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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트루스를 기대하며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체육철학
올림픽은 이웃 국가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종교 제례를 올리고 경기를 통해 청년들의 기량을 경쟁하던 모임이 차츰 커지면서 범그리스적인 대회로 발전했다. 1896년 아테네에서 시작되어 2008년 베이징까지 29차례에 걸쳐 이어진 근대올림픽은 기원전 776년부터 시작된 고대 올림피아 제전경기를 기원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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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국가 간의 분쟁이 그칠 날 없던 그리스 시대 고대올림픽의 역사를 거슬러가면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올림픽 트루스(Olympic Truce). 4년에 한번 개최된 올림피아 제전경기가 열리기 3개월 전부터, 그리스 전역에서는 싸움을 중단하고 경기력을 겨루어 보자는 화합과 평화의 정신이 꽃을 피웠다. 이것이 바로 올림픽을 통한 휴전과 화의, 곧 올림픽 트루스다.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공한 국가적인 위기 속에서도 올림피아 경기장에 수천 명의 관중이 모여 권투경기를 관전할 만큼 올림픽은 신성불가침이었다.

우리는 큰 스포츠 행사를 통해 국가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스포츠가 온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 국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누렸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서울의 한복판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모두 환희의 눈물을 흘리며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시간들이 엊그제인 것만 같다. 우리나라 역사상 한·일 월드컵만큼 국민 통합의 계기를 제공한 대회가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가까이는 제21회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얼음판을 가르고 금메달을 획득하여 대한민국의 아들, 딸임을 보여주었던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 그리고 겨울스포츠의 강국인 네덜란드 선수를 한 바퀴 이상 따라잡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승훈 선수가 이룩한 뜻 깊은 승리의 장면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당시 모든 국민은 그 장면을 통해 환희와 감동을 맛보았다.

요즈음 우리의 사회에는 우울한 소식이 줄을 잇고, 국민은 무거운 마음을 떨칠 겨를이 없을 정도다. 잇따른 대형 사고, 안타까운 죽음들과 곳곳에서 그치지 않는 마찰과 불일치로 인하여 집단 우울증에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감사의 계절인 5월은 맑은 하늘과 신록과 꽃의 군무(群舞)를 보면서도 신명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남아공월드컵이 못 견디게 기다려진다. 갈등과 반목을 떨치고 화합의 제전을 실현한 고대 올림픽이 그랬듯 월드컵이 무너진 우리의 마음을 추슬러 주고, 사회 곳곳에서 반목하고 갈등하고 사생결단하려는 지독한 분열을 넘어 축구를 통해 하나 되는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짝짝짝 짝짝!’ 박수를 치고, ‘대~한미인국!’을 외치고 싶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서로를 위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를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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