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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나면 부끄러울 일은 하지 말라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Q.착한 기업’이 되기도 어려운데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습니까?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풍토에서 공기업이 존경받기란 더욱 어려워 보이는데요.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를 해야 하나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①

A.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의 조건은 다섯 가지입니다. 기업 윤리, 지속적인 성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성과 창출, 인재 확보, 사회적 책임의 이행이 그것이죠. 그중에서도 기업 윤리는 존경받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입니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변화에 끌려다닐 게 아니라 그 변화를 주도해 내가 변화의 주인이 되어야 하죠.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당신의 운명을 스스로 컨트롤하라. 그러지 않으면 남이 컨트롤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화법을 빌리면 “변화하라. 그러지 않으면 변화당할 것이다”고 표현할 수 있죠.

다른 하나는 정직과 신뢰라는 가치입니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윤리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윤리를 어떻게 체질화하느냐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IIAC)엔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명문화된 규정이 있습니다.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고 예외 없이 퇴출시키는 것입니다.

부정을 저지른 사람은 누구도 보호할 수 없고 보호해서도 안 됩니다. 사장도 못합니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 하더라도 윤리적인 가치관에 문제가 있으면 교체해야 합니다. 동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생산성이 두 배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이런 인재가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켰는데 사람이 아까워 조직이 묵인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동료들의 의욕이 꺾여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사람을 보호하려다 조직이 망가지는 거죠. 결국 이 제도는 유혹을 뿌리치게 만듦으로써 직원을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름에 아웃이 들어가지만 직원을 아웃시키려는 제도가 아니라는 거죠.

공기업 평가단의 어느 교수가 우리에게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실적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웃시킨 실적이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유명무실한 제도가 아니냐”고 묻더군요. 농담이려니 했지만, 실적이 없는 것이야말로 바로 이 제도가 살아 있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윤리규정은 웬만한 회사는 다 있습니다. 대부분 규정의 내용도 잘돼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건 이 규정을 일일이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뉴스페이퍼 테스트를 하도록 합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인데 자신이 하는 일이 신문에 실려도 괜찮은지 스스로 점검을 해 보도록 하는 거예요. 또 전체 구성원이 준수자이면서 동시에 감시자인 시스템을 운용합니다. 부정에 대한 유혹을 받더라도 보는 눈이 있으면 저지르기가 쉽지 않죠. 기업윤리가 살아 있게 만드는 바람직한 제도는 윤리적인 문제가 아예 생기지 않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존경받는 기업에 몸담으면 자부심이 생깁니다. 회사가 자랑스럽죠. 그런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면 동료가 윤리규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이런 자세야말로 진정한 오너십이죠.

조직의 투명성과 내부의 신뢰를 높이는 제도로 우리는 간부 인사청문회(New Leader Assimilation)를 도입했습니다. 사장은 본부장을 대상으로, 본부장은 처장, 처장은 팀장, 팀장은 팀원들과 청문회를 엽니다. 청문회 참석자들은 리더를 대상으로 궁금한 것들을 묻고 리더는 진솔하게 답변을 해야 합니다. 가령 구조조정의 전문가라고 하는데 재임 중 직원들 막 자르는 거 아니냐고 누군가 물을 수 있죠. 이때 질문자의 익명성이 확보되도록 질문 내용을 노란색 포스트잇에 써서 리더가 입장하기 전 미리 보드에 붙여 놓습니다. 질문의 범주는 다섯 가지입니다. 소문 등을 통해 리더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 리더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 리더가 조직에 대해 알아야 할 것, 리더에 대해 우려하는 것, 리더에 대한 제안 등이죠. 이런 청문회를 열면 오해와 억측이 사라지고 조직이 투명해집니다. 그 결과 리더와 구성원이 친밀해지고 서로 신뢰가 생기죠. 자연히 팀워크가 좋아지고 불필요한 낭비도 없어집니다.

IIAC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입니다. 해외출장을 다녀왔는데 부사장 이하 전 임원이 비행기 앞까지 마중을 나온 거예요. 우리는 공항 출입증이 있어서 활주로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다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장이 출장 갔다오는데 왜 임원들이 일 안하고 나옵니까? 이게 무슨 낭비예요?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생긴 일이죠. 그런데 모르면 그럴 수 있습니다. 의외로 리더에 대해 구성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사실 일이라도 난듯 대거 마중 나온 광경을 보고 흐뭇해하는 사람이 꽤 있거든요. 말로는 다음엔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은근히 즐기는 거죠. 그러고서 한 술 더 떠 “아무개는 안 나왔나” 하고 한마디 하면 다음에 어떻게 되겠어요?

그런데 누구나 인사청문회 때 자신이 공언한 것에는 얽매이게 마련입니다. 인사청문회 때 “해외출장 다녀오시면 공항에 나가는 게 좋으냐”고 묻는데 자기가 나오지 말라고 했으면 그래서 안 나왔으려니 하고 정리를 하게 되죠. 그러면서 리더도 성장합니다.

인사청문회는 일차적으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토론도 벌어집니다. 조직원들이 회사의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리더가 그것을 문화로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리더로서 그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토론을 하다 보면 조직원들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어요. 이때 필요한 것이 컨센서스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직 안의 벽이 허물어지고 열린 기업문화가 만들어집니다. 열린 기업문화 만들기는 투명 경영의 일환이고, 투명성이야말로 윤리경영의 첫 번째 요소죠. 공기업은 특히 이른바 주인이 없는 회사라 파벌이 생기고 알력이 심해지기 십상입니다. 전체 하부조직에서 리더와 구성원 간에 공유하는 게 많아지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좋은 뜻에서 패밀리 의식이 생깁니다.

모름지기 조직은 같은 색깔의 피가 흘러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서로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 동화(assimilation)되면 그때 비로소 같은 피가 흐르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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