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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습니다] 박형수기자의 발산초 G러닝 수학 시간

“오늘의 퀘스트(과제)를 받으려면 ‘삼도천’으로 가서 ‘천 장군의 일정’을 보면 됩니다. 일정에 따라 ‘사냥터’에 들어가 ‘몬스터’를 처리한 다음 받은 물품을 활용해 학습지에 직육면체의 겨냥도와 전개도를 그려 오세요.”19일 서울 강서구 발산초등학교 5학년 7반 아이들이 컴퓨터실에 모였다. 수학 수업이 진행 중인데 박주영 교사가 내준 과제가 별나다. 그러나 학생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신나는 얼굴로 컴퓨터에 접속해 게임을 시작한다.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여 가며 게임에 몰두하는 학생들은 간간이 채팅도 하고 캐릭터를 꾸밀 아이템을 구매하기도 한다. 게임으로 하는 공부, G러닝을 도입한 뒤 확 달라진 발산초등학교 수학 시간에 기자가 들어가 봤다.



수학 게임하다 수학에 흥미 … 졸던 아이들 눈이 반짝

글=박형수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롤플레잉 게임하며 문제 해결



게임을 하며 수학을 배우고 있는 발산초 5학년 학생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수학 과목에 게임 학습법을 적용해 평균 점수가 향상됐다. [황정옥 기자]
이날 배울 단원은 5학년 수학 교과서 4단원에 나오는 ‘직육면체’다. 몬스터를 찾아 물리치면 반지나 모자 등 다양한 물건이 임무 창에 쌓인다. 이를 활용해 최종 문제의 답을 알아내는 것이다.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채팅 창을 열어 수학을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임선희 양은 “교과서로만 수업할 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나오면 딴짓을 하기도 했는데 게임 수업은 재미 있어 끝까지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교사가 처음 부여한 과제를 다 해결한 학생들은 추가 퀘스트까지 푼다. 박 교사는 “퀘스트를 해결할 때마다 캐릭터의 공격력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을 받을 수 있어 아이들이 한 문제라도 더 풀려고 애를 쓴다”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학생들의 게임 전체를 통제하는 마스터 역할을 한다. 그의 컴퓨터에는 학생들이 채팅창을 통해 나누는 대화 내용과 학생별 게임 진도가 한눈에 모니터링된다. “일부 학생은 게임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비속어를 내뱉기도 해요. 수업과 관계없는 잡담을 하기도 하죠. 주의를 줘도 이런 행동이 계속되면 교사가 게임 캐릭터를 감옥에 가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수 있어요.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통제 수단까지 갖추고 있는 셈이죠.”



이 수업은 게임에 능숙한 남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평소 수학에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던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반에서 매번 1등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김영민군이 이런 경우다. 김군은 “전에는 수학이 어렵기만 하고 재미도 없었다”며 “게임을 통해 배우다 보니 이해가 잘 되고 다른 친구들도 도와줄 수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게임 내용 학습지로 정리하며 습득



학생들은 게임을 마치면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학습지를 정리해야 한다. 최승아양은 직육면체의 전개도를 찾아야 하는 게임 속 퀘스트는 완수했지만 학습지에 정확히 옮기지 못해 다시 그려오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양은 “전개도는 실선과 점선을 구분해서 그려야 하는 데 다 실선으로 그렸기 때문”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이재인군은 “맞닿는 모서리 길이를 같게 그려야 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해 실수했다”며 친구에게 도움을 구했다. 박 교사는 “게임을 완수하다 보면 대략적인 개념은 이해하는데 막상 학습지에 손으로 옮겨 쓰다 보면 틀리는 부분이 생긴다”며 “학습지를 검사하다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틀리는 부분은 오프라인 수업으로 몇 차례 복습해 주면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수학에 자신감 느끼고 실력 격차도 줄어



발산초에서 처음 G러닝을 시작했을 때는 반발의 목소리가 컸다. 특히 “집에서도 못하게 막는 게임을 학교에서 하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게임 중독 등의 폐해를 우려한 것이다. 박 교사는 “교사들끼리 모여 13차례나 연수를 하며 수업 방식에 대해 연구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게임 규칙이나 아이템을 부여하는 방식 같은 사소한 지침부터 학습지의 내용이나 활용 방안 등과 같은 수업의 큰 틀까지 자세히 결정한 뒤에야 수업을 시작해 시행착오를 줄였다.



G러닝 적용 뒤 중위권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두드러졌다. 박 교사는 “수학 성적이 40~50점에 불과하던 학생들이 게임 수업을 한 뒤로 70점대까지 오르더니 계속 그 점수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 덕분인 것 같아요. 5학년만 돼도 수학 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꽤 많았는데, 게임을 하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끝내보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한번 공부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은 집에 가서도 공부를 따로 해와 실력을 더 키우려고 애쓰더라고요.”



발산초 G러닝 수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학래 교사는 “교사는 최종 과제만 제시하고 문제를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이 재미는 물론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어 앞으로 다른 과목에도 G러닝을 도입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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