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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대결서 승리한 경험, 친노 결집 두렵지 않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6·2 지방선거 ‘유시민 단일화’ 긴장하는 김문수·오세훈·안상수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살려라 경제! 희망캠프’ 출정식에서 김문수(경기지사)·오세훈(서울시장)·안상수(인천시장) 한나라당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들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뉴시스]


“굳이 국민참여당을 만든 것은 민주당의 존재를 부정했기 때문 아닙니까. 그런데도 민주당을 파트너로 삼을 수 있습니까.”(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저한테는 경선에 승복해주신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은 평생 모셔야 할 은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그런 분 아닙니까. 그런데 왜 공천으로 손발 다 잘라내고 세종시 문제로 고립시킵니까. 같은 당에 있는 것보다 서로 다른 당에 있는 게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흔히 지방선거의 꽃은 서울시장이라고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이번 6·2 지방선거에선 이 명제가 수정돼야 할 것 같다. 지난 13일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간 단일 후보로 유시민(51) 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참여당)이 확정되면서 경기도지사 선거판이 후끈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15일 새벽 ‘SBS 시사토론’이 90분간 개최한 한나라당 김문수(59) 후보와 유 후보 간의 맞장토론은 평소보다 두 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토론에서 김 후보는 차분한 어조로 현직 도지사의 경륜을 강조했고, 유 후보는 특유의 달변으로 김 후보를 몰아붙였다. 김 후보가 “임기 동안 경기도 복지예산이 당초 목표치인 20%를 훌쩍 넘겼다”고 하자, 유 후보는 “제가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 복지재정을 늘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맞받았다. 김 후보가 “유 후보가 당선되면 임기 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간 통합은 없겠느냐”고 공격하자 유 후보가 “없을 가능성이 많다”며 비켜가기도 했다.



토론 이틀 전, 유 후보는 민주당 김진표 후보를 0.96%포인트 차로 꺾었다. 유 후보를 포함해 16곳의 광역단체장 중 친노무현 인사가 야당 후보로 나온 곳이 8군데다. 유 후보의 승리는 그 흐름의 정점이었다. 이로써 6·2 지방선거의 판짜기가 완성됐다. MB 대 노무현, 현 정권 대 과거 정권, 산 자 대 죽은 자의 싸움…. 사람들이 말을 지어낼수록 구도는 명확해졌다. 유 후보는 후보자 등록 이후 첫 토론회에서 노란 넥타이를 매고 가슴에 노란 리본도 달았다. 노골적인 노무현 마케팅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야당의 이러한 움직임을 되레 반기는 기색이다. 별로 불리할 게 없는 싸움이라는 거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야당이 프레임을 명확하게 만들어줘서 싸우기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보통 지방선거는 정권 심판론으로 가기 십상인데 실패한 지난 정권의 사람들이 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수도권 선대위원장을 맡은 홍준표 의원도 “2년반 전 대선에서 압승한 구도라 나쁘지 않다”고 평했다. 정 총장은 이번 선거 구도를 ‘경제 살린 세력 대 경제 망친 세력’으로, 홍 의원은 ‘보수개혁론 대 좌파부활론’으로 규정했다.



김문수, 운동권 선배 손학규가 섭섭해

가장 반기는 쪽은 오세훈(49) 서울시장 후보다. 오 후보는 ‘노무현과의 싸움’에서 이겨본 경험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냈을 때 한나라당에서 내세웠던 새 인물이 오세훈이다. 강 전 장관에 이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한명숙 전 총리 역시 노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여성 후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06년 선거 때처럼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낙승을 거둘 수 있다.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권의 과오를 뒤집어쓰고 평가를 받았는데 한 전 총리는 정권의 수혜만 받아놓고 한나라당을 중간 평가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 측은 야권의 친노 마케팅에 반감을 느낀 부동층이 오 후보 쪽으로 이동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권 의원은 “이번 선거가 친노 세력의 정치적 부활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야권은 정책과 인물을 놓고 치러져야 할 지방선거를 정치선거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는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세력을 선택할 것인지, 미래로 나가는 세력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감성 마케팅이 정책이라는 콘텐트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현 언론특보도 “다음 주에 줄줄이 예정된 TV 토론회를 치르고 나면 현직 시장의 풍부한 시정 경험으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지사 선거로 관심이 쏠리는 게 오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중진 한나라당 의원은 “스포트라이트가 유시민 쪽으로 가면서 서울이 좀 조용해지고 편해진 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이 짊어졌던 부담감은 일부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의 몫이 됐다. 김문수 후보 측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경쟁 상대로 거론돼 왔던 김진표 의원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유시민 후보가 깜짝 승리를 거두는 바람에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전했다. 13일 유 후보가 확정되자마자 김 후보 측 최우영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유시민 후보는 선거판만 벌어지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전국구 철새이자 일은 안 하고 말만 하는 메뚜기 후보”라고 맹비난했다. 15일 토론에서도 김 후보는 유 후보의 잦은 당적 변경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김 후보 측의 거친 반격 한편에는 손학규(63)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서운함도 묻어있다. 결렬됐던 김진표-유시민 후보 단일화 협상을 성사시킨 인물이 바로 손 전 대표이기 때문이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에 대해 “배신감이 크다. 이렇게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느냐”고 푸념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 전 대표는 2006년 퇴임하며 자신의 자리를 김문수 후보에게 넘겼다. 둘은 서울대 운동권 선후배 사이다. 현직 지사와 당선자 신분으로 두 사람은 미국으로 외자 유치 출장을 같이 갈 정도로 관계가 돈독했다. 김 후보의 보좌관 출신인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손 지사 시절 경기도 공보관으로 들어가 일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유시민 후보는 김 후보와 지지층이 다르다. 우리는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도지사 공관을 나와 경기도 곳곳을 돌며 숙박하는 ‘외박 유세’를 펼치고 있다. 현장을 돌며 바닥 표심을 훑고 서민 후보의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계산이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에서 한나라당이 가장 불안해하는 곳은 인천이다.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송영길(47) 최고위원은 친노 후보라기보단 386 후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앞세우며 야권 표를 결집시키고 있다. 4월 26일~5월 4일 사이에 실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송 후보는 33.4%로 현직 시장인 안상수(64) 한나라당 후보(40.6%)를 10%포인트 미만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통상 여론조사에서 응답하지 않는 ‘숨어있는 야권 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열한 접전이다.



안 후보 입장에선 송 후보와의 대결이 껄끄럽다. 안 후보는 1999년 인천 계양·강화갑에서 치러진 15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송 후보를 누르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1년 뒤인 2000년 총선에서 송 후보에게 패한 경험이 있다. 10년 전 1승1패로 끝난 싸움의 최종 승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갈리는 셈이다. 같은 지역구 출신의 재선 시장과 3선 국회의원 간의 대결은 지역에서도 화제다.



수도권 벨트, 친노 인해전술 1차 저지선

친노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오세훈·김문수·안상수 후보는 지난 9일 ‘수도권 정책연대’를 선언했다. 겉으론 “수도권을 하나의 메갈로폴리스(거대도시)로 묶어 주택·교통 등 광역도시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취지(오세훈 후보)”였지만 실상은 친노 마케팅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오 후보 캠프의 이종현 언론특보는 “친노로 대변되는 감성 마케팅에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으로 맞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와 김 후보는 여권의 잠재적인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오 후보는 당내 경선 때 임기 중간인 2012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상대 후보들의 공격에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김 후보도 대선에 뜻을 두고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지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차기 대권을 고려하면 두 후보가 손을 잡는 게 손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서울시장 후보는 지방선거의 리더인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다른 후보들을 끌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도 “수도권 연대를 하면 오 후보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일단 다같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수도권 선거 특유의 속성도 연대의 이유가 됐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한 쪽이 3곳을 독식하지 않은 적은 딱 한번 있었다. 94년 민선 1기 선거 때다. 조순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회의 소속으로, 이인제 경기도지사 후보와 최기선 인천시장 후보가 민자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민선 2~4기까지 세 번은 한쪽이 ‘전부 이기거나 전부 지는(All or nothing)’선거였다. 98년에는 국민회의의 고건 서울시장 후보와 임창렬 경기지사 후보, 그리고 국민회의-자민련 연합공천을 받은 최기선 자민련 후보가 당선됐다. 2002년(이명박·손학규·안상수)과 2006년(오세훈·김문수·안상수)은 한나라당이 싹쓸이했다.



차명진 의원은 이러한 ‘수도권 패키지 당선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수도권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동일 생활권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나 인천시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또 반대로 서울에서 경기도·인천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시·도 경계에 따라 투표 성향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수도권 유권자들이 정당 투표 성향이 강하고 사회 이슈에 대한 반응 속도도 빠르다는 점도 한 이유다. 소위 바람이 불면 전부 이기거나 전부 지는 건곤일척의 승부가 벌어진다. 세 후보는 더구나 이러한 수도권 선거의 특성을 겪어본 현직 광역단체장들이다.



한나라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를 맞는 23일이 선거의 향배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추모 분위기의 확산을 세 후보의 수도권 벨트로 저지한다는 전략을 다듬고 있다.



선승혜 기자 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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