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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거꾸로 가는 특허청 시계

발명가이자 인터넷 게임 사업을 하는 B씨는 온라인 게임 관련 특허를 2008년 중반 특허청에 출원했다. 그러나 2년이 다 된 지금도 감감 무소식이다. 왜 그런가 들여다봤더니 우선 일처리가 느렸다. 특허 심사관들이 심사에 필요한 선행기술 조사 의뢰를 심사 청구 1년 만에야 관련 기관에 한 것이다. 서류 하나 보내면 되는 간단한 절차인데도 그렇다. 이제는 다른 이들이 이미 공개된 자신의 특허 서류를 보고 기술을 도용할까 봐 걱정이나 하는 처지가 됐다.



특허 출원 2년째 감감 … 기술 도용될라 기업은 답답

특허 심사가 느려진 건 지난 2년간이다. 20~22개월 걸리던 1차 특허 심사기간(이하 심사기간)이 김종갑·전상우 전 청장 시절을 거치며 2006~2007년 평균 9.8개월로 짧아졌지만 지난해 평균 15.4개월로 다시 길어졌다. 심사기간의 획기적인 단축은 해외에서도 화제가 돼 다른 나라 특허청이 배우러 오기도 했다.



#늑장 심사에 기업만 골탕



특허 심사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기업 등 특허 출원인은 향후 심사 적체를 걱정한다. 특허 심사관 수는 큰 변동이 없고, 출원 건수는 주는데 심사기간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2003년 15만9477건이던 특허출원 건수는 2007년 19만3553건까지 늘다가 3년 전부터 한 해에 5000~9000여 건씩 줄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특허 심사관 1인당 심사 건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밑돌게 됐다. 2007년 1인당 심사건수는 한국 239건, 일본 217건(2006년), 지난해에는 한국 187건, 일본 220건이었다. 국내 총 심사건수는 2006년 24만665건으로 가장 많았다가 지난해에는 10만5507건으로 가장 많을 때의 43%로 줄었다.



익명을 원한 중소기업 대표는 “특허 심사관은 편해진 반면 출원인들은 늑장 심사에 골탕을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7년 전 심사기간이 22개월 안팎일 때 독창적인 기술을 도용당해 분쟁을 해결하느라 진을 뺀 경험이 있다. 출원한 특허 내용을 남이 가로채도 특허등록이 되기 전에는 권리 주장이 어려운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는 특허등록 후 1년여의 법정투쟁 끝에 약간의 합의금을 받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는 “특허 심사가 빨라지면 웃음 짓는 중소기업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기존 특허 심사가 빨랐을 때는 한국의 심사 결과를 보고 외국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으나 이제 거의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나올지 말지 모르고, 늑장 처리되는데 거액을 들여 외국에 출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특허청 김명섭 대변인은 “우리나라 특허청으로 기술 조사를 의뢰해 온 해외기업이 많이 늘었다. 이런 업무량이 2007년 전체의 10%가량 되던 것이 이제 30%가량 된다”고 말했다.





#제자리걸음하는 심사의 질



전년도에 비해 심사의 품질이 좋아졌는지를 따지는 심사품질 지수는 2006년 102.7, 2007년 101.7, 2009년 102.4로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특허청이 평가 항목에 따라 자체 조사하는 이 지수는 100이 넘을 경우 전년보다 나아졌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특허심사 오류율 역시 2006년 1.5%, 2007년 1.6%, 지난해 상반기 1.4%로 횡보 양상이다.



심각한 문제의 하나는 1차 심사를 한 뒤 이의를 달지 않고 곧바로 등록시켜주는 건수가 2006년 3만9440건에서 지난해 7682건으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특허 출원 수준이 아무리 하향평준화됐다 해도 이토록 급격히 줄기 어렵다. 곧바로 특허를 주는 걸 인위적으로 억제했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1차 심사 통과율이 낮아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개인 발명가다. 익명을 원한 특허청 심사관은 “특허의 품질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언제부터인가 일단 특허등록 거절을 남발하는 풍토가 생겼다. 그렇게 하면 일단 꼼꼼하게 심사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 효과 큰 심사 단축



산업연구원 조윤애 박사는 “심사기간이 9.8개월로 단축됐을 때인 2006년의 경우 그로 인한 한 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걸로 나왔다. 생산 증대 효과 1조6000억원, 부가가치 증대 효과 6600억원 등이었다”고 말했다. 심사기간이 길어지면 그런 효과가 줄 수밖에 없다. 그는 2007년 ‘특허 심사처리기간 단축에 따른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이란 보고서를 냈다. 이상희 대한변리사회장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12개월을 목표로 심사기간 단축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심사기간이 기술경쟁력의 관건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특허 출원인들은 심사기간을 놓고 어떤 생각을 할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4년 11월 기업 상대 설문조사 결과 1차 심사기간과 중간 서류 처리 기간을 더해 74%가 14개월 이내의 심사기간을 원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10개월 이내가 50.9%, 10~14개월이 31.1%, 대기업은 10~14개월이 36.6%였다. 75.2%는 심사기간이 길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허출원에서 1차 심사, 의견 접수, 최종 판정에 걸리는 기간을 더하면 2004년에 28.8개월, 지난해에는 22.2개월이었다. 최단 기간은 2007년 15개월이었다.



심사기간이 길어지면 기술 수명이 짧은 일부 정보통신기술(ICT)은 특허를 받아봐야 무용지물이다. 특허등록 시점에는 시장에서 쓸모없는 헌 기술이 돼 버린다. 산업기술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양안식 3D(입체) DMB 방송 기능 검증 시스템’의 기술 수명은 2년, ‘케이블 양방향 데이터 방송 저작도구·서버·단말’ 기술은 3년이다. 수명이 2~5년밖에 안 되는 기술이 수두룩한데 특허 심사시간이 2년을 넘으면 이런 기술의 경우 개발 의욕이 꺾일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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