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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산업 연계 땐 서구 사회 불교층 매료시킬 콘텐트

팔만대장경과 직지심경은 세계 인쇄사에 우리 민족이 남긴 불멸의 업적이다. 그러나 나라 밖 일반인들은 구텐베르크나 ‘킹 제임스 영역 성서’는 알아도 팔만대장경과 직지심경은 모른다. 홍보의 문제라기보다는 역사의 문제다. 서양사가 세계사와 동일시되고, 동양사는 세계사의 한 지류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인쇄사를 바꾼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 세계인의 기억에 인상을 남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화 준비하는 대장경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중국·일본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21세기 시대에는 지식산업이 경제를 주도한다. 팔만대장경이 지식산업과 연계됐을 때 엄청난 창의력과 생산력을 분출할 수 있다.

영국의 권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식산업을 이렇게 정의한다. “지식산업=지식의 획득·관리·사용이 특정 분야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산업.” 그래서 지식산업시대에서는 새로운 것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팔만대장경처럼 이미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 자원을 관리·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팔만대장경을 어떻게 관리·활용할 것인가. 능변여상(能變如常)의 지혜가 필요하다. 변함으로써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팔만대장경이 한자문화권 대장경의 스탠더드라는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우선 오류·오역이 없는 국문판 팔만대장경을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고려대장경의 하나인 팔만대장경은 ‘대한민국대장경’ ‘코리아대장경’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대한민국대장경에는 팔만대장경에 없는 팔리·산스크리트 경전의 우리말 번역본이 포함돼야 한다. 또한 다른 외국 경전에 없는 팔만대장경 텍스트에 대한 영문화 작업도 필요하다.

그리스도교 성서는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일 뿐만 아니라 해마다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다. 미국에서만 매년 수천만 부가 팔린다. 성서의 종류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여성용·청소년용·어린이용·야외용뿐 아니라 서퍼·스케이터를 위한 성서, 패션 잡지 형태의 성서까지 나와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수십 년마다 새로운 현대어 번역본도 나온다. 성서는 세계 6909개 언어 중 1168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현재 1998개 언어로 번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불교 경전뿐만 아니라 풍속·역사·설화·언어의 보고다. ‘디지털 대장경’을 잘 활용하면 다양한 지식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국문으로 디지털화된 조선왕조실록이 사극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인 것처럼 그와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린이 팔만대장경이 출간됐고, 가수 김수철이 팔만대장경을 테마 음악으로 만들었지만 팔만대장경의 지식산업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3283억원, 취업자 2228명을 낳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다양한 형태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지구촌에서 지식산업이 ‘성장 산업’이라면 불교는 ‘성장 종교’다. 불교는 미국·유럽·호주에서 가장 빠르게 신도 수를 늘리고 있는 종교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불교가 기독교보다 100배는 더 현실성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니체가 불교에서 발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불교는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주제로 부상했다. 불교와 관련된 출판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서양의 불교인들은 종단·종파를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불교에 ‘지식적’으로 접근한다. 불교 하면 서구인들은 아직도 티베트·일본·태국 등의 나라를 떠올린다. 가장 포괄적이고 역사가 오래된 불교 경전 컬렉션인 팔만대장경의 우수한 콘텐트는 얼마든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한국은 세계 불교와 기독교의 중심이 되고 있다. 기독교의 중심이 아시아·아프리카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은 기독교 선교 강국이 됐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위상은 크다. 팔만대장경은 ‘불교 강국’의 지식 경쟁력을 제고하는 자산이다.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불가타 성경은 인쇄 혁명을 일으켰다. 우리는 ‘디지털 팔만대장경’이나 ‘대한민국대장경’을 통해 새로운 지식 혁명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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