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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교감도 학교 운영할 땐 교사와 똑같다” 교사 찾아가 결제하는 ‘스피드 경영’

김하영(16)양은 올해 경기 고양시 성사고에 입학했다. 김양은 입학한지 보름 남짓 지난 3월 19일 ‘동기부여 강연’을 들었다. 공부는 공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강연 내용이었다. 김양은 다음 날 학과 계열 적성검사와 유형별 학습법 진단검사를 받았다. 2주 후 계열 적성검사 결과, 김양은 문과 성향으로 국문·영문·제2외국어 계열 학과가 잘 맞는다고 나왔다.

초빙 공모제로 선임된 차종석 성사고 교장의 리더십

김양은 “맞아요. 제가 수학을 엄청 못하는 대신 언어를 좋아하거든요. 구체적인 학과까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전반적인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학생의 공부 패턴을 분석해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유형별 학습법 진단 결과도 나왔다. 김양은 여가 시간 관리를 잘못하고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풀지 못한다는 분석 결과를 받았다. 또 단기 암기력은 뛰어나지만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런 특성을 감안할 때 김양은 수시전형을 통해 대입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후 김양은 MBTI 검사(성격 유형검사)와 워크숍, 비전맵 그리기(자신의 장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보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두 달여에 걸쳐 각종 검사와 상담을 받으며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게 된 김양은 사회복지사로 진로를 정했다. 그는 “물론 앞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일단 목표를 잡았으니 전략적으로 준비해 보려고요”라고 말했다.

성사고에 입학한 모든 1학년 학생들은 김양처럼 ‘성사고 진로비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15일 열린 ‘성사 진로 엑스포’가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성사고의 의뢰를 받아 교육 컨설팅 회사 와이즈 멘토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을 개인적으로 받으려면 60만~70만원 정도가 들지만 학교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작은 2만원 정도다.

차종석(사진) 교장이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었던 데는 그를 공모교장으로 선임한 심사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다. 2008년 성사고 공모교장으로 선임될 때 당시 학부모·교직원·지역 인사로 구성된 9명의 공모 심사위원은 만장일치로 차 교장의 손을 들어줬다. 심사위원 간사였던 정현섭(57) 성사고 교육지원서비스센터장은 “두 후보가 학교 경영 계획서를 제출하고 발표와 면접을 거쳤는데 차 교장이 학교를 변화시킬 콘텐트를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 번 해보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높이 샀다”고 말했다.

차 교장은 부임 6개월 후 김종래(54) 교감을 초빙했다. 차 교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김 교감이 실천에 옮겼다. 김 교감은 “교장·교감으로서의 권위나 체면은 다 버렸다. 교장·교감도 이 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선 1/n이라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매일 오전 9시20분부터 한 시간 동안 교사들을 찾아다니면서 문서 결제를 한다. 교사들의 행정 업무를 도와주는 행정직원도 별도로 3명 채용했다.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또 각 학년 부장에게 해당 학년 교사를 뽑을 수 있는 인사권을 주는 등 교장·교감의 권한 일부를 교사들에게 나눠줬다.

차 교장과 김 교감의 열정은 변화에 거부감을 가졌던 교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차 교장은 “스포츠를 보면 훌륭한 팀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빛이 나는 팀”이라며 “교장이 할 일은 학생이나 교사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합한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실을 본다. 지난해 교육과정 혁신학교(교과교실제 시행)로 지정돼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전 학년·전 과목 교과교실제(학생들이 직접 짠 수업 시간표에 따라 매 시간 이동하면서 특정 과목별로 마련한 전용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매년 1억5000여만원의 지원금도 받는다.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과목의 경우 2~4개 반으로 나눠 수준별 수업도 진행한다.

교과교실제를 하고 보니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려면 일부 과목은 늘리고 일부는 줄여야 하는데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교사들 사이에 불화가 생겼다. 차 교장은 “지금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교사들 간의 문제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이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낭비하게 만들지는 말자”라며 교사 한 명 한 명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경기도 교육청 중등교육과 이영란 장학사는 “학교경영우수학교나 교과교실제는 학교 구성원 전체가 단합되지 않으면 실행하기 힘든 제도인데 성사고에선 학교장·교사·학부모가 합심해 잘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에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학교다”라고 말했다.
성사고에서는 학생이나 일선 교사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돼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많다.
‘스쿨라이프 매니저’는 교장·교감을 포함한 모든 교사들이 학생들의 매니저가 돼 고민 상담도 해 주고 학교 생활에 도움을 주는 제도다. 멘토를 원하는 학생은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격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3시30분까지 학년에 관계없이 수능시험 과목을 강의하는 ‘토요특강’, 모의고사 바로 다음 날 시험문제 풀이를 해 주는 ‘번개특강’ 역시 학생들의 건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3학년 안용준(18)군은 “1학년 때는 성사고에 다닌다는 것이 창피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자랑하며 다닌다”며 “우리는 모든 것이 학생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다. 해가 지날수록 학교가 확확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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