 집사람이 목련을 좋아하거든. 봄부터 가을까지 내 손을 거쳐 가는 나무가 1044주야. 나무를 잘 관찰해보시면, 위에 머리 부분은 안 잘려 있을 거야. 그거 자르려고 기 쓰다 떨어지면 죽을 거니까. 목련이 한창일 땐 아침 여섯 시 반부터 비질을 해요. 목련이 미끌미끌하거든. 직원들 출근길에 다치지 않도록 미리 치워야지. 여긴 사방이 다 일거리야. 내가 머슴이고. 나랑 악수 한번 해 봅시다. 이게 환경미화원 손이야.”

“한번은 중남미 은세공 전시를 하는데, 내가 라틴 실버웨어에 대한 자료를 풀어서 도록을 만들었어. 스페인어를 아는 학예사가 있어야지…. 내 비록 은퇴했고 여든이지만 그런 자료가 머리에 들어가니 남이 모르는 나만의 희열이 있지.”

“반면 왜 사서 고생하나 하는 생각도 있어. 공중도덕 문제 말인데, 17년 전에 비해선 어 랏 베터(a lot better). 그러나 지금도 종이조각 내가 줍고 일회용 깡통도 주워. 화가 나는 게, 미국에 근무할 적에 뉴욕미술관에 가보면 할렘에서 선생님 따라 온 아이들이 조용했다고. 여기선 애들이 꽃을 뜯는데도 선생님이 가만 있어. 그림에 조금 손을 댈 수는 있지. 그런데 아예 손을 대고 비벼. 그럼 ‘야 이놈아’ 하고 소리 지르지. 다음 날 인터넷에 올라와. 입장료 받았으면 됐지, 어떤 영감이 왜 우리 애들한테 소리 지르냐고.”

“17세기 남미 바로크 스타일의 성당을 짓고 바로크 스타일의 남미 종교미술품으로 꽉 채우는 게 우리 숙원사업이야. 지금 외관은 거의 마무리됐고, 12월이면 문을 열어. 멕시코에 세계적인 종교 조각가가 있는데, 집사람이 겁 없이 접촉해서 4년간 협상한 끝에 바로크 스타일의 제단을 받아오기로 했어. 성당이 완성되면 그야말로 아시아의 유일한 중남미 문화 테마 공간이 되는 거야.”

“이거 한다고 문화훈장을 받았어. 나라가 상은 잘 줘. 그런데 지원금 얻기가 그렇게 어려워. 김문수 지사가 부임해서 여기 인사 오고 나니 갑자기 부지사·국장이 막 오는 거야. ‘지사님이 어저께 회의하는데 그렇게 돈 들여 한 영어마을도 안 되고, 유물도 없는데 백남준 기념관 짓는다고 몇백억 쓰는데, 여기 가니 은퇴한 노인 내외가 사재 털어 하는데 사람이 많이 온다더라’는 거야. 허리 휘어져라 고생하는데,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법에 의해 도와줄 수 있는 거 아냐? 국가에서 학예사를 지원해 준다지만 여기는 최소한 스페인어·영어를 하거나 일본어 헌책방 자료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행정에 문화를 맞추지 말고 문화에 행정을 맞춰서 일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지.”

“마누라가 내년에 팔순은 챙겨준대. 칠순은 직원들이랑 삼겹살 구워먹고 넘어갔어. 시간도 없고 경황도 없었지. 그런 거 할 시간에 말뚝이라도 하나 더 박지. 저런 할망구랑 사는 노인네는 노후가 피곤해. 그래도 덕분에 외무부 후배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한달까? 남미로 가는 후배들이 나한테 와서 인사하고, 새 대사들 부임하면 여기서 만찬을 해. 내가 아직 나라에 도움이 된다는 거지. 그런 게 보람이고 작은 행복이야.”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면 블로그 ‘돌쇠공주 문화 다이어리(blog.joins.com/zang2ya)’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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