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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강국으로 가는 길

일자리. 직장인과 학생, 학부모는 물론 정부와 기업 모두의 관심사다. 이런저런 하소연도 많고 정책 처방도 많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는 경제·사회의 복합적 과제여서 응급처방만으론 더 꼬일 수 있다. 약소국의 설움과 일자리 걱정을 뛰어넘을 고용 강국 전략을 생각해 보자.

첫째, 냉철한 비전이다.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여건과 미래 전망에 근거한 종합 판단이 필요하다. 제조업 고용이 줄고 외국인 근로자만 늘어나니 고용보조금을 주자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런 보조금은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대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고급 외국 인력을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열린 국가’의 길도 생각해 봐야 한다. 답답한 나라 꼴을 탓하기 전에 세계를 상대로 기회를 찾는 글로벌한 시각도 필요하다.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기술을 가진 이공계 인재에겐 더욱 필요하다. ‘건설은 막노동’ ‘연구개발(R&D)이면 뭘 해도 애국’이란 식의 고정관념은 새 전략의 장애물이다.

둘째, 산업의 업그레이드와 시너지를 통한 재도약이다. 저성장 경제에 산업구조 변화까지 겹쳐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인력들이 많다. 핵심은 새로운 일을 찾고 능력을 갖추는 데 드는 시간이다. 사양산업의 고용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지원금을 주자는 그럴듯한 얘기가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지원해야 하고, 그 돈은 어디서 나올까? 눈앞의 밥그릇을 지키려다 다른 기회를 찾는 노력을 버리는 셈이다. 무작정 새로운 일을 찾는 게 혁신은 아니다. ‘섬유는 사양산업, 반도체는 첨단 산업’이란 이분적법 사고를 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굴뚝산업은 끝이고 정보기술(IT)만이 답이란 말도 있었다. 사고를 바꿔 동대문 청바지를 명품으로 만드는 산업의 업그레이드가 취업난 타개를 위한 해답이라고 생각해보자. IT로 디자인과 마케팅을 혁신하고 드라마의 감동을 더하면 청바지 업자도, 재단사도, 원단 장사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벨트·셔츠도 같이 팔리는 시너지가 나온다.

셋째, 현장에 밀착된 실천 프로그램이다. 노인 재취업은 자신의 의지도 필요하다. 한자리 했다고 폼만 잡으려 들면 누가 같이 일할 수 있을까? 노인의 경험과 지혜를 살릴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찾고 있는가? 사회적 기업은 퇴직 노인에게 더 알맞은 일터가 아닐까? ‘세계적 연구’를 핑계로 막상 재학생은 팽개친 대학 교육도 문제지만, 전공·직업에 관한 정보도 없이 대학에만 진학시키는 중·고교 교육에도 반성할 점은 있다. ‘인턴십 가선 복사만 하고, 알바 가선 시간만 때운다’는 한심한 말을 듣는다. 20대 청년에게 덜컥 좋은 일을 주는 회사는 세상에 없다. 도넛 가게와 편의점은 지혜로운 이에겐 경영사관학교다(실은 군 경험도 비슷하다). 나랏돈까지 쓰는 해외 인턴십은 과연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반성해 보자.

넷째, 능률(saving)과 실질이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통해 어떤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 부처와 정부 산하 단체·연구소·위원회 등을 다 포함한 일자리 관련 기구와 예산은 얼마나 될까? 바쁜 사람들 모아서 생색만 내는 전시성 행사는 없을까? 일자리 정책에 드는 돈은 기업과 제품에 들어갈 귀한 돈이다. ‘관계자들만 많은 정책’이 되면 애써 일한 성과마저 빛이 바랜다.

일자리 분야엔 좋은 말이 많다. 사회적 기업은 분명 새로운 대안이다. 하지만 ‘착한 활동’은 시장이 평가해야지 세금부터 밀어 달라면 곤란하다. 한 명의 일을 나눠서 셋이 하면 ‘착한 기업’인가? 시각에 따라 그것이 하나의 선택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은 가혹한 글로벌 경쟁 속에 있다. 온 국민이 어깨동무를 하고 천천히 갈 수는 없다.

급한 맘에 나랏돈으로 그럴듯한 일만 벌이면 돌이킬 수 없다. 전략의 기본에 충실하며 의미 있는 성공을 쌓아가는 진정한 용기를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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