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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비전보다 중요한 건 통일 감당할 능력”

14일 서울 신라호텔. 통일부 주최로 열린 ‘한반도 비전포럼-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 마지막 날 오전 회의는 여느 학술 세미나장과 다른 긴장이 감돌았다. 천안함 사건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의 북한 감싸기를 놓고 한·미·일 참석자들과 중국 참석자 사이에 설전이 오갔기 때문이다.

취재일기

기조 연설에 나선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중국이 의장국인 6자회담이 사실상 실패했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 식량·에너지를 지원하고 금융거래를 하면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 모습은 13억 인구의 대국 태도로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북한엔 “어떤 환상도 가져선 안 된다. 지금의 지도부와는 어떤 결과도 도출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비판과, 북 지도부 비난, 6자회담 회의론은 첫날부터 줄곧 제기됐었다.

마지막 발제자인 위엔지엔(여) 중국 국제문제연구소(CIIS) 부소장은 “6자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고 비핵화에 기여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가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식량을 원조해주면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될 수 있다. 북핵 문제를 다룰 때 농축우라늄 문제와 플루토늄 이슈를 한꺼번에 다뤄선 안 된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윌리엄 드레넌 전 미 평화연구소(USIP) 부소장이 맞받았다. “지난 12년간을 돌이켜보면 북한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도, 평화를 위해 함께 나아갈 파트너도 아니다. 북한의 관심은 오로지 정권 생존이다.” 외교안보연구원 최강 교수는 위엔지엔 부소장의 발언을 “다소 도발적”이라며 “중국은 지난 몇 년간 비핵화보다 평화와 안정만 강조했다. 최근엔 북한과의 특별한 관계를 부각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 그게 북핵 해결을 더 힘들게 한다”고 겨냥했다.

후바나시 요이치 아사히신문 주필도 “북한 경제는 붕괴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이 더 이상 버퍼(완충)국이 아니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실패한 국가다. 실패한 국가는 버퍼가 될 수 없다”고 거들었다.

위엔지엔 부소장은 반박했다. “중국이 안보와 평화에 집착한다는데 이는 한반도 전면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리도 북한에 ‘핵을 폐기하면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제시한다. 그리고 한반도 통일을 보는 중국 입장에도 오해가 있다.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다. 정책 결정자와 학자들은 우리가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민이 결정할 문제다. 그저 통일 과정에서 폭력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할 뿐이다.”

‘한반도 비전포럼’은 개최에 이르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원래 지난해 11월 ‘이명박 정부의 통일 방안’ 을 전 세계 특히 북한에 비전으로 제시하려고 준비한 행사다.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도 염두에 뒀다. 대북·대중국 비판이 핵심도 아니었고 남북 경제공동체를 통한 상생이 비전이었다. 그런데 덜컥 천안함 사태가 터졌다. 청와대 미래기획위원회는 주최에서 빠졌다. 이름도 ‘통일비전’에서 ‘한반도 비전포럼’으로 바뀌었다. 정부 내에선 취소 의견도 나왔으나, 언론 홍보는 조용히 한다는 선에서 정해졌다. 사실 이 행사의 의미는 깊다. 통일부 주최로 열린 � 공개 통일 토론회다. 지난 10년간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까 열지 않았던 행사다.

14일 세미나에서 집중 포화를 받은 위엔지엔 부소장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는다. “통일 비전보다 중요한 게 과정이다. 급변 사태를 다룰 능력이 있어야 하고, 장기적으로 (통일) 국정 운영을 할 능력, 외교적 능력도 중요하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협상이 결코 중단된 적이 없다.” ‘중국의 대북 정책에 왈가왈부하는 한국, 당신들은 통일을 맞을 준비를 갖췄느냐’는 뼈 있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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