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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간송과 ‘하녀’

영화 ‘하녀’를 보러 갔습니다. 주연을 맡은 전도연에게 과연 다시 한번 칸의 영광을 안길 것인지 하는 기대도 함께 품고요. 고(故) 김기영 감독의 1960년 동명 작품을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한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연은 미술이었습니다. 영화 속 배경인 700평짜리 2층 대저택 곳곳엔 기하학적 추상 회화로 가득했습니다. 피아노로 베토벤을 즐기고 저녁이면 와인을 음미하는 최상류층 젊은 가장에게 미술은 그의 교양지수를 드러낼 또 다른 바로메타였겠죠.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꼬맹이 딸의 생일 선물로 그림 하나를 건넵니다. 글씨 작품 ‘LOVE’로 유명한 미국 팝아트 거장 로버트 인디애나의 세리그래프(실크스크린 인쇄에 의한 채색화) ‘메릴린’이었습니다. 원안에는 메릴린 먼로의 상반신 누드가 있고 그 주위를 매, 클래라, 베티, 제인, 리타’라는 글씨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바로 매 웨스트, 클래라 킴벌 영, 베티 데이비스, 제인 맨스필드, 리타 헤이워스의 이름으로 모두 당대의 섹스 심벌들이죠.

부자 아빠는 왜 어린 딸에게 하필 이 그림을 선물로 주었을까요. 아니, 임 감독은 왜 시가 50억원이나 된다는 이 그림을 직접 빌려 작품에 사용해야 했을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문득 간송 전형필(1906~62사진) 선생이 떠올랐습니다. 조선에서 손꼽히는 갑부 자리에 올랐을 때가 스물네 살 때였습니다. 논만 보더라도 지금 돈으로 6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였죠.

그는 갑작스레 얻게 된 유산을 당시 마구 일본으로 유출되던 우리 문화재를 사 모으는 데 오롯이 바칩니다. 최근 출간된 『간송 전형필(김영사)』을 읽으면서 새삼 그의 정신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간송은 왜 다른 부자와 달랐을까요. 그의 ‘안목과 열정’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마침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16일부터 30일까지 봄 전시를 연다는 소식입니다. 영화 속 젊은 부자 부부의 모습에 속이 편치 않으셨다면,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간송의 삶을 생각하며 나들이 길에 나서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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