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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돈 얹어 분양권 팔고 … 준공허가 말라 집단민원 내고 …

매수자에게 돈을 얹어 주면서까지 아파트 분양권을 팔고, 준공허가를 내주지 말라는 집단 민원이 쏟아진다. 아파라치(아파트 하자 등을 발견해내 계약자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업체)가 등장하는가 하면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깎아주는 중개업소도 생겼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는 전에 없었던 일이 속출한다. 상식처럼 통하던 투자원칙도 허물어지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로 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수요자들이나 집주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2008년 초 한꺼번에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몰리고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오그라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부동산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수 심리 위축에 기현상 속출=지난해 경기도 용인시의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한 박모(34)씨는 이달 초 3000만원을 추가로 내고 다른 사람에게 분양권을 넘겼다. 분양가(5억원)의 5%인 계약금 2500만원을 내고 계약한 박씨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분양권을 팔려 했지만 매수자가 없자 자기 돈을 더 얹어주고 처분한 것이다. 박씨는 5500만원을 손해본 셈이다.

이제까지 서울·수도권은 입주 무렵에 집값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입주 아파트 10채 중 8채꼴로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고 있다. 미분양이 애물단지가 된 건설사에서는 계약자들의 분양계약 해제 요구를 당연히 거절한다.

인천의 C아파트 단지 계약자들은 최근 관할 구청에 이 아파트의 준공허가를 내주지 말라고 민원을 냈다. 이들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민원을 낸 이유는 부실시공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계약자들이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에는 사업승인 당시의 도면과 완공 현장의 품질을 비교해 정산보고서를 만들어내는 전문업체도 등장했다. 이 업체들 별칭은 파파라치를 빗댄 아파라치. 계약자들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시공사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법원에 피해보상 소송을 내는 것이다.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 용인시 수지구의 S아파트 계약자들은 지난 3월 회비를 거둬 분양정산 전문업체에 용역을 의뢰했다.

주택 거래가 안 되자 중개수수료 파괴 바람도 불고 있다. 법정 중개수수료의 절반만을 받겠다는 프랜차이즈업체가 수도권에서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다.

광명시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거래만 성사시킬 수 있다면 수수료를 절반만 받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중개업소가 성공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강남구 도곡동의 최모(55)씨는 “아파트 팔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원하는 가격에 아파트를 팔아줄 경우 정식 중개수수료 외에 1000만원의 사례금을 달라는 중개업자의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해당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입주 장사’로 한몫을 챙기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정식 입주 기간(1~2개월) 내 입주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면서 입주 장사는 옛말이 됐다. 지난달 수원시 정자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수퍼마켓을 연 권모(50)씨는 “집들이 선물 세트를 많이 준비했는데 일주일에 두세 개밖에 못 판다”고 하소연했다.

◆허물어지는 투자 상식=‘뱃살 이론’ ‘큰집 효과’ ‘T자이론’ 등 주택시장에 통용되던 투자 상식도 깨지고 있다. 뱃살 이론은 가장 빨리 살이 붙고 늦게 빠지는 뱃살에 비유한 것. 강남권 집값도 뱃살처럼 오를 때 가장 먼저 오르고 하락기 때는 더디게 내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정부의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집값이 최고점에 이르렀던 2008년 7월부터 올초까지 전국 집값은 평균 8.45% 떨어졌으나 서울은 18.8%,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은 21.7% 하락했다. 서울 강남권과 경부고속도로 주변 수도권이 유망지역이라는 T자 이론도 힘을 잃었다. 2008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강남권은 물론 성남(-7.5%), 용인(-9.2%·이상 국민은행 조사) 등 경부고속도로 주변이 많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도권 집값은 평균 1.8% 내렸다.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학과 서후석 교수는 “인구 감소와 서울 접근성이 좋은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 등을 고려할 때 경부 라인이 인기를 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값보다 비싸게 분양되거나 신도시 조성 등의 개발 호재가 있으면 인근의 기존 집값도 그 덕에 덩달아 오른다는 ‘주변부 효과’도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월 서강대는 남양주시 와부읍에 82만5000여㎡ 규모의 제2캠퍼스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보통 대학 캠퍼스 유치는 해당 지역의 메가톤급 호재로 통한다. 하지만 현재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썰렁하다.

분양이 잘돼도 남의 집 얘기다. 최근 광교신도시 e-편한세상이 평균 10대1의 높은 청약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지만 주변 미분양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 분양대행사 ㈜더감의 이기성 사장은 “예전 같으면 한 단지의 청약경쟁률이 높으면 인근 미분양단지로 수요자들이 이동했는데 지금은 이런 현상이 없다”고 전했다.

부동산 개발 정책을 활용하는 것은 부동산 투자에서 교과서적인 방법이었다. 최근 서울시는 서초구 방배동 두 곳의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을 새로 지정했다. 하지만 시장은 조용하다. 컨설팅 업체인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주택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서 웬만한 개발 호재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집값도 따라 오른다는 ‘전세 부양론’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요즘에는 집값과 전셋값이 완전히 따로 움직인다.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자나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투자자 모두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셋값은 계속 오르는데 집값은 내린다. 예전에 없던 현상이다. 예컨대 서울 노원구와 구로구의 매매값은 올 들어 4월까지 0.8%, 0.1% 내렸지만 전셋값은 각각 1.7%, 1.5% 올랐다.

함종선·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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