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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아바타 시대의 교육

지난 토요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어느 시인이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했던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이었다. 자신을 가르치고 인도한 선생님들께 감사함을 표하는 의식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였다. 지식·품성·체력을 기르고, 사람의 몸과 마음을 성숙시키는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이야말로 우리 공동체의 형성·유지·발전의 보루이다. 나라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있다면 백년대계의 미래 동량을 기르는 선생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승의 날은 스승과 제자와 사회가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날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스승의 날도 축제가 되지 못했다. 인상적인 콘텐트로 축하한 학교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교총은 스승의 날이 법제화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기념식을 하지 않았다. 감사 표시가 정성이 아니라 촌지와 뇌물로 변질된 일탈 사례가 속출해 왔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에 아예 학교 문을 닫거나 꽃이나 선물을 보내지 말 것을 가정통신문으로 요청하는 것도 연례행사가 됐다. 스승의 날이라는 즐거운 무대에 주인공도 관객도 사라지고 공연의 막도 올리지 못하는 참담한 교육현장이 된 것이다.



교육현장의 일탈은 헤아릴 수 없다. 초등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내주는 숙제는 엄마와 아빠의 숙제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이들과 청소년의 외국 유학이 특출한 자질 개발을 위해서가 아니라 몰개성의 천편일률적인 서열세우기 교육환경에 대한 반발과 낙오에 대한 두려움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언어와 과학에서 뛰어난 학생을 발굴, 교육한다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설립한 특목고 학생들이 관련 없는 특정 전공으로 진학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문성을 심화해 세계를 상대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인적(人的) 능력을 확보한다는 목적이 표류하는 것이다.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전문의료인력을 양성하고 대학입시에서 과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의·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생명과학·화학·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다른 일반대학원은 존립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른바 스폰서 문화라는 병폐로 특검의 대상이 돼버린 검찰의 연고주의·순혈주의도 어려서부터 성적에 따른 우월의식을 심어온 교육철학의 빈곤이 낳은 괴물이다.



스승의 날 아침에 교문과 교실에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리본을 선생님의 가슴에 달아 드리고 꽃을 드리며 서로가 감사해서 사제가 함께 눈물을 쏟을 수 있었던 교육을 찾아나서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움을 응용할 수 있는 인재를 교육해야 한다. 한 명뿐일 수밖에 없는 1등 지상주의 일변도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자신의 고유함을 개발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통한 공존을 가르치는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최고의 중학·고등·대학교를 가기 위한 성적 따기에 올인하는 교육시스템으로는 변화무쌍한 21세기를 헤쳐갈 수 없을 것이다.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적 사고가 길러지는 교육은 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세상은 너와 나의 차이, 이 생각과 저 생각의 차이, 이 기술과 저 기술의 차이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융합해 새로운 비전과 즐거움을 꿈꾸는 컨버전스의 시대다. 첨단의 3D 입체영상기술로 영화 ‘아바타’를 만들어 우리의 사고와 삶 전반에 일대 변혁을 예고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서울디지털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디지털시대의 혁명을 위한 새로운 콘텐트로 ‘아바타’를 만들었다면서 좋은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운명하기 전인 2007년 9월 카네기 멜런대에서 행한 ‘마지막 강의’라는 동영상을 통해 세계를 감동케 한 랜디 포시 교수는 부모 같은 교육을 권했다.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옳고 그름에 관해, 현명함에 관해, 그리고 살면서 부딪히게 될 장애물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싶어 한다.’(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 그는 가상세계를 구축하는 수업의 과제를 통해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는 소통과 융합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없이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절대로 좋은 세계를 만들 수 없음을 강조했다.



우리의 교육철학과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산업개발형 교육은 이 땅에서 가난을 구제함으로써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이제는 개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창의적인 컨버전스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아바타의 시대를 맞아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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