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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끝없는 인파, 진위 논란에도 한 달 새 180만 명

1 성의(聖衣) 전체
2000년 밀라노 한인 성당 신부님을 모시고 다녀온 지 꼭 10년 만이다. 두오모 성당 뒤 로열가든 안에는 짧은 순례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방문객들이 입장하기 전에 경건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한 배려이리라. 무료라 그런지 아니면 모두 이 순간을 기다려온 독실한 신자들인지 몰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인간의 강이 공원 안을 구불구불 가로지르고 있었다. 단체로 방문한 순례자들은 이 길고도 짧은 순간에 묵주 기도를 바쳤다. 방문객들의 평균 연령대는 50세쯤 되는 것 같았다.

김성희의 유럽문화 통신: 10년 만에 열린 ‘토리노의 성의(聖衣)-Sacra Sindone di Torino’전을 가다

드디어 두오모 성당 안. 저 멀리 제단 앞에 노랗고 긴 그것이 보였다. 약 1분마다 한 번씩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그 앞에 머물렀다 떠났다. 차례가 왔고, 마찬가지로 1분 정도 서서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것은 예수의 형상이 나타난 성의(聖衣)였다.토리노의 성의. 과연 무엇인가? 진짜일까 조작일까? 예수님 탄생 2000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수의는 예수의 장례식 때 예수를 위·아래로 감쌌던 것으로 알려진 세로 약 131㎝, 가로 약 442㎝, 두께 0.34㎜, 무게 2.45㎏짜리 손으로 짠 능직(綾織)의 긴 천이다. 이 수의를 반으로 나눠 보았을 때 왼쪽에는 수염 난 남성의 앞 부분이, 오른쪽에는 남성 뒷부분의 형상이 나타난다.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네거티브로 인화한 사진을 보면 형상이 뚜렷하다. 1898년 토리노의 변호사였던 세콘도 피아(Secondo Pia)가 찍은 첫 사진은 온 세상을 놀라게 했다. 수의에는 일정 부위에 데칼코마니처럼 탄 부분이 보이는데, 이것은 1532년 프랑스 상베리의 사보이 성당 화재로 당시 8번 접힌 수의의 가장자리가 불에 탄 흔적이다.

4세기께 시리아 사본에는 에데사(현재의 터키 우르파)를 거쳐 1204년까지 콘스탄티노플에 있었다. 4차 십자군 침략 후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1205년 4차 십자군의 기사 ‘오손 드 라 로쉬’가 수의를 아테네로 옮겼다고 최근 문헌은 전한다. 1353년 오손의 후손 ‘잔느 드 베르지’가 수의를 소장하고 있던 ‘제프리 드 샤네이’와 결혼해 공동 소유했고, 샤네이의 후손들은 1452년 소유권을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에 넘겼다. 사보이 왕가는 1578년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토리노를 수도로 정하고 수의도 옮겨와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수의는 1580년 이후 400년간 11차례 정도만 공개됐다. 20세기에는 1931년과 33년, 78년, 98년의 네 차례만 보여졌다. 21세기에 들어서는 2000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다음 공개는 2020년이 될지 아니면 그 전, 혹은 그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2 성의 얼굴 부분 2 성의 얼굴 부분을 네거티브로 인화한 사진/사진 토리노 두오모 성당 제공
교회와 옹호자들은 이것을 예수의 형상이라고 믿고 있다. 수의에 나타난 가시 면류관의 흔적, 손목과 발목에 못 박혔던 흔적, 옆구리에 찔린 상처, 채찍에 맞아 생긴 등의 상처 등이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예수 고난의 묘사와 일치한다. 상처 부위에는 피를 흘린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수의의 얼굴 부분은 2차원적이 아닌 3차원적으로 분석된다. 북부 스페인 오비에도(Oviedo) 성당에 있는, 예수의 얼굴을 덮었던 수의에 나타난 형상과 토리노의 수의 형상이 일치한다. 수의에서는 꽃의 형상도 발견되었다. 이는 예루살렘 반경 20㎞ 내에서 자라는 28종의 꽃들이었고, 그중 25종의 꽃가루가 수의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수의가 기독교인들을 조롱하기 위해 이슬람교인 들에 의해 14세기께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1353년 프랑스 리레이 교회에 첫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1300년 동안 역사적 자취가 전혀 없다는 주장도 있다. 88년에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수의가 1260~1390년 사이인 중세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과로 수의가 진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화재 시 남은 탄소 성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차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4월 10일 시작된 전시에는 5월 9일까지 1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았다.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신자들, 장애인들, 노약자들, 그리고 궁금한 사람들은 토리노의 성의를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는가. 토리노의 성의는 이달 23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예약: www.sindone.org






이탈리아 밀라노를 무대로 활약 중인 보석디자이너. 유럽을 돌며 각종 전시회를 보는 게 취미이자 특기. 『더 주얼』(2009)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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