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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시스템으론 원전 경쟁서 못 이긴다

요르단에서 원전을 수주하는 데 실패했다.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에 졌다. 지난 연말 아랍에미트연합(UAE)의 원전을 수주할 때와 정반대의 결과가 빚어졌다. 승패는 물론 병가지상사다. 한 번 졌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영욱의 경제세상

그런데도 정부와 한국전력은 “떨어졌지만 섭섭한 건 없다”고 한다. “요르단 원전은 수익성 없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고도 한다. 패한 게 아니라 포기했다는 투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왜 수주전에 뛰어들었는가. 세계 최고인 아레바가 ‘개살구’를 덥석 문 건 우리보다 정보가 부족해서인가. 정부 측 설명이 구차한 변명처럼 들리는 건 그래서다.

이보다는 냉철하게 패인을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UAE의 개가를 다시 부를 수 있다. 우리 실력은 아레바와 같은 선진 기업들보다는 못하다. 이들은 종합 설계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핵심 원천 기술도 아직 ‘우리 것’이 아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재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UAE서 이긴 건 대통령 덕분이다. 다른 걸 끼워 팔았기 때문이다. UAE와 체결한 ‘동맹국 수준의 군사협정’이 한 예다. 이 나라에 안보 문제가 발생하면 군사적 지원을 하겠다는, 이른바 ‘빅딜’설도 나돈다. 이게 사실이라 해도 UEA 수주는 잘했다. 세계적으로도 지금 가동되고 있는 만큼의 원전(430여 기)이 2030년까지 더 건설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한 해 10기만 수주해도 우리의 연간 에너지 수입을 감당할 금액을 벌 수 있다. 이런 시장을 뚫으려면 수주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번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설령 적자가 나더라도 UAE에서 이겨야 했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매번 대통령이 나설 수는 없다. 그럴 경우 모든 리스크를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대통령이 안 나서도 이기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한전이 주도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민간이 하청 역할만 하는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원전은 오랫동안 뜸 들여야 하는 장기 비즈니스다. 로비가 승패를 가름할 때가 많다. 실력이 엇비슷할 때도 효과적이지만 경쟁자보다 실력이 못할 때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로비에 돈이 든다는 점이다. 개도국일수록 돈의 위력이 더 크다. 하지만 공기업은 뒷돈을 댈 수가 없다. 국회와 감사원의 감시 때문이다. 게다가 공기업은 민간보다 이윤 동기가 훨씬 약하다. 민간은 돈 버는 일이라면 목숨을 걸지만 공기업은 대체로 그렇지 않다. 장기 비즈니스에 약할 수밖에 없다.

민간의 역할이 훨씬 강해져야 한다. 공기업인 한전과 민간기업인 두산중공업·현대건설 등이 공동 출자한 종합원전사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두바이와 베트남 수주전에서 잇따라 패한 뒤 일본은 고민했다. 그 결과가 반관반민(半官半民) 시스템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전력사, 원전사가 공동 출자해 원전 수주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올가을에 출범시키기로 했다. 민과 관이 힘을 합치면 덩치도 커진다. 설계에서 폐기물 처리까지 통괄한다면 규모의 경제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금융사를 끼우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번에 요르단에서 진 건 원전 건설 비용을 사업자가 조달하도록 주문한 것도 작용했다. 돈 싸움에서 우리가 졌다는 얘기다. 요르단뿐 아니다. 베트남도 최근 원전 건설자금 지원을 발주처 선정 조건으로 내걸었다. 돈 없는 다른 개도국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출입은행이나 정책금융공사 같은 국책금융기관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는 건 그래서다. 어떤 방식이든 한전 주도 시스템은 바꿔야 한다. 새로운 먹을거리인 원전 시장에서 우리 몫을 제대로 찾아먹으려면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안 되는 걸 알면서 바꾸지 않는 건 정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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