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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는 일시적, 위안화 절상도 기대 말라”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미국의 자세는 이중적이다. 1990년대 말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로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을 받을 땐 그 대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이 이런 일을 당하자 미국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미봉책’으로 일을 해결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신(新)화폐전쟁 중

구조조정이 아닌 병든 작은 고기를 큰 고기가 삼키고, 비실거리는 큰 고기에게 다시 정부가 돈을 퍼 넣는, 소위 기업 부채를 ‘정부 부채’로 바꾸는 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이런 방식이 통하는 건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의 화폐 주조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세뇨리지 효과). 달러 가치야 어찌되든 일단 달러를 찍어내고 보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달러 가치는 속락을 거듭했고 여타 국가의 통화는 비자발적으로 절상되었다. 초강대국이 친 대형 사고를 못 사는 중소국들이 분담해 수습하는 꼴이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대해 9000억 달러에 가까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영악한 중국은 자국 통화를 1달러당 6.8위안으로 고정시켜 환차손을 막았다. 전 세계가 함께하는 미국과의 고통 분담에서 중국만 열외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미워 죽을 지경이지만 이미 중국에 빚을 너무 많이 져서 중국에 뭐라고 할 형편이 못 된다.

지금 기축통화 달러는 ‘악의 꽃’이다. 전쟁이 나거나 경제 위기가 닥치는 등 나쁜 일이 생길 때에만 강세로 돌아선다. 위기가 발생하면 해외에서 온 돈들이 국외로 탈출할 때 기축통화인 달러로 바꾸어 나갈 수밖에 없어 단기적으로 달러 수요가 급등하기 때문이다.

최근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추락하던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것도 이 때문이다. 남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북유럽은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미적거리며 지원을 미뤘다. 그 바람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유럽연합(EU)은 하나 된 유럽이라고 거들먹거렸지만, 정작 일이 터지자 ‘돈과 권력은 나누어 쓸 수 없고 돈 앞에서는 친구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회복되는 데에 주가는 1년, 부동산은 2년, 경기는 3년이 걸린다. 이번 유럽의 재정위기로 유럽의 경제회복은 물 건너갔다. 유로화의 강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반대로 금값은 초강세다. 자산가치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금은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다. 거기에 종이로 된 ‘가짜 금’인 달러는 남유럽을 탈출하려는 돈들의 교환 수요로 ‘어부지리’ 강세로 갔다. 미국은 금융위기로 올해에도 1조3000억 달러 이상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달러가 약세로 가면 국채 발행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유럽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달러가 강세로 되면서 국채 발행이 원활해졌다.

그러나 미국의 국채 규모는 13조 달러에 달한다. 금리를 올리면 추가 이자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출구전략 어쩌고 하지만 9%가 넘는 실업률과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미국은 당분간 제로금리로 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현 경제 상황을 보면 유럽의 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달러는 다시 약세로 갈 것 같다.

중국은 이번 금융위기에서 미국을 통해 새롭고 기막힌 돈 버는 방법을 알아냈다. 바로 ‘돈을 만들어 파는 사업’이다. 미국이 금융위기에도 부도나지 않은 것은 기축통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푸른색 잉크와 종이 값만 들여 100달러짜리를 한 장 찍으면 1달러에도 못 미치는 화폐의 제조원가와 액면가의 차액은 전부 미국의 이익이다.

중국도 지금 이 사업에 뛰어들려고 한다. 소위 ‘위안화 국제화’ 프로젝트다. 위안화 통화스와프, 위안화 무역결제, 상하이 국제금융 중심 건설, 국제 기반 시장 개설 등 중국이 내놓은 일련의 정책들은 모두 미국이 독식하고 있는 기축통화 시장에 숟가락을 얹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이미 화폐 전쟁이 벌어졌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기로 하는 전쟁에서는 제대로 이긴 적이 없지만 돈으로 하는 화폐 전쟁에서는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지난해에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를 방문해 금융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올해 들어서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하게 넣고 있다.

중국도 무기가 있다. 2조4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과 9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국채다. 중국은 미 국채를 팔아 치우면서 미국의 압력에 대응하고 있다. 달러와 ‘금융대국’으로 올라서려는 위안화와의 전쟁은 필연적이고, 그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지금 넘치는 달러와 유동성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전 세계의 부동산 경기는 폭락했지만 중국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그래서 중국은 지금 달러 퍼 내기에 몸부림치고 있다. 미국에 수출하고 받은 종이쪽지 달러를, 미국 메이저들이 장악하고 있는 석유와 곡물·원자재를 대거 사들이면서 다시 돌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원자재 값은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도 있지만 중국의 ‘달러 리사이클링 전략’ 때문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과거 일본처럼 가만히 앉아서 환율 절상을 당하느니 원자재를 사는 것이 100배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방 세계는 위안화 절상 문제를 언급하지만 중국은 위안화를 절상할 생각이 없다. 중국은 지금 수출의 두 배가 넘는 증가 속도로 석유와 원자재를 사면서 수입을 늘려 무역수지를 적자로 만들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하이테크 제품과 곡물을 왕창 사줘 직접적으로 무역 흑자를 줄이는 방식을 쓸 작정이다.

중국의 수출 임가공 기업의 마진은 5%가 안 된다. 환율이 5%만 절상되면 수천만 노동자가 있는 기업들이 줄도산한다. 위안화가 5%만 절상되어도 한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의 절반이 날아가는데 중국이 이를 쉽게 수용할 리가 없다.

그래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중국이 달러를 들고 나가 무엇을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미국과 중국의 신화폐 전쟁 중에 튀어나올 투자 유망 산업이다. 중국의 내수 확대와 무역수지 축소를 위해 사들이는 정보기술(IT)·자동차·에너지·원자재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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